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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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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법원 공탁관의 '판결금' 공탁 불수리 처분에 불복하고 낸 재판에서 전직 대법관이 포함된 호화 소송대리인단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광주지법 민사 제44 단독 강애란 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공탁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재판의 소송대리인으로 모두 2개의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이 사건 재판은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금이 아닌 제3자가 마련한 판결금 수령은 거부한다는 양금덕(92·광주광역시) 할머니 의사에 따라 재단이 신청한 판결금 공탁을 광주지법 공탁관이 최근 '불수리' 처분하자, 재단이 지난 5일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열리게 됐다.

재단 측은 지난 11일까지 법무법인 2곳(세종, 바른)에 걸쳐 모두 8명의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측 소송대리인 명단에는 2009~2015년 대법관을 지낸 민일영 변호사도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관 퇴임 직후인 2015년 11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인 초임 부장판사들에게 '선배를 힘들게 하는 판결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민 전 대법관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측은 "민 전 대법관이 일제강제동원 관련 정부 재단측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임 배경 등 추가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 법무법인 2곳-변호사 8명 선임... 총력전 
  
민일영 전 대법관
 민일영 전 대법관
ⓒ 법무법인 세종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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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도 재단 측 소송대리인에 이름을 올렸다. 강 변호사는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3명과 함께 정부 측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11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의견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판결금 공탁을 거부한 광주지법 공탁관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재단 측은 공탁관 불수리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에 법무법인 2곳에 걸쳐 8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소송 이전부터 줄곧 법률 자문을 받아왔다"고 했다.

재단을 앞세운 정부가 전직 대법관이 포함된 호화 소송대리인단을 꾸리면서까지 총력 대응에 나선 데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부과된 위자료 채무를 공탁 절차를 통해 반드시 대신 갚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4명의 피해자 및 유족은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채권을 보유 중인데, 이들은 정부의 줄기찬 종용에도 '제3자 변제금' 수령은 거부한다는 의사가 확고한 상태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 역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우리 측이 배상해야 하는 채무(위자료)는 없다.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 할머니 등은 위자료 배상을 거부하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측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 중으로, 현재 대법원 최종 판단만을 남겨뒀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소위 '판결금'을 법원에 맡기는 공탁으로 피해자의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에게 지운 배상금 채무를 소멸시키겠다며,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공탁을 통한 전범기업 채무 소멸에 나선 정부에 맞서 양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를 줄곧 지원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전국 600여 시민단체 연합 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 투쟁 지원을 위한 대국민 성금 모금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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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금덕, #공탁, #강제동원, #판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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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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