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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한 달 두 번의 소중한 일요일을 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일요일 의무휴업이 없어지고 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던 과거의 시절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정의 달인 5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을 잃지 않으려는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트노조가 지난 3~4월 진행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마트노동자들의 5월이 우울한 이유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이, 어버이날에는 부모님들이, 성년의 날에는 다 큰 자녀들이 가족과 함께 축하하고 감사하는 따뜻한 달입니다.

하지만 올해 5월 가정의 달이라 더욱 슬픈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은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말자고,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생겨서는 안 되니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며 거리에서 눈물의 어버이날을 맞으셨습니다.

지난 1일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에 맞서 분신하신 양회동 열사의 가족은 여전히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12일 윤석열 정권은 건설노조 간부의 집과 사무실을 또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러다가 쟁의권이 있는 모든 노동조합이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정권의 행태는, 열사의 가족과 동료들에게 분통함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마트노동자의 5월 역시 우울합니다. 10년 넘게 5월 2번째, 4번째 의무휴업인 일요일에는 아이, 부모님과 함께 가족애를 다지는 시간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청주와 대구의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가족과 함께 하는 5월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경남본부는 3월 21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경남본부는 3월 21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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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왜 일요일을 빼앗겨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미 10년 동안 시행된 제도입니다. 11살인 저의 아이는 대형마트는 원래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는 영업하지 않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객들은 마트의 매출보다도 마트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할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2년 9월에 국회의장실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일요일 의무휴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대형마트 측은 온라인유통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는데,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온라인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의무휴업이 재래시장의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재래시장과 중소자영업자들은 한 달 2번 일요일 휴무마저 없애는 윤석열 정권이 대형 유통 자본의 골목상권 장악을 어떻게 막으려고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2011년 갓 20대가 된 피자배달 노동자들이 '30분 배달제' 때문에 연이어 죽음에 내몰렸습니다. 그때 시민들은 '빠른 피자보다 안전한 피자를' 원한다고 말하며 30분 배달제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에도 우리 시민들은 '천천히 와도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되고 나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0~20% 증가했다고 합니다. 대형마트가 돈을 벌어들이는 동안 마트노동자들은 어린이날 함께 놀러 가겠다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형제들이 고향의 부모님을 보기 위해 모인 그날 마트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마트노동자들은 일요일에 일하지만 회사는 휴일근무수당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규제개혁 1호로 명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결국 유통재벌의 돈벌이를 위해 마트노동자들의 일요일을 강탈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자긍심과 낙관... 우리는 '일요일'을 지켜낼 겁니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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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해 오던 것들이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사라져버렸습니다. 하지만 반노동, 반민생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의 임기는 얼마남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 마트노동자들은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일요일을 강탈해간 윤석열 정권의 임기를 앞당기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지난 3~4월, 마트산업노동조합에서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첫 문학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마트노동자에게 일요일은 희망입니다. 모든 마트노동자의 일요일을 지켜주세요'라는 주제입니다.

여러 노동자들이 일요일 의무휴업, 감정노동, 마트 노동자의 삶과 노동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산문과 시로 엮어주셨습니다. 70편이 넘는 글들은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읽다 보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너무 재밌어서 배가 아프게 웃기도 했습니다.

모든 작품에 하나의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마트 현장을 바꿔낸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었고, 노동조합으로 뭉쳐 싸우면 노동자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낙관이었습니다. 마트노조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민정씨는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태그:#마트노조, #의무휴업, #문학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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