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도보 행진에 앞서 동대구역사에서 만난 이원영 교수가 손수 만든 현수막을 펼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보 행진에 앞서 동대구역사에서 만난 이원영 교수가 손수 만든 현수막을 펼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오후 5시 2분]

"방사능 오염수를 버릴지 말지는 국민이 직접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1600㎞를 걸으면서 그 뜻을 서간문집에 담아 일본 국회와 내각 그리고 한국 정부에도 전달하고자 합니다."

6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에서 3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방사능 오염수 방류중지 한일 시민 도보행진에 나선 이원영 전 수원대 교수(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 단장)의 말이다.  '

순례에 앞서 이들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면서 전날 있었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대구시민 대토론회'에서 50여 명의 대구시민들과 함께 공동으로 작성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대구시민 결의문'도 이원영 교수에게 전달했다.
 
도보행진에 앞서 모인 대구시민들이 동대구역광장에서 출정을 준비하고 있다.
 도보행진에 앞서 모인 대구시민들이 동대구역광장에서 출정을 준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원영 교수는 지난 6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도보행진에 나선 것으로, 18일 만에 대구에 도착해 오전에 서대구역에서부터 동대구역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그리고 이날 오후 일정 위해 오후 4시 30분 동대구역 광장에 다시 모여서 또 한 번의 출정식을 연 것이다.

이 도보행진은 이 교수의 자발적 의지로 시작됐다. 그는 6년 전 '탈핵'을 기치로 내걸고 한국에서부터 로마까지 장장 8200㎞ 대장정의 도보행진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번 도보행진은 그 연장선에 있다. 핵발전소의 붕괴사고로 말미암은 핵 오염수 방류 문제로 촉발된 것이 이번 도보행진이니 말이다.

그는 오는 7월 15일까지 도보로 부산까지 가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해 7월 16일부터 9월 11일까지 1100㎞를 행진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에 걸쳐 장장 1600㎞ 대장정을 벌이는 것이다.

이 순례는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과 함께 시작했고, 순례 일정 등을 SNS 등에 올리면 그 공지를 보고 각 지역 순례객들이 호응해서 해당 지역을 함께 순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도보행진 순례단이 대구 동구 구간을 걷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도보행진 순례단이 대구 동구 구간을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동구 아양교 구간을 걸으며 순례단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구 아양교 구간을 걸으며 순례단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날도 SNS와 각종 단톡방 등에 올라간 순례 일정을 보고 30명의 대구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서울에서 대구에 이르는 동안 가장 많은 인원들이 모였다"며 이원영 교수는 대구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 30명의 대구시민과 함께 행진이 시작됐다. 순례 코스는 주로 사람들과 차량이 많이 오가는 대로를 중심으로 정해졌다. 동대구역 광장을 시작으로 해서 동구 아양교에 다다르고 그 이후부터는 지하철역을 따라 대로로 이동하면서 대구시민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위험하다, 오염수 배출 즉각 중단하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중지 한일시민 도보행진단이 대구 동구를 걷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중지 한일시민 도보행진단이 대구 동구를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신호등으로 길이 막히면 그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신호등으로 길이 막히면 그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원전 오염수 배출 즉각 중단하라! 아이들이 위험하다 즉각 중단하라! 일본 정부는 사죄하고 각성하라! 한국 정부는 즉각 반대하라! 윤석열 정권은 석고대죄하라! 원전 오염수 배출 즉각 중단하라!"

이동하면서 이원영 교수의 선창으로 30명이 함께하는 우렁찬 구호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지나는 행인들이 돌아볼 수밖에 없다. 힐끗힐끗 돌아보면서 박수치는 분들도 있고, 애써 외면하는 분도 있다. 한 시민은 거짓 선동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차분히 도보단을 바라봐 주었다.

행진을 하는 도중 이번 순례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 이원영 교수에게 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이번 순례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원전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편하려고 버리는 거니 우리가 막아야 하는데, 그냥 말로 해선 안 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동 중에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 행진이니, 행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으고 그 뜻을 전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 다녀보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시민들이 격려도 해주고, 음료수도 사다 주고 그럽니다 하하. 낚시하는 한 시민은 자신 같은 이들이 할 일을 여러분이 한다면서 음료수를 모두에게 돌리기도 했어요."
 
이날 모인 도보행진단이 대구 동구구간을 걸었다. 방촌역에서 모두 함께
 이날 모인 도보행진단이 대구 동구구간을 걸었다. 방촌역에서 모두 함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못 버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버리면 국제해양법 위반 때문에 민형사 소송을 당할 거라고 봅니다. 수산업과 관련된 모든 경제 단체나 그룹들이 국제소송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봐요."

- 이번 순례를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제사회가 고장이 나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엔도,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왜 IAEA라는 원자력 진흥기구가 앞장을 서나요? 이건 있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지구촌 주인들이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민중들이 관심을 모으고 에너지를 모아서 뭔가를 하자, 이런 결기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일본에 갈 예정이다. 그곳에선 무엇을 할 것인가?

"6년 전에 같이 걸었던 탈핵 동지들이 있어요. 히로시마에서 나가사키까지 430㎞인데, 동네마다 탈핵운동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가면 다시 결합할 겁니다."
  
도보행진단은 이날 동대구역에서 안심역까지 거의 10킬로미터 구간을 걸었다
 도보행진단은 이날 동대구역에서 안심역까지 거의 10킬로미터 구간을 걸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날 동대구역에서부터 함께한 시민들이 10킬로미터 안심역까지 함께 걸어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날 동대구역에서부터 함께한 시민들이 10킬로미터 안심역까지 함께 걸어 행진을 마무리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끝으로 이번 핵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같이 걸으면 제일 좋습니다. 행진하는 것이야말로 반대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이렇게 움직이면 사람들이 '저 사람들이 왜 걷나' 눈으로 보고, 확인하게 되고, 생각할 기회를 주는 거기 때문에 효과가 굉장히 큽니다. 행진하러 나오시면 돼요."

'방사능 오염수 방류중지 도보행진'은 계속돼야

이날 도보행진에 참여해 10㎞ 대구구간을 함께 걸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일본의 무지막지한 핵 오염수 방류에 맞서 분노만 했지,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오늘 함께 걸어보니 도보행진이 우리가 큰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이원영 교수가 부산으로 일본으로 가더라도 우리 지역 내에서도 이같은 핵 오염수 방류 반대 도보행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영 교수가 자신이 직접 붓글씨로 쓴 도보행진 출정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이원영 교수가 자신이 직접 붓글씨로 쓴 도보행진 출정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아래는 도보행진을 시작하면서 남긴 이원영 교수가 쓴 글이다. 말하자면 도보행진 출정기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중지 한일시민도보행진을 시작하면서>
 

"왜 굳이 바다에 버리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희석해도 방사능의 절대량은 그대로입니다. 바다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방사능은 반감기가 있으므로 보관만 잘해두면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왜 보관하지 못 합니까?

일본 정부는 뭇 생명들을 고의로 파괴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인류 자멸의 테러는 중지되어야 합니다. 이젠 지구촌 주인이 나서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걸어서 이를 일깨워주고 방류를 막고자 합니다. 함께 걸으면 이룰 수 있습니다."

2023년 6월 18일
한국의 시민들이 서울을 출발하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후쿠시마 ,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이원영 교수, #도보행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