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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흘 째인 7월 17일 오전 10시께 사고 현장인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대용량 방사포를 이용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흘 째인 7월 17일 오전 10시께 사고 현장인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대용량 방사포를 이용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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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이 사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작성된 소방 보고서와 최근 국회에 제출된 소방 자료의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시점'이 서로 다르게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당시 소방보고서엔 오전 6시 30분(참사 전)으로 적혀 있는 반면, 국회 제출 자료엔 오후 10시 4분(참사 후)이라고 나와 있어 긴급구조통제단에 부여된 현장 지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상황에서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여부는 핵심 요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이 강화되면서 육상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소방이, 해상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해경이 전권을 갖게 됐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고 발생 후 뒤늦게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돼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오전 6시 30분? 오전 10시 4분?

<오마이뉴스>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재난 당국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참사 당시 소방 내부 문건을 분석한 결과,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시점'은 보고서마다 제각각이었다.
 
충북소방본부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고 시간대별 조치사항' 문건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일부. 이 자료에 따르면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은 7월 15일 오전 10시 4분(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 카카오톡 메시지)으로 나와 있다.
 충북소방본부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고 시간대별 조치사항' 문건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일부. 이 자료에 따르면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은 7월 15일 오전 10시 4분(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 카카오톡 메시지)으로 나와 있다.
ⓒ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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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방본부는 지난 7일 임호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오송읍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고 시간대별 조치사항)를 통해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7월 15일 오전 10시 4분 가동됐다"고 밝혔다(청주서부소방서장 "통제단 가동" 카카오톡 메시지 기준). 이는 소방 당국이 오송 지하차도 사망 참사가 발생한 시점(오전 8시 37분)으로부터 1시간 27분이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충북소방본부는 참사 초기에는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오전 6시 30분에 가동했다고 보고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구조·구급 상황보고서(1~18보까지 작성)'는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이 작성, 지난 7월 15~18일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에 팩스로 보고됐다. 이 보고서에 따라 '오전 6시 30분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됐다'는 정보는 국가위기관리센터, 국정상황실, 국무조정실, 국정원 대테러센터 등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참사 현장에 비치된 현장상황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당시 참사가 일어난 궁평2지하차도에 설치된 현장상황판을 보면 '오전 6시 30분(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 통제단 가동 / (청주서부)소방서장 현장지휘'란 내용이 담겨 있다. 

긴급구조통제단은 재난 발생, 또는 재난 발생이 우려될 때 현장을 지휘·통제하는 임시 기구로 소방 당국에 의해 가동된다. 크게 중앙 긴급구조통제단과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으로 나뉘며,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은 다시 시·도 긴급구조통제단(광역단체 단위)과 시·군·구 긴급구조통제단(기초단체 단위)으로 나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은 충북소방본부와 청주서부소방서에 의해 각각 가동될 수 있었다.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앞에 설치된 청주서부소방서 재난발생현황판 일부. 위에서 두 번째 줄을 보면 오전 6시 30분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것으로 나와 있다.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앞에 설치된 청주서부소방서 재난발생현황판 일부. 위에서 두 번째 줄을 보면 오전 6시 30분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된 것으로 나와 있다.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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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이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에 팩스로 제출한 구조·구급 상황보고서(18보) 일부. 4번째 항목인 조치사항을 보면 오전 6시 30분 통제단이 가동돼 소방서장이 현장 지휘에 나선 것으로 기재돼 있다.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이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에 팩스로 제출한 구조·구급 상황보고서(18보) 일부. 4번째 항목인 조치사항을 보면 오전 6시 30분 통제단이 가동돼 소방서장이 현장 지휘에 나선 것으로 기재돼 있다.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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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법상 책임 부여돼... 회피 의도 아닌가"

오송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소방당국이 긴급구조통제단의 가동 시간대를 늦춰 정정 보고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 당국 관계자는 재난안전법상 책임 회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청한 재난 당국 관계자는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됐을 때 재난안전법상 책임이 부여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가동 시점에 대한 국회) 보고가 (참사 발생 이후로) 달라진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긴급구조통제단이) 재난 상황에서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인 만큼 법률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여지가 크므로 가동 시점에 관한 부분을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난안전법(제41조)과 시행령(제49조)에는 긴급구조통제단장이 위험구역 설정, 출입 제한, 도로 통제 등의 권한을 갖는다고 나와 있다. 오송 참사의 경우 도로 통제를 제때 하지 않아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참사 발생 전 관할 소방서장(청주서부소방서장)과 직원들이 비상근무 중이었고 이후 현장에 도착한 뒤 심각성과 위중함을 인지하고 10시 4분에 긴급구조통제단을 공식적으로 가동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이 6시 30분으로 기재된 부분은)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이 직원들로부터 보고 받은 (단순히 출동해 있다는) 내용을 상급 기관에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이라고 잘못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침수 우려가 있었음에도 왜 긴급구조통제단을 사전에 가동하지 않았냐'는 지적에는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다만 미호강이 궁평2지하차도까지 범람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임호선 의원은 "소방 당국 등 오송 참사에 책임이 있는 모든 기관에서 사고 초기 대응 혼선을 겪은 정황이 포착된다"며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명백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오송참사, #충북소방본부, #청주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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