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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노랫소리를 통해 새들을 만나는 사람들. 즉 야생과 교감하는 사람들이다.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통해 새들을 만나는 사람들. 즉 야생과 교감하는 사람들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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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최북단 강원도 그중에서도 가장 끝단의 고장 인제, 그래서 '하늘 내린 인제'라 불리는 강원도 인제군엘 다녀왔다. 대구서 차로 꼬박 네 시간을 달려야 했다. 대구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고장 중의 하나이고, 군대를 다녀온 분들에겐 군 시절 추억을 불러오는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란 말에서 느껴지듯 그만큼 첩첩산중의 오지 중의 오지의 고장으로만 알려진 그 인제다. 그런데 난생 처음 가본 인제는 오지란 이미지 보단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줄기가 흐르는 소양강이 흐르는 도시. 그리고 산새들의 도시로 각인된다.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

바로 지역의 우수한 생태적 자산을 활용한 여행인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타진해본 '사전 답사 여행'(팸투어)인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에 다녀온 것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생태투어는 5월 12일부터 14일간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고 (사)하늘내린인제로컬투어사업단이 주관하고, 생태 관련 교구와 장비 판매 및 교육사업으로 이름 높은 에코샵홀씨(주)가 주최했다.

(사)하늘내린인제로컬투어사업단은 이러한 인제군의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한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의 활로를 모색해보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단법인으로 인제군의 지원 아래 인제군의 자연을 매개로 해서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중에 있다. 그 일환으로 이번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가 마련된 것이다.
 
소리로 만다는 산새 투어에 참가한 사전 답사 여행 참가자들이 인제의 숲에서 새 소리와 야생의 질서를 만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소리로 만다는 산새 투어에 참가한 사전 답사 여행 참가자들이 인제의 숲에서 새 소리와 야생의 질서를 만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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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을 막아 만들어진 소양호의 최동편에 해당하는 마을인 인제군 신월리 '달 뜨는 마을'에서 이번 답사 여행은 시작됐다. 12일 오후 이 마을 체험관에서 전국에서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생태 해설사와 환경운동가, 초보 탐조인 및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 열일곱 분이 모였다.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란 이 생소한 프로그램은 에코샵홀씨가 두 번째로 마련한 생태 강좌 겸 생태 여행 프로그램이다. 에코샵홀씨 20주년 기념 특별강좌 "두번째 새소리 필드워크 - 소리를 보다, 생명의 소리를 듣다"로 소개된 이번 프로그램의 설명을 잠깐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동 트는 새벽녘 새들이 합창하는 이유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자연의 신비 중 하나입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에 함께 모여 '언제 어떤 새가 노래를 시작할지' 귀 기울여 보는 것은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온통 연둣빛으로 피어나는 숲에서 특별한 새소리를 찾아 떠나 보아요."
  
자신의 암자인 도연암을 찾는 150종의 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열강하는 도연 스님
 자신의 암자인 도연암을 찾는 150종의 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열강하는 도연 스님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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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새 투어의 시작은 탐조가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진정한 새들의 벗인 도연 스님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도연 스님은 "거대한 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중국의 한 고장에서 발굴된 공룡화석으로부터 공룡의 앞발이 날개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주었는데, 그 거대한 공룡이 몸집을 줄이고 줄여서 작은 새로 진화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비였다.

이어 자신의 암자에 날라 오는 약 150여 종의 산새들과 어떻게 교감해왔는지를 아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주었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은 둥지상자의 기능이다. 집을 지을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새들을 위해서 둥지상자를 만들어주는 것은 생태적으로 아주 훌륭한 보시 행위이자 생태교육 행위란 것이다.

이른 새벽,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사람들

이어 에코샵홀씨 양경모 대표로부터 새 소리를 통해 산새들을 확인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귀로 듣는 새 소리 경연대회'를 열어 총 12종의 다채롭고도 신비하기까지 한 산새들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고, 그 중 참가들의 평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 소리를 간직한 새로 호반새와 휘파람새가 선정됐다.
 
에코샵홀씨 양경보 대표가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려주면서 참가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에코샵홀씨 양경보 대표가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려주면서 참가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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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구애의 소리인 'song'과 위급할 때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내는 소리인 'call'로 구분되는데 새의 노랫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구애의 소리인즉 그것이 종족 번식이라는 생존 본능과 연결돼 있는 까닭에 그렇게 아름답게 진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한 신비롭고도 놀라운 체험의 시간이었다. 유명한 문인인 괴테는 자연의 소리에 대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을 남겼다.
 
"눈을 꼭 감고 귀를 쫑긋 세워보라. 가장 부드러운 소리에서부터 가장 원시적인 소음에 이르기까지 가장 단순한 음에서부터 천상의 하모니에 이르기까지 가장 상냥하고 달콤한 음성에서부터 가장 난폭하고, 격정적인 울부짓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소리는 자연의 언어이다. 자연은 다양한 소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힘과 삶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보이는 세계'에 눈을 감고, '들리는 세계'에 귀 기울이면,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포착하게 될 것이다."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포착하는 시간은 그 다음날 주어졌다. 13일 새벽 동이 트기 전인 새벽 5시에 이들은 체험장의 마당에 모여서 뒷산에서부터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새벽 탐조에 나선 참가자들이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새벽 탐조에 나선 참가자들이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양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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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모 대표는 "동트기 20여 분 전에 이들의 소리가 절정에 이른다"고 설명해주었는데 정말 동트기 전 여명과 함께 새들의 노랫소리는 위대한 하모니로 들려왔다. 그 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기 위해서 산 아래로 이동해서 귀를 기울였다. 보다 맑고도 청아한 자연의 합창을 듣는 시간으로 황홀한 경험이었다.

산솔새의 노랫소리를 시작으로 뻐꾸기, 소쩍새, 노랑턱멧새, 묏비둘기, 꿩, 흰눈섭황금새, 방울새, 알락할미새, 되지빠귀, 벙어리뻐꾸기 등의 노랫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들려왔다.

이어 자연의 언어를 듣는 시간은 산속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그야말로 원시림에 가까운 강원도 인제의 산속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는 신비 그 자체였다. 새벽녘 그 많은 합창보다는 많지는 않았지만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산솔새 수컷이 부르는 구애의 소리는 한편 구슬프면서도 더 청아하게 들려왔다.
  
노래 부르는 새를 망원경으로 찾아 보고 있다. 숲속에서의 탐조 시간이다.
 노래 부르는 새를 망원경으로 찾아 보고 있다. 숲속에서의 탐조 시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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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의 체험은 산새들의 노랫소리 못지않게 다양한 야생화의 세계로 빠져드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인제로컬투어사업단 김호진 생태해설가와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의 안내로 두 곳의 서로 다른 숲에서 참으로 다양한 야생화들과 지의류들 그리고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통해서 야생과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이 됐다.

그 시간은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대자연의 향연을 제대로 듣는 '귀'와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지게 된 시간이었다.
 
김호진 해설가가  한 너럭바위 앺에서 이 바윗돌의 생성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김호진 해설가가 한 너럭바위 앺에서 이 바윗돌의 생성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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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중 하나인 졸방제비꽃의 아름다운 자태
 제비꽃 중 하나인 졸방제비꽃의 아름다운 자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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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만난 야생화 금낭화의 아름다운 자태.
 숲속에서 만난 야생화 금낭화의 아름다운 자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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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 서적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 중 하나인 <모래 군의 열두 달>의 저자 알도 레오 폴드는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을 남겼다.
 
"야생 세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 수필집은 그렇지 못한 어떤 사람의 환희와 딜레마를 담은 것이다. 야생 세계는 진보로 인한 파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람과 일몰이 그런 것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 우리는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리고 자유로운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부닥쳐 있다. 우리 소수파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고귀하며,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권리이다"
 
숲속에서 대자연의 야생과 교감하고 이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로부터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숲속에서 대자연의 야생과 교감하고 이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로부터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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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레오 폴드가 밝힌 것처럼 천혜의 자연의 고장 인제에서 비로소 고귀하고도 소중한 권리인 '야생'의 세계에 보다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야생의 흔적을 쫓으면서 자연의 신비를 찾아가다보면 '인간들만을 위한 자연'이 아닌 진정으로 야생과 공존하는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허락한 이곳 강원도 인제를 곧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다시 대자연의 소리와 야생의 흔적에 흠뻑 빠져보는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수령 100년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와 교감하고 있는 한 참가자.
 수령 100년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와 교감하고 있는 한 참가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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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철리길의 하나인 발달고치 숲길에서 만난 등산 리본이 아름답다.
 인제철리길의 하나인 발달고치 숲길에서 만난 등산 리본이 아름답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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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고치숲길의 한 바위틈에 박새가 지은 집이 목격됐다.
 박달고치숲길의 한 바위틈에 박새가 지은 집이 목격됐다.
ⓒ ㄷ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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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야생과 교감하고 있다.
 숲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야생과 교감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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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소리를 통해 새들을 넘어 야생과 교감하는 이들이 망원경으로 산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산새들의 소리를 통해 새들을 넘어 야생과 교감하는 이들이 망원경으로 산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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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산새 투어, #인제군, #인제로컬투어사업단, #에코샵홀씨, #도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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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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