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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장제원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25
▲ 발언하는 장제원 행정안전위원장 지난 4월 25일 장제원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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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왼쪽으로 옮긴 거 부끄러운 줄 아세요!"

장제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같은 위원회 소속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이 의원이 행안위 전체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자, 난데없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꺼내 들어 공세를 펼친 것이다. 참고로, 돈 봉투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 오른쪽(위원장 기준)에서 왼쪽으로 행안위 좌석을 이동한 상태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이 의원은 신상발언을 요청했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오전 회의를 정회하기 전까지 이 의원에게 신상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상임위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발단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였다. 조 의원은 16일 진행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향해 ▲ 선관위의 문재인 전 대통령 고액 후원자에 일감 몰아주기 ▲ 임원 자녀의 '아빠찬스' 선관위 특혜 채용 ▲ 보안자문위원회의 전문성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외부 감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 사무총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아빠찬스 의혹이) 드러나면 책임을 지겠다"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선 "보안 업체를 선정할 땐 법과 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심사하고, 의뢰해서 조달을 통해서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장제원 "아직까지 소리 지를 힘 남으셨네, 왼쪽으로 옮긴 거 부끄러운 줄 알라"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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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회의 진행을 해야 할 장 위원장은 박 사무총장에게 관련 질의를 이어가며 외부 감사를 받으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장 위원장은 박 사무총장에게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으며 다소 거칠게 몰아붙였다.

장 위원장은 "(관련 의혹이 제기됐는데) 외부로부터 점검을 받을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 사무총장이 "보안 업체 점검을 받고, 필요하면 그보다 더..."라고 말하자, 장 위원장은 말을 끊으며 "'그보다 더'가 무엇이냐. 현안 질의에 왔으면 대안을 갖고 왔을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사실상 외부 감사를 받으라는 압박이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장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항의했다. "좀 더 들어보자"거나 "(위원장이면) 사회를 보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이었다.

이에 장제원 위원장은 항의하는 의원 가운데 이성만 의원을 겨냥해 "좀 들으세요. 좀 들으세요. 좀 들으세요. 들으세요. 아직까지 소리 지를 힘이 남으셨네요!"라고 소리쳤다. 이어 "아직까지 손가락질을 하고, 아직도 그런 힘이 남으셨네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왼쪽으로 옮긴 거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이 언급한 "왼쪽으로 옮긴 것"이란 말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당사자로 이 의원이 탈당하자, 회의장 자리가 오른쪽(위원장 기준)에서 왼쪽으로 변경 배치된 것을 의미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자,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꺼내 들어 맞불을 놓은 셈이다.
 
무소속 이성만 의원(오른쪽)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 행안위 전체회의 출석한 이성만 의원 무소속 이성만 의원(오른쪽)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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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위원장의 갑작스런 공세에, 회의장은 8분여 동안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와 장 위원장 고성으로 메워졌다. 이 의원은 개인적인 정치적 공세나 모욕감을 느꼈을 때 하는 신상발언을 요청했지만, 장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 "동료 의원 모욕, 사과 촉구"... 이성만 "선당후사 조롱, 용납 못해"

이후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 일동은 성명을 내 장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규탄했다. 민주당 의원 일동은 "위원장이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각 위원들의 예정된 질의순서가 끝난 뒤에 질의하는 것이 국회 상임위 관례이자 예의인데, 장 위원장은 질의 순서 초반부터 다른 위원들의 동의 없이 개인의 답변을 강요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의원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아직까지 소리 지를 힘이 남으셨네요' '왼쪽으로 옮긴 거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모욕하며 편파적으로 회의를 강행했다"며 "장 위원장의 각성과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한다"라고 짚었다.

이성만 의원은 회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 의원이 탈당한 것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비난에 대해서 제 결백은 나중에 밝히더라도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당후사(였다)"라며 "이를 조롱한 것은 인간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이며 중립적이어야 할 상임위 진행자로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서의 정치적 의도와 기획 아래 기생된 게 아닌지 강력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모든 과정은 언론과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혀나가겠다"며 "장제원 의원은 본 의원에 대한 모욕과 막말에 대해 즉각적으로 사과하라. 편파적 강압적 상임위 독재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장제원, #이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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