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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핼러윈데이 대비 유관기관 합동 대책회의
 용산구, 핼러윈데이 대비 유관기관 합동 대책회의
ⓒ 용산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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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의 희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 1주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용산구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참사 후 박희영 용산구청장 책임론이 불거졌고 현직구청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거쳐 구청장을 포함하여 5명의 직원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아직 용산구는 이태원 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산구는 지난 16일 '핼러윈 데이 대비 유관기관 합동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년 참사 당시, 수없이 지적받았던 바로 그 합동 대책 회의였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회의엔 박희영 용산구청장, 임현규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최인수 서울교통공사 수송운영처장 등 총 50명이 참석했다. 해당 실무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대책은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 및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차도·보도 통행 관리 ▲이태원 일대 보도·도로·시설물 점검 및 보수 ▲특별 가로정비 ▲비상도로 운영 ▲주정차 단속강화였다.

올해 핼러윈 축제 기간(다중인파 밀집 기간, 10.27.∼11.1.)엔 녹사평역 광장에 유관기관과 합동 현장상황실이 설치되고 구·경찰·소방∙3537부대 등 관계자가 인파 밀집 시 군중 분산, 차도·보도 통행 관리 등을 총괄 지휘한다. 또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에 구급차를 배치하고 이태원 대로 1개 차로를 보행로로 전환하며, 긴급차량 통행을 위한 비상 도로도 운영된다. 용산소방서는 '긴급구조 약식통제단'을 가동하여 도보순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CCTV통합관제센터 직영 전환 ▲재난안전상황실 별도 구축 및 전담 인력 채용 ▲재난안전통신망 확충 및 훈련 강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 ▲이태원관광특구 내 23개소 보행환경 개선 ▲안전관리 시뮬레이션 용역 추진 등 안전사고 예방 개선 대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용산구가 이태원 참사라는 불명예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이번 대책이 재난안전행정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안전을 바라보는 용산구의 시선, 과연 최선인가?

용산구가 정말 해야 했던 것은 조직의 변화이며 재난안전시스템의 개선이다. 재난 안전은 '일시적인 대응'이 아니라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한 조직, 예산의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행정의 개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용산구는 스스로 한 약속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종합대책인 방재안전 직렬도 제대로 확충하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참사 이후인 12월 20일, 안전사고 예방 개선 종합대책 수립 방재안전직렬 정원 3인 확대를 발표했다. 10.29 참사 후속대책 일환으로 안전사고 예방 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구청장, 부구청장, 유관국(부서)장, 유관기관인 경찰·소방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두 차례 공식 회의를 진행한 이후 안전 분야 구정을 쇄신하겠다는 취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나온 방재안전직렬 확충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당시 방재안전 직렬이 1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는 서울시 평균이었던 1.7명에 모자란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후 발표한 조치였다. 용산구는 이에 따라 정원 조례를 개정했으나 이후 채용을 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용산구 안전재난과 올 초 업무보고와 정원 현황, 그리고 이후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방재안전직렬 확충은 찾아보기 어렵다. 

용산구는 자신들이 변화했다는 증거로 재난안전상황실 별도 구축 및 전담인력 채용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핼러윈 당시 구는 119상황실에 최초 신고가 된 시간으로부터 40분 가까이 지난 후에서야 참사 상황을 인지하였다. 또 재난안전문자 발송법과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 사용법을 몰랐던 것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재난안전상황실은 법 제18조에 따라 재난정보의 수집·전파, 상황관리, 재난 발생 시 초동 조치 및 지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이다. 용산구는 6층에 설치한 재난안전상황실 근무자로 8명의 공무원을 별도로 채용했다.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재난·안전분야) '마'급으로 주 35시간 근무(평일 야간과 휴일)하는 계약기간 1년의 직원이다. 재난안전상황실은 재난정보의 수집 전파와 초동 조치 및 지휘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이러한 업무를 주 35시간 1년 계약직 공무원에게 맡기겠단 용산구의 판단을 보고 있자면, 이태원 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약직 공무원은 책임감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가 아니다. 재난 상황 신고·접수, 재난 상황 파악, 상황 보고, 전파, 재난 문자 발송, 관련 부서 및 관계기관 지원 요청 모두 단순한 보안 업무가 아니다. 재난 상황에서는 고도의 상황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불시에 벌어질 재난 상황에 판단과 초동지휘와 대응을 하기 위해선 용산구의 상급자가 재난 행정에 숙달되어 있어야 하며 재난에 대한 판단과 대응이 가능한 재난안전상황실을 운영해야 한다.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 안전과 구청의 행정을 따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상 업무 속에서 안전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예기치 않은 재난을 막아낼 수 있다. 따라서 재난안전업무를 조직의 핵심부서로 격상하여 구청장을 비롯한 조직 전체가 재난안전 행정을 일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재난을 일상화하기엔 아직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다.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구청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충북 청주시 지하도 참사가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 재난 대응 능력에 물음표를 찍게 됐다. 이제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야 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참사 당시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이 보인 행태를 질타하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막상 재난이 발생하면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재난 행정은 존재감이 없고 취약하다.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등 많은 참사 이후 중앙정부의 통제 위주의 대책은 마련되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다수 행정에서 중앙정부는 각종 권한에 대한 승인권을 보유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의 지침에 따른 계획을 수립하거나 집행하는 지위에 위치하면서 형식적인 자율성만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재난 행정이라는 낯선 영역에 무모하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공무원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규율한 체계의 문제가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판단 영역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제6조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조정'은 '행정안전부장관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로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자치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 문제는 제10조의4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예산의 사전검토 등'이다. 여기엔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및 안전 관리 예산을 사전에 행정안전부로부터 검토를 받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에 대하여 사업의 집행 실적 및 성과, 향후 사업 추진 필요성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라 투자우선순위를 정하여 편성하여야 하여야 하며, 지방의회에서 예산이 확정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예산 현황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안전관리계획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도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수립한 시도 재난관리계획 수립지침에 따라 시도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시·도는 다시 시·군·구에 수립지침을 내려 그에 따라 시·군·구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처럼 안전에 관한 예산과 계획을 거의 모두 중앙이 통제하고 있다. 지방의 자율적인 판단과 행정을 기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인 것이다. 필자도 지방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안전재난과 구의회 예산심의시 예산 변경을 요구한 적이 있는데, 예산 담당 공무원이 행정안전부 승인 없이 예산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은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를 체계화한 것으로 재난 사태 선포로부터 재난의 현장 대응 활동이 시작된다. 재난사태의 선포 이후에야 재난 경보의 발령, 재난 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 명령, 응급 지원의 응급조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난 사태의 선포는 법상 행안부장관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행안부장관의 재난에 관한 판단과 결정을 기다려야만 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소음과 도로의 불법 주차로 인해 구급차 이동과 구조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재난 경보의 발령과 위험구역의 설정, 대피 명령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했지만 이에 대해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용산구청장을 비롯하여 용산구청 누구도 이러한 권한에 대해 알지 못했다. 재난에 대한 판단 권한이 행정안전부에 집중되어 있는한 신속한 대응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법령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긴급구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긴급구조통제단 책임 분산 필요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에 포함된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에 포함된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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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일사불란한 대응이 생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과 대응체계가 간단하고 명확해야 한다. 시군구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장을 맡게 되며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은 지역 소방서장이 책임을 맡게 된다.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에 따르면 재난 발생시 시군구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앙과 시도재난안전대책본부 아래에 위치하며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재난의 대응을 명시한 6장 40조 대피명령 조항엔 "시장·군수·구청장(재난안전대책본부장)과 지역통제단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나 재산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해당 지역 주민이나 그 지역 안에 있는 사람에게 대피하도록 명하거나 선박·자동차 등을 그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에게 대피시킬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재난 대응에서 중요한 행정행위인 위험구역의 설정, 강제대피조치, 통행제한에 대해 양 쪽 모두 권한을 가지고 있어, 현장에서 자칫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실질적인 권한을 지역 소방서와 나란히 견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는 더욱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에 방재안전직렬은 1~2명에 불과하고 보유하고 있는 민방위 장비는 방독면이 전부이다. 그러나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안전현장을 지휘 통솔해야 한다. 이건 걸음마 준비도 안 된 아이에게 뛰지 못한다고 질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에게 일상적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수십 년째 열리는 지역의 핼러윈 축제의 위험성을 시민과 언론이 경고해왔고, 부단체장조차도 회의에서 말했듯이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의 하위조직으로서 보완적으로 활동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기에 현장의 위험은 업무 밖이었으며, 법령상의 의무를 수행할 역량조차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단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능동적 대처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행정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안전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조직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과 현장의 요구에 맞게 일상적인 재난 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기동성을 갖춘 지역의 독자적인 판단력을 갖추도록 할 것인가?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중앙지방안전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자체 특성에 맞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새로운 위험에 상시 대비하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안전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목표로 국가안전시스템개편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대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정부는 모르고 있는 듯하다. 방재안전직렬과 통제 위주의 재난안전체계가 명확하게 개선되지 못한다면 새로운 위험의 대비도,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안전 행정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 용산구의원입니다. 이태원참사 1주기를 추모하며 이태원참사의 사회적 교훈을 기억하고 재난안전행정을 개선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태그:#이태원참사, #1주기, #용산구청,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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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대안적 개발을 모색하고, 생태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불평부당한 사회를 민의 힘을 믿고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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