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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행 중에 멕시코시티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았다. 같은 식민통치를 경험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특별한 감흥으로 이 나라의 축제일에 함께했다.[기자말]
독립기념일의 행사장인 소칼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
▲ 멕시코 독립기념일의 소칼로광장  독립기념일의 행사장인 소칼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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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세대로서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3년 뒤 그날에 맞추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공표한 광복의 감격을 온몸으로 체득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한국전쟁 이후의 가난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갖은 노력과 격랑의 기억이 분노와 연민으로 세포 속에 각인되었을 뿐이다.

9월 16일은 멕시코의 독립 213주년 날이다. 광복을 교과서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 순간을 온몸의 세포로 감각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메인 행사장인 소칼로 광장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차단되어 인근에서 차에서 내렸다. 광장으로 향하는 모든 골목은 군중과 행사 퍼레이드에 참여할 군인들로 가득했다.

모두가 달뜬 표정에 즐거운 마음이 드러났다. 차가 통제된 길에서 인력거꾼들은 덩달아 바빴고 노점상들에게도 큰 대목이다. 아내는 행사 대기 중인 군인들에게 감자칩을 나누어 주었다. 성장한 그들은 화장이 망쳐질까 염려를 접고 기꺼이 미소로 받았다.
  
퍼레이드 참가를 위해 인근 도로에서 대기중인 군인들
▲ 멕시코 독일기념일 행사 퍼레이드 참가를 위해 인근 도로에서 대기중인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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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에 참가한 군인들
▲ 멕시코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참가한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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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낮게 뜬 축하비행단의 수송기와 헬기들이 연이어 날았다.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전투부대뿐만 아니라 차 위에서 부상병 시술을 시연하는 의무부대, 재난 지역에 투입된 군견의 역할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단 군견 부대, 독수리부대, 기마부대 등 멕시코의 모든 부대들은 각자의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날 밤 '돌로레스의 외침(멕시코 독립운동의 시작을 알린 미겔 이달고 신부의 선언)'을 낭독하며 종을 쳤던 대통령궁 발코니 아래 사열대에서 사열을 받았고 군중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거대한 이벤트가 규율 속에서도 자유롭다. 군중의 통제는 최소화되었고 참여한 군중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겼다.
  
대통령궁 아래 단상에서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대통령과 귀빈들
▲ 멕시코 독립기념일 행사 대통령궁 아래 단상에서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대통령과 귀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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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기와 소칼로 광장위를 나는 축하비행단
▲ 멕시코독립기념일 멕시코 국기와 소칼로 광장위를 나는 축하비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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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특별한 유대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인들답게 자녀는 물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온 가족 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손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즐거움을 앞세웠고 딸은 부모에게 더 멋진 기념사진을 남겨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정적인 성품답게 연인들은 군중 속에서 수시로 포옹과 키스를 나누었다.

이런 유연성과 유대감이 300년 동안의 식민통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지 싶다. 독립운동 지도자가 처형당하면 다음 지도자로 그 리더십이 이어지는 릴레이 경주의 배턴 터치 같은 투쟁이었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에도 멕시코 전통의상을 입은 무희와 가수들의 공연이 계속되는 광장에서 우리 부부도 길거리 음식을 즐기며 이곳의 방식을 누렸다.
   
멕시코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참가한 전통복장의 기마대
▲ 멕시코독립기념일 멕시코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참가한 전통복장의 기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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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공연중인 가수와 즐기는 군중들
▲ 멕시코독립기념일 광장에서 공연중인 가수와 즐기는 군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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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을 추억하는 음식은 따말. 옥수수 가루 반죽을 옥수수 껍질에 싸서 쪄낸 음식으로 독립전쟁 당시 전투식량으로 먹었다. 지금도 멕시코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즐기는 따말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부인이 망개나무(청미래덩굴) 잎으로 멥쌀을 싸서 찐 망개떡으로 의병들을 먹였던 것과 같은 보급이 용이한 주먹밥이었다.

축제가 우리의 축제같이 느껴졌던 것은 같은 병을 앓은 사람의 마음이 스민 탓일 것이다. 고난과 역경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연대와 친밀함이 작동한 이해와 공감, 연민과 지지가 뒤섞인 우정 같은 것이었다.
  
전통의상을 입고 독립기념행사장에 참가한 어린이
▲ 멕시코독립기념일 전통의상을 입고 독립기념행사장에 참가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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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나름의 방식대로 즐기는 가족들
▲ 멕시코독립기념일 축제를 나름의 방식대로 즐기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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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독립운동의 시작을 알린 미겔 이달고의 '돌로레스의 외침(Grito de Dolores)'은 멕시코의 가장 유명한 연설로 남았지만 전문은 전해지지 않는다. 추측되는 내용은 전투구호가 '과달루페 성모님 만세!'였던 만큼 "과달루페 성모님(기독교로 개종한 아즈텍인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한 이후 멕시코인의 가장 중요한 신심의 대상이 됨) 만세, 나쁜 정부에 죽음을, 가추핀(스페인 침략자)에 죽음을!)"이다.

이 연설문은 오늘날 각기 다르게 재구성되어 그 외침의 절실함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오브라도르대통령의 외침은 이것이었다.

"멕시코인, 멕시코인:
독립 만세!
미겔 이달고 이 코스티야 만세!
-중략-
익명의 영웅들 만세!
자유 만세 !
평등 만세!
정의 만세 !
민주주의 만세!
우리의 주권 만세!
보편적인 형제애 만세!

멕시코인, 멕시코인:
부패에 죽음을!
탐욕에 죽음을!
인종차별에 죽음을!
부당함에 죽음을!
사랑 만세!
우리 이주자 형제들 만세!
우리 원주민 만세!
멕시코 문화의 위대함 만세!
멕시코 만세!"

수많은 선조들이 흘린 피의 희생으로 얻은 멕시코의 독립과 우리의 광복. 제국주의 침탈의 야만을 용서하지만 잊지 않을 것을 소칼로 광장에서 다짐한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멕시코독립기념일,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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