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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가 18일 오전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농성하고 있다.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가 18일 오전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농성하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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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윤승주 일병의 유가족을 비롯한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이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윤승주 일병의 유가족을 비롯한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이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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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에 쥐어진 군인권보호관의 권한은 내 아들 윤승주의 피로 만든 권한입니다. 그 권한을 휘둘러 자식 잃은 유가족에게 자식의 죽음을 볼모삼아 분풀이를 하는 당신은 사람이 맞습니까?"

지난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사망사건 피해자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28사단 고 윤승주 일병 유족을 비롯한 군사망사고 유가족 20여 명은 1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위)를 찾아 송두환 위원장 및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이 국가인권위를 찾은 것은 고 윤 일병 유족들이 지난 4월 육군의 사인 은폐·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접수한 진정사건을 군인권보호관이 16일 각하했기 때문이다.

윤 일병 유족 측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각하 결정은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 상임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 등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고 김용원 군인원보호관이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윤 일병 유족들이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군인권보호관을 비판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윤 일병 사건 진상규명 요구 진정사건을 각하시켰다는 것이 유족 측과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각하 사유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나서 진정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각하 사실이 통보된 것은 지난 16일"이라고 밝혔다.

윤 일병 유족들이 진정을 제기한 날은 지난 4월 6일로, 다음날 인권위는 조사관을 배정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조사 개시를 통보했다. 심의의결은 군인권보호위원회에서, 조사는 군인권조사기획팀에서 맡았다.

이후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5월 16일 열린 윤 일병 유가족을 포함한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윤 일병 유거족들로부터 진정 취지를 듣고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또 김 보호관은 지난 5월 2차례에 걸쳐 윤 일병 유가족에게 직접 전화해 국가배상소송 판결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5월 31일에는 담당 조사관이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정인 조사도 벌였다.

국가인권위가 처음부터 윤 일병 사건이 2014년에 발생해 '진정의 원인이 된 날로부터 1년 이상 지나서 진정한 경우'로 각하 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의 단서조항에 따라 각하하지 않고 조사를 개시했다는 것이 군인권센터의 지적이다.

"김 보호관, 돌연 조사 중단하고 진정 각하... 보복 의심"

임 소장은 "진정을 각하하지 않고 조사하겠다는 의지는 군인권보호관의 언론인터뷰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면서 "그랬던 김 보호관이 돌연 조사를 중단하고 진정을 각하했다"고 비판했다.

진정제기 이후 잘 진행되고 있던 사건을 조사 개시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발생 1년 이상이 지난 사건이라며 각하하는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하에 앞서 지난 9월 5일과 9월 11일, 윤 일병 유가족들을 포함한 군 사망사고 유가족이 국가인권위를 방문해 김 보호관이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안건을 기각시킨 일을 비판하고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임 소장은 "일련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김 보호관은 윤 일병 유가족이 자신을 비판하자 유가족이 제기한 별개의 진정사건을 각하하는 결정으로 보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인권보호관은 윤 일병의 죽음을 계기로 입법 논의가 시작된 제도"라면서 "그렇게 만든 군인권보호관이 '윤 일병 사건'을 무기 삼아 다른 사람도 아닌 윤 일병 유가족에게 사적 원한을 앙갚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미자씨도 "지난 9월 5일, 다른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과 함께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건을 김 보호관이 기각시킨 일을 비판하고자 인권위를 항의 방문했다. 보호관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라면서 "그랬더니 정상적으로 조사 중이던 저희 사건을 느닷없이 각하시켰다. 명백한 보복"이라고 성토했다.

안씨는 "정말 개탄스럽다"면서 "군인권보호관에게 밉보이니 진정사건을 볼모 삼아 보복을 하는데 앞으로 세상 어떤 군인이 인권위와 군인권보호관을 믿고 진정을 제기하겠느냐"고 질타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은 국가인권위 15층 송두환 인권위원장실을 찾아 항의하려 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임태훈 소장이 인권위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인권위 복도에서 한 시간 넘게 농성을 벌인 끝에 12시 50분경 송 위원장과의 면담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인의 인권보장과 권리구제를 위해 2022년 7월 1일 출범한 기구로, 김용원 보호관은 2023년 2월 6일 군인권보호관을 겸임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되었다.

한편, 지난 2014년 4월 7일 28사단 포병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에서 한 달가량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고 윤승주 일병이 목숨을 잃었다. 육군은 사건 초기 윤 일병이 만두를 먹다가 목이 막혀 숨졌다고 발표해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은 윤 일병 사망 직후 육군이 사인을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조작하고 군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가해자 죄명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기소했다며 지금까지 은폐 의혹을 제기해왔다.  

태그:#윤승주일병, #군인권보호관,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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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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