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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이라는 이상한 상황에서 진행된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항소심 판결이 곧 나온다. 사진은 2022년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는 모습이다.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이라는 이상한 상황에서 진행된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항소심 판결이 곧 나온다. 사진은 2022년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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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판결이 쏟아지는 법조계이지만, 이번주 가장 주목되는 판결은 역시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항소심 선고입니다(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 부장판사 심준보·김종호·이승한). 원고 윤석열 대통령-피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인, 일명 '한동훈의 패소할 결심'으로 알려진 재판입니다. 19일(화)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상황을 복기해보겠습니다. 2020년 12월 1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진통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사유는 ①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소위 '판사 사찰 문건')의 작성 및 배포 ② 채널A 사건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 ③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입니다. 윤 총장은 즉각 반발하며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0개월 후인 2021년 10월 14일 나온 1심(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결은 기각, 즉 징계가 정당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징계절차도 적법했고, 징계 사유 중 세번째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두 사유만으로도 징계가 타당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직 2개월이 가볍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총장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비록 1심에서 졌지만, 윤 총장은 정치적으로 이미 승리자였습니다. 많은 경우 본안 판결은 멀고 가처분 결정은 가깝습니다. 직무정지 처분과 정직 2개월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두번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면서 윤 총장은 오뚝이처럼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했고, '정권의 부당한 탄압을 받는 검찰총장'이라는 이미지를 발판으로 정치권으로 직행했으며, 결국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제1야당(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시기에 나온 1심 판결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2심 판결은 어떨까요? 기각이냐 인용이냐,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게 없으니 그건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만, 결과 후는 어느정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1심과 달리 윤 대통령에게 고약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비록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졌지만, 윤석열 총장은 정치적으로 이미 승리자였다. 사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 총장이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2020년 1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출근 "업무정지 효력 임시 중단" 비록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졌지만, 윤석열 총장은 정치적으로 이미 승리자였다. 사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 총장이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2020년 1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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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 되어도, 인용 되어도

이 소송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오르고 한동훈을 법무부장관에 앉히면서 중요한 분기점을 맞습니다. 당연직으로 소송 피고인이 된 한 장관은 1심을 승소로 이끈 변호사들을 모두 사임 또는 해임시키고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들로 채웁니다. 재판이란 본래 양측이 치열하게 주장하고 다투기 마련이건만, 새로운 변호사들은 매우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급기야 재판부가 여러차례 법무부 측 대리인을 향해 "신문 내용이 좀 그렇다"고 질책하고, 외부에서 지켜보던 사건 관련자가 "이게 재판인가, 이쯤 되면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냐"(박은정 검사)고 공개 비판하는 등 재판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로 바뀝니다.

이런 상황에서 2심 판결도 1심처럼 기각으로 나온다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그야말로 '빼박'이 됩니다. 검찰총장임에도 징계받을 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더구나 상황에 따라 형사법적 상황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요한 징계사유인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혐의는 직권남용죄와 직결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퇴임 후에는 다릅니다.

반대로 2심에서는 뒤집혀 인용된다면, 즉 징계 처분이 취소된다면, 모든 게 끝일까요? 대법원이 남아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민들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입니다. 소위 '법기술'을 부려 재판을 그렇게 희화화시키더니 결국 판결을 뒤집어버렸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특히 정치적 반대 진영에서는 도저히 수긍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 의심에는 나름 누적된 근거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잔고증명서 위조로 징역 1년이 확정됐지만, 애초부터 형량이 높은 위조 행사와 사기 혐의로 기소하지 않아 봐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도 단 한번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최근 법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불고불리 원칙(검사의 공소제기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 절차의 법률원칙)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패소할 결심'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본인의 재판이 유리하게 뒤집힌다면, 사법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의 기회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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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윤 대통령은 이런 고약한 상황을 피할 세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항소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1심 판결 당시에는 대선 때문에 그렇다 쳐도, 항소심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 올해 4월이니 대통령 신분으로 항소를 취하할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서로 소송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두번째는 한동훈을 법무부장관에 앉히지 않는 것입니다. 한 장관은 징계의 주요 사유였던 채널A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였습니다. 그런 당사자가 징계 취소 소송의 피고로 되는 상황은 피해야 했습니다. 정 한동훈을 법무부장관에 앉혔어야 했다면, 이 소송에서는 한 장관이 실질적으로 빠지게 하는 게 세번째입니다. 애초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던 법무부 측 변호사들이 주장했던대로, 피고로 이해관계가 없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독립적으로 소송을 수행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이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사건을 더욱 키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제 곧 나옵니다.

모두 알다시피 영화 '헤어질 결심'은 자신의 몸을 던져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새드 엔딩으로 끝납니다. 재판 '패소할 결심'의 결말은 새드 엔딩일까요, 해피 엔딩일까요. 윤 대통령과 시민 모두에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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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석열, #한동훈, #징계, #패소할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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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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