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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 필리핀 민다나오섬은 테러와 자연재해가 상존하는 곳이다.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아 '불의 고리'라 부르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이곳은 매년 50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지진이 더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초긴장 상태다.

지난 주말, 늦은 밤 잠자리에 들어 설핏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온 집안이 흔들렸다. 혼비백산하여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강한 진동이었다.

체감상 1분도 채 안 되는 잠깐 동안의 진동이었으나, 처음 겪는 진동에 어찌나 놀랐던지 잠은 이미 천리 밖으로 사라졌다. 진동의 뒤끝은 굴곡이 심한 비포장 시골길을 버스를 장시간 타고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멀미보다 심한 것이었다.

지진과 여진, 공포로 떤 밤  
 
코이카에서 배포해 준 재난키트는 쉽게 챙길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놓는 것이 안전한 대피를 위해 중요하다.
▲ 재난키트 코이카에서 배포해 준 재난키트는 쉽게 챙길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놓는 것이 안전한 대피를 위해 중요하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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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을 공포에 떨면서 두 차례 더 여진을 경험한 후 새벽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필리핀 화산·지진학 연구소의 발표를 보니 12월 2일 23:37에 7.6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필리핀 부투안 동남동쪽 110km 해역에서 발생했단다. 다음 날 새벽에는 본진 반경 40㎞ 이내에서 6.2, 6.4 규모의 여진이 두 차례 더 발생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을 긴장하게 했다. 3일과 4일에도 규모 6.0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어 주민들은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일 오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시의 민다나오주립대 체육관에서 가톨릭 미사 예배가 진행되던 중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4명이 사망하고 54명이 부상을 당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에서는 텔레그람을 통해 이번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임을 밝혔다.

지난달 17일에는 필리핀 제너럴산토스 남남서쪽 60km 해역에서 6.7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후 미세한 흔들림은 자주 느꼈지만 이번 만큼 강한 진동을 몸으로 체험한 것은 처음이라 극심한 공포감과 함께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다행히도 이번 지진으로 인해 해일이나 건물파괴, 인명 등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부쩍 잦은 지진 때문에 다바오시에서는 4~5일 이틀 동안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에 돌입했다. 학교마다 학사일정이 바쁜 연말임에도 그 심각성을 보여주는 조치인 것 같다.

한국 대사관에서도 민다나오섬에 거주하는 지역별 교포 대표와 상인회 등 10여 명과 긴급하게 연결해 화상회의를 실시했다. 타국에 와서 사는 교포들은 자연재해나 테러 등 비상상황에 노출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사관 측에서는 모든 가설을 설정해 두고 다양한 매뉴얼을 만들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노력이 불안감을 다소 해소시켜 준다. 

지진(地震, earthquake)은 지진파가 지구 지각의 암석층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이다. 지하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강력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지구 내부 어딘가에서 급격한 변화가 생겨 그 힘으로 생긴 파동이 지표면까지 전해져 지반이 진동하게 된다고 한다.

태풍이나 화산폭발은 어느 정도 전조현상이 나타나지만, 지진은 대단히 돌발적인 것이라서 철저한 준비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우리가 재난상황실로부터 지진발생 문자 메시지를 접한 후에는 지진 발생 직전이거나 이미 지진이 발생한 후이다. 그래서 평소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재난에 맞닥뜨리면 우왕좌왕하다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뭘 해야할지 머리로는 알았지만 

그동안 몇 차례 안전교육을 받고 그에 대한 대비훈련도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정작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망설였다. 망연히 앉아 진동이 멈추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그 새벽의 내 모습이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지진행동요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튼튼한 탁자 아래에 들어가 몸을 보호한다. 가스와 전깃불을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다. 집에서 나갈 때는 신발은 꼭 신고 이동한다. 계단을 이용하여 밖으로 대피한다. 건물이나 담장으로부터 떨어져 이동한다. 낙하물이 없는 넓은 공간으로 대피한다. 올바른 정보에 따라 행동한다.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에서는 우리 단원들이 현지에 파견될 때 재난키트를 배포해 줬다. 거기에는 휴대용 구급함, 자가충전 라디오, 렌턴, 호루라기, 로프, 방진마스크, 호일담요, 다용도 안전장갑 등 25가지의 물품이 들어 있다.

충분한 물과 최소 3일 동안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은 필수품으로 본인이 준비해야 한다. 그 외에도 현금, 여권, 주변 지도 등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난키트는 평소 쉽게 챙길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놓는 것이 안전한 대피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일상에도 점점 더 위험이 도사리는 듯하다. 지난 11월 30일 오전 4시 55분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 일상에도 점점 더 위험이 도사리는 듯하다. 지난 11월 30일 오전 4시 55분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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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다룬 국내외 영화 <샌 안드레아>나 <해운대>처럼 극단적인 가설이나 상상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는 점점 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대책 없는 안이함으로 방관만 한다면, 실제 재난을 왔을 때엔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 2022년 서울 한복판 이태원 참사만 해도 그렇다. 수 만 명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걸 뻔히 알고도 안이한 대처해 150여명이 사망에 이른 최악의 참사였다.

철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공포의 상황을 경험한 후 실제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시뮬레이션을 그려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행동 요령을 숙지하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태그:#지진및테러, #재난키트, #민다나오, #코이카봉사단, #한필직업훈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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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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