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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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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23. 9. 26.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찬양고무죄, 제5항 제작 운반 반포죄는 재판관 6:3 의견으로, 소지취득죄는 4:5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선고되었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8번째 합헌결정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번 합헌결정에서 국제인권기준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이번에 심리한 사건 중에는 법원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에 위배된다는 것을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결정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공개변론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가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국제인권기준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국제기구로부터 지속적으로 폐지 및 개정 권고를 받아왔다.

국제인권조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조약기구는 1992년부터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 및 개정을 권고했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4차례(1992년, 1999년, 2006년, 2015년), 사회권규약위원회는 1차례(2001년), 고문방지위원회는 3차례(1996년, 2006년, 2017년)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 및 개정을 권고했다. 또한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국가보안법 제7조와 관련하여 접수된 수개의 개인진정사건에서도 국가보안법 제7조에 따른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자유권규약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임명한 다수의 특별보고관들도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를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을 방문조사한 의견과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1995년, 2011년),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2016년),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2023년) 등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에서도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가 내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 제7조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위해 국제인권기준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번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역시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2023. 7. 6. 대한민국방문조사결과서를 발표했다. 특별보고관은 위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인권침해의 중심에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재발방지의무가 사법부를 포함한 국가에 있음을 확인하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 존속하는 이상 훼손된 피해자들의 존엄성은 회복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즉 국제인권기준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국가보안법 제7조를 존속시킨 헌법재판소는 재발방지의무를 다하지 않음과 동시에 피해자의 권리 역시 훼손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제인권조약으로부터 도출되는 국제인권기준은 사법부를 포함한 국가를 구속하는 엄연한 재판규범에 해당한다. 국제인권기준을 외면하고, 그에 따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헌법재판소가 인권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서채완 변호사(월간변론 편집위원)
 서채완 변호사(월간변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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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월간변론, #공익인권변론센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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