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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특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한 농경지가 침수돼 있다.
 호우 특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한 농경지가 침수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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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치인, 언론의 기상 이변에 대한 땜빵식 대처만 하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연일 내리다가 빗줄기가 더 굵어진 18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한 말이다.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면서 정부와 언론은 침수·산사태 대처 방안만 당부하고 있다. 올 여름에 발생한 장마는 '극한호우'라는 것이다. 이런 속에 박 대표는 "기후위기가 근본 원인인데, 이에 대한 거론은 하지 않고 있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언론을 비롯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1℃ 상승했고, 수십 만년 이래 지구 평균 온도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일과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서둘러 확대하는 일이 최선의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행동요령 전파는 근원 대책 아냐... 탄소배출부터 줄여야"

- 한반도에 6월 말부터 계속된 비는 기후변화 때문인지?

"그렇다.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세계 언론과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드디어 자연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이다."

- 과거에도 기상 이변은 있었고 인간은 잘 대처해 왔지 않느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상 이변의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산업혁명(1880년대)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1℃ 상승했고 수십 만년 이래 지구 평균 온도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 전 세계 10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면서 소리쳤다.

유엔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소속 과학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들도 동참했고 체포·해고되기도 했다. 더이상 연구할 시간이 필요 없을 만큼 시급하기 때문에 연구를 그만두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의 기후위기는 결코 극복하지 못할 수 있는 위기다."

- 이번에 계속된 비가 흔히 말하는 '극한호우'인가. 정말 역대급으로 볼 수 있나.

"이번 장마 가운데 발생한 '극한호우'는 지난해부터 사용한 신조어다. 기상청이 긴급재난 문자 발송 기준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용어다. 그 기준은 강수량이 1시간에 50mm와 3시간에 90mm를 동시에 충족한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 도시는 시간당 60mm의 많은 비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 극한호우가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내년에 더 심한 극한호우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왔다.

문제는 이런 기상 이변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태도다. 정부나 정치인은 당장의 기상 재난을 잘 대처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기상이변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른 척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해야 하고 에너지 요금 인상 같은 비용을 부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표가 떨어지기 때문에 모른 척하는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기상이변을 하루 종일 보도하고 대피요령을 설명할 뿐 기상이변이 오지 않게 하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고객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 정부의 기상재난 대응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할 말이 많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올해와 같은 극한호우가 앞으로도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명피해 저감대책을 밝혔다. 지역주민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과학적인 예보, 경보체계를 운용하고 주민 강제 대피령 제도를 도입한다. 산사태 위험 등급별 관리방안과 대피요령을 마련한다. 산사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관리한다. 모두 이번 기상 이변에 대한 땜빵식 처방이다.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대책으로 댐, 보, 저수지를 연결하는 물 공급망을 만들고, 하수를 재활용하겠다고 했다. 해수 담수화와 인공지능 활용한 물 부족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이들 대책 역시 땜빵식 대처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쏟아지는 물 폭탄, 집중호우 발생시 행동요령을 밝히면서,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 진입금지, 지하공간 지하차도 차량 침수시 행동요령, 지하 주차장 차량 침수 시 요령 등을 알려줄 뿐 근원적인 기상재난 대비 방안은 언급조차 없다. 기후위기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것은 곧 탄소 배출부터 줄이자고 해야 하는데, 그런 말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도 결국 재생에너지의 길로 돌아올 것"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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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이변의 근원적인 대처라면 무엇인가?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조속히 중단하는 일이 급선무다. 대안으로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이 세 가지 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중교통 이용, 육식 줄이기 등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문제에 비하면 그 영향이 크지 않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 이것이 전 세계 각국의 공통된 해결책이다. 그래서 전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 다른 길이라 하면 뭘 말하나?

"원자력의 길과 재생에너지 축소의 길이다. '기후악당국'의 길로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의 여러 가지 형태의 압박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길로 돌아올 것이라 판단한다."

- 왜 언론은 기후위기 근본 대책에 침묵한다고 보는가.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인간이 자연과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자연과 계속 싸워 이기거나 인간의 피해를 줄일 생각밖에 없는 듯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믿는 것 같다. 프란체스카 교황은 '신은 항상 용서하지만 자연은 인간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말한다. '6개월 동안의 호주 산불과 북극 해빙, 코로나 감염병은 기후변화를 무시한 인간에 대한 자연의 응답, 복수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행성의 상태가 깨졌다. 인류는 자연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자살행위다. 자연은 증가하는 힘과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라고 했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언론은 알아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일과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서둘러 확대하는 일이 최선의 방안이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 이 세 가지 외 다른 방안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 대신 복원을 외쳐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절규한다. 언론은 더 이상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정치인을 따라가지 마라. 우리나라만 탄소 배출 줄인다고 기후위기 막을 수 있냐고 하는 이기적인 언론이 되지 마라."

태그:#집중호우, #기후위기,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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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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