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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하며 학원알바로 구입한 나의 첫번째 노트복
▲ 나의 첫번째 노트복 글을 쓰기 시작하며 학원알바로 구입한 나의 첫번째 노트복
ⓒ 엄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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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그룹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 수업인 개인과외 수업을 하고 있는데도 평상시와 다르게 딸아이가 아직 오지 않았다. 마지막 수업의 학생이 들어왔다. 애간장이 타다 못해 핸드폰만 들여다보기를 수십 번, 머릿속은 이미 밖을 뛰쳐나가고 있었다. 틈틈이 계속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딸아이의 전화가 꺼져있다.

'도대체 얘가 어디간 거야... 휴우!'

전업주부인 딸아이 친구엄마는 일하는 나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나는 전업주부로 일하는 딸아이 친구 엄마를 부러워한다. 옆에서 늘 아이를 돌봐줄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아플 때나 이런 일이 있을 때면 그나마 재택근무라해도 아이를 찾아 뛰쳐나갈 수도 없고, 옴짝달싹할 수 없으니 갈등과 고민을 반복하는 것은 워킹맘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공부방 학생들 대부분 우리 아파트 아이들이다보니 그룹 수업을 마치고 가는 아이들에게 혹시 몰라 부탁을 했다.

"얘들아! 혹시 선생님 딸 놀이터에서 보거나 하면 빨리 집으로 오라고 얘기 좀 해줄래."
"선생님 딸, 아직 안 들어왔어요?"
"어! 이런 적이 없는데... 전화도 받지를 않네!"
"네... 알겠습니다. 나가다 혹시 보면 들어가라고 얘기할게요."


공부방 학생들 따라 나가고 싶지만, 마지막 남은 과외 수업을 해야 했다. 공부방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과목 수도 꽤 늘어나 다행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많아지면 질수록 아직 어린 딸아이는 점점 공부방 학생들보다 뒤로 밀려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공부방을 시작한 의도와는 다르게 공부방 일에 휩쓸려 딸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심심하다 보니 밖으로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일이 많아졌던 것이다. 공부방 학생들 수업이 끝난 후, 딸아이 공부를 봐주고 있지만, 저녁시간 때 봐주다보니 나도 아이도 피곤한 상황에서 수업을 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 문제가 걸려있는 상황이면 워킹맘들은 전업주부로 일하는 엄마들이 부럽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 혹여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마 나는 견디기 힘들어 살지를 못할 것이다. 아니 모든 엄마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수업내내 걱정과 근심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는 기다리다못해 수업하다 짬시간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아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잔뜩 찌푸려진 이마에 손을 얹고,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얘기했지만, 이미 지금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난데... 휴우! 아이가 없어졌어. 어딜 갔는지 전화도 안 받고... 자기가 지금 당장 빨리 찾아....."

"선생님!...... "


조금전 공부를 마치고 나간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나는 대문쪽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공부방 여학생의 손에 딸아이가 있었다. 여학생은 헐떡거리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내게 반가움을 전해왔다.

"선생님... 딸 데리고 왔어요. 저기..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놀고 있더라구요!"

다행히 공부방 여학생이 나가다가 놀고 있는 딸아이를 보고는 고맙게도 데리고 와준 것이다. 나는 순간 휴우!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안도감과 고마움도 잠시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딸아이에게 차갑게 말했다.

"너!.. 들어가 있어. 수업 끝나고 보자!"

딸아이를 찾아 데리고 와준 공부방 여학생들에게는 고마움 마음을 전하며 작은 선물을 주었다. 조금 늦어진 수업도 안도감 때문인지 편한 마음으로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전 나는 딸아이를 데리고 서재로 가 문을 닫고 조근조근 따졌다.

"너! 이 시간까지 어디 갔었니?"
"친구가 저기 가보자고 해서..."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학교 끝났으면 엄마가 전화하라고 했지. 전화도 안 받고 엄마 걱정하는 건 생각 안 해!"


애써 화난 감정을 눌러 얘기는 했지만 나도 모르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아이는 평소와는 다른 엄마의 태도에 놀라 눈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닭똥같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아이는 그만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전화기 배터리가 다 돼서..."

아이의 울음에 나도 모르게 그만 나도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전화도 안 되고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심심했단 말야. 엄마는 맨날 바쁘고..."


사실 잔뜩 걱정어린 마음에 아이에게 화는 냈지만 미안함이 더 컸다. 일을 하니 시간이 없었고, 또 피곤함에 아이를 돌보는 게 힘에 부쳤고, 아이는 자연스레 방치가 아닌 방치가 되어있었다.

아이가 아플 때,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못할 때, 학교행사에 참여해야할 때, 놀아주지 못할 때, 워킹맘들은 괴롭고 힘들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전업주부로 일하는 엄마나 워킹맘으로 일하는 엄마나, 누가 누구를 부러워할 일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워킹맘으로의 삶을 지금도 살고 있다.

현재 공부방 6년차 선생님이다. 7년 만에 엄마에서 다시 선생님으로 복귀했다. 일하면서 틈틈이 글도 쓰며 나의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성장하는 엄마이자 선생님으로 자리 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딸아이가 자라 내 나이가 됐을 때, 사회의 한 일원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워킹맘, #전업주부, #공부방, #선생님,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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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강사입니다. 브런치와 개인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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