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우 '다니엘'이 휩쓸고 간 리비아 데르나주에서 주민들이 잔해를 헤치며 걷고 있다. 지난 10일 다니엘이 리비아를 강타해 폭우와 홍수가 발생했고 5천명 이상이 숨졌다.
 12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우 '다니엘'이 휩쓸고 간 리비아 데르나주에서 주민들이 잔해를 헤치며 걷고 있다. 지난 10일 다니엘이 리비아를 강타해 폭우와 홍수가 발생했고 5천명 이상이 숨졌다.
ⓒ 데르나 로이터=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주 유럽의 그리스와 인접 국가들을 초토화시킨 폭풍 '대니얼'이 지중해 인근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동부 지역을 덮쳤다. 기후전문가들은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열돔' 현상이 공기 중 수증기량을 증가시켜 집중호우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폭풍 '대니얼'이 리비아에서 상상도 못한 기후재앙을 일으켰다. 12일(현지시간) 기준 리비아 내무부에 따르면 사망 5천 명, 국제적십자연맹은 1만 명 이상이 실종상태라고 밝혔다. 리비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폭풍 대니얼의 직격... 2개의 댐이 터졌다

지난주 그리스에서 대형 홍수 피해를 일으킨 폭풍 '대니얼'은 지중해로 이동해 북부 리비아를 강타한 뒤 이집트로 향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항구도시 데르나 시.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900㎞ 떨어진 데르나시를 폭풍 대니얼이 직접 강타했다. 그리고 두 개의 댐이 터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 영국의 독립언론 <가디언>지는 12일 리비아 상황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지난 주말 두 개의 댐이 터진 리비아 항구 도시 데르나의 상황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엄청난 홍수로 최소 1만 명이 실종됐다고 적십자사와 현지 관리들이 밝혔다. 리비아 동부를 통제하는 정부 대변인 모하메드 아부 라무샤는 확인된 사망자 수가 5300명을 넘었다고 국영 통신사에 말했다. 동부 정부의 또 다른 대표인 타리크 알 카라즈도 전체 사망자가 53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마을이 휩쓸려갔고 많은 시체가 바다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수백 구의 시신이 묘지에 쌓여 있었는데 몇 몇 생존자들이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카라즈는 사망자 수가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국제적십자사연맹에서도 인용한 수치이다.' (가디언 보도, 2023년 9월 12일)

급류로 변한 도로 위로 사람과 자동차가 쓸려 내려가

<가디언>은 SNS에 올라온 영상을 취합하며 당시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흙탕물이 집을 뒤덮자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급류가 강으로 변한 거리의 자동차를 휩쓸고 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현지 주민의 인터뷰를 인용해 댐이 터지던 당시 상황을 핵폭발에 비유했다.
 
'주민 후다이파 알 하사디는 "물이 모이는 일부 계곡의 깊이는 약 400미터에 이른다. 그래서 댐이 무너지자 물이 원자폭탄처럼 방출됐고, 다리 8개와 주거용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가디언)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불어난 물이 모두 해안산간지대인 데르나 인근 지역으로 향했다며 강한 흙탕물이 급류가 되며 주택, 차량, 잔해물을 휩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기상 조건이나 해수면, 강우량, 풍속 등이 잘 조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풍의 경로나 주민 대피 명령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피 경고조차 없었다
 
12일(현지시간)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주의 거리가 폭풍우 '다니엘' 영향으로 폐허가 된 모습. 다니엘 영향으로 데르나주 등지에서 홍수가 발생해 5천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12일(현지시간)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주의 거리가 폭풍우 '다니엘' 영향으로 폐허가 된 모습. 다니엘 영향으로 데르나주 등지에서 홍수가 발생해 5천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 데르나[리비아] 로이터=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가디언>은 당시 도시에서 대피하라는 요청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왜 계획이 거부되었는지에 대해 상충되는 보고가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가 풍부한 리비아는 2011년 폭동으로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정치적 내분, 부패, 외부 간섭으로 분열되었다. 통합 정부를 구성하려는 지난 10년간의 시도는 실패했으며, 대신 자체 민병대의 지원을 받는 두 경쟁 정부가 서쪽의 트리폴리와 동쪽의 토브루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로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었고, 민간 건물에 대한 규제도 최소화되었다.'

'데르나는 2019년 동부군을 지휘하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에 의해 점령될 때까지 수년간 이슬람 무장세력의 통제를 받았다. 왕립연합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국방 및 안보 연구 부교수인 잘렐 하차우이는 그 이후 동부 정부가 반군을 의심하고 주민들 의견을 배제해왔다고 말했다.' (가디언)

현지 전문가들은 이 재난은 북아프리카가 기후위기에 취약함을 드러낸 것일 뿐 아니라 부패와 무능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허리케인에 대한 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데르나에서는 대피가 없었고 현재 도시 인구의 4분의 1이 물속에 잠겨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디언>은 2022년 한 학술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지난 1959년에 발생한 큰 규모의 홍수가 반복될 경우 두 개의 댐 중 하나가 무너져 산간 지역과 데르나 시가 취약해질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고 보도했다. 재난에 대응하지 못한 정치적 무능과 무관심이 참사를 키웠다는 의미이다.

탄소배출이 부른 기후위기, 이제 저탄소 라이프를 실천할 때

믿어지지 않는 참사 소식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지난 주말에 본 외화의 한 장면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물론 아이들 있을 때는 보기 힘든 영화이긴 하지만, 부자집 도련님과 신데렐라같은 여주인공이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저 사람들은 뭘타고 다니나 뭘 입고 뭘 먹을까 봤더니, 요트 타고 자가용 비행기 타고 헬기 타고 또 자가용 비행기 타고, 고기 스테이크 먹고... 그렇게 무지막지한 탄소배출 라이프가 펼쳐진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꿈이나 로망이 되는 게 맞을까?

이런 꿈은 어떤지 조심스레 그려본다. 사랑하는 사람과 걸으며 생태하천길에서 수원청개구리 소리도 귀기울여보고 때로는 공유자전거도 타보고 둘이 같이 할머니가 해주시던 추억의 음식도 만들어보는 저탄소 라이프. 그런 모습이 미래지향적으로 멋지고 현명하게 그려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행동할 때다.

[참고 자료]
- Patrick Wintour, ['Disastrous beyond comprehension': 10,000 missing after Libya floods], (Guardian, 2023년 9월12일)
- 양예빈, [리비아에 이게 무슨 일…강력한 폭풍에 2천 명이 사망?], (KBS, 2023년 9월12일)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는 OBS 라디오의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FM 99.9)를 통해 방송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태그:#기후변화, #기후위기 , #리비아대홍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의 기후 (FM99.9 OBS라디오) 연출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