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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성 목사는 전북 익산 출생으로 서울 한성고, 연세대 신학과, 연세대 대학원 신학과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지난 2004년 부터는 매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 CPI)를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사를 지냈다. 또 현재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투명성기구 국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을 지내면서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거침없이 파헤쳤고, 그 과정에서 협박과 고발 등 온갖 어려움을 당했다(관련기사 : "사립유치원, 교육청에서 손댈 수 없는 '성역'이었다" https://omn.kr/1baak)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시절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을 지냈고 필자는 당시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그는 또 국가청렴위원회 위원,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상임집행위원을 지낸 반부패 전문가다. 다음은 지난 1월 31일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와 관련해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2022년 세계 부패인식지수
 2022년 세계 부패인식지수
ⓒ 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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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1일 한국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2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에서 한국은 100점 기준에 63점으로 180개 국가 중 31위에 올랐다. 먼저 이 결과에 대해 총평을 하면?
"국제투명성기구의 2002년 부패인식지수(https://www.transparency.org/en/cpi/2022)에서 우리나라가 점수와 순위에서 1점과 1순위 오른 것은 함께 기뻐할 일이다. 특히 국제투명성기구가 2018년부터 4년 동안 CPI 점수의 개선 폭이 큰 대표적인 국가로 한국을 꼽은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38개 OECD 가입국가들 중에서는 22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서의 명성이나 위상에 비추어본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 이번 CPI에서 한국의 결과가 보여주는 두드러진 특징은 공적자금과 관련한 청렴도가 크게 개선된 점이다. 하지만 공직사회 그리고 경제활동과 관련된 지표들이 하락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나?
"뇌물이 부패의 전부는 아니다. 이번 결과는 한 마디로 '보이는' 뇌물은 줄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또 '교묘하고 지능적인' 부패가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CPI는 '인덱스들로 만든 인덱스'(index of indices)라고 불린다. 즉 하나의 조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자료들을 취합하여 표준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각 조사별로 질문의 특성에 따라 그 나라의 분야별 청렴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CPI에서 한국이 언급된 10개 조사들 중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 있다.

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뇌물 관행을 묻는 국가위험지수로 지난해(2021) 55점에서 올해(2022) 72점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지수는 61점에서 57점으로,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란 기관에서 정치부패의 만연 정도를 측정한 결과에서 71점에서 67점으로 하락하면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걸) 가로막았다. 직접적인 뇌물은 줄고 있지만, 정치부패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이렇게 하락한 우리나라 공직사회 그리고 경제활동과 관련된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경제계의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부패는 어느 한 부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되기 힘들다. 공공부문과 경제부문은 우리 사회의 양대 주축 아닌가? 유엔 반부패협약의 비준국으로서 우리나라 사회 각 부문이 꾸준하게 또 성실하게 그 기준에 맞추어 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청렴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 2005년 공공부문, 기업, 정치부문, 시민사회 등이 반부패를 내걸고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하고 추진했던 투명사회협약이 최선의 모델이라고 본다."
 
2010년 국제투명성기구 임원들과 함께(김거정 왼쪽 뒤)
 2010년 국제투명성기구 임원들과 함께(김거정 왼쪽 뒤)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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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촉구한 '민관협력을 통한 반부패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동반한 민관협력이 필수적인 것 같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민간단체 보조금' 조사를 선언했다. 이에 시민사회는 "정치적 줄세우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대결적 상황에서 민관협력을 통한 반부패문화를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까?
"가장 심각하고 대규모의 부패는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검찰이나 감사원 등이 권력의 하수인처럼 일부 소수 이익집단이 되어 작동한다면 그런 권력의 남용이 가장 심각한 부패 아닌가? 자잘한 뇌물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소수 이익집단이 말아먹는 이른바 '정책포획'이나 부패집단과 권력의 결탁을 통한 봐주기 등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난 것이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도 내부 거버넌스를 개선할 책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부만을 부패집단으로 낙인찍어 마녀사냥 하듯, 부패를 도려내고 발라낼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권력과 그 주변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반대세력에게는 가혹하게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시민사회의 감시나 지적, 조언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액튼 경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구를 들려주고 싶다. 민관협력이 불가능할 때에는 기다리며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어찌하겠나? 들으려 하지 않더라도 부패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의 마땅한 책임(due diligence)이다."

- 2004년 우리나라 최초로 3년 임기의 국제투명성기구 이사로 선출되었고, 2007년에 재선, 그리고 2020년에는 1년 임기의 이사로 위촉되어 재무감사위원장을 맡는 등 세 차례 이사로 활동하셨고, 지금은 국제투명성기구의 국제위원으로 역할하고 계신다. 국제위원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또 그런 활동들을 통해 깨닫고 또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우선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이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개인적 능력보다는 한국 사회나 아시아-태평양 권역의 반부패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 또는 격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국제위원회는 TI 운동의 구체적인 활동과 목표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 선임된 34명의 독립적인 전문가 그룹이다.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으로 TI 운동을 지원하며, 외부 개인 및 기관과의 지식 교류, 그리고 외부 행사나 회의에서 TI를 대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TI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첫째 부패를 적발처벌이나 제도개선 등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고 '통전적인 접근'(holistic approach)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청렴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공공부문, 기업부문, 시민사회 등의 연대와 협력(coalition building)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구체적인 반부패 전략은 각 사회의 조건과 특성에 맞게 꾸려져야 한다."
 
CPI 점수 변화폭이 큰 국가들(2018-2022), 출처: Transparency International, 2023.
 CPI 점수 변화폭이 큰 국가들(2018-2022), 출처: Transparency International, 2023.
ⓒ 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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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박사님의 최근 책 <함께 빛나는 큰 별>에서도 지적하셨지만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학에서 공익신고자들에 대한 보호가 너무나 빈약하다. 공익신고자 보호확대를 위해 정부의 어떤 조치가 더욱 절실하다고 보는지?
"일부 비리 사학들은 학교나 교육을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하고, 직무 관련자들에게 뇌물이나 향응 제공으로 유착관계를 강화해갔던 것이 그들의 과거 흑역사이다. 사학의 이런 상황을 드러내고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해 나선 분들이 바로 공익신고자들이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개정되어 이제 사립학교법도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도 사학에서의 비리 신고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고에 따른 불이익 조처를 당하기 쉽고 또 신고 후에도 같은 재단 내 학교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이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사학비리 신고자들을 '공립특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사학의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 이번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면서 한국투명성기구는 "정부 차원의 반부패리더십을 강화하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에 부패인식지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예측하나.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그 국가 또는 사회의 종합적인 노력의 결과가 지수로 나타나는 것이어서 함부로 예측할 일은 아니다. 다만, 각 정권마다 부패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나 접근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향후 변화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반부패를 마치 일종의 규제처럼 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당시 한국투명성기구 등이 성명에서 국가청렴위원회 폐지와 반부패 정책 후퇴에 반대했고, '반부패 없이는 건강한 경제성장도 없다'는 국제투명성기구 메시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견해를 무시해버린 결과가 이후 부패인식지수에 나타났다. 100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매년 평균 1.82점 상승,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0.18점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1.77점씩 상승했는데, 이런 상승세가 다시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락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더욱이 '내 편'과 '네 편'에 서로 다른 반부패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1771년 프랑스 대사의 보고서에 "스웨덴은 정부와 의회의 모든 정치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부패의 병에 감염되어 움직이는 나라"라 기록되어있다. 하지만 지금 스웨덴은 세계 청렴선진국 중 하나다. 스웨덴의 부패청산 성공모델은 위로부터의 개혁모델이었다.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새로운 국가재건에 동참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위로부터의 부패청산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부패의 극복은 물론 스웨덴처럼 위로부터, 즉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서 진전한 모델도 있지만, 반대로 아래로부터, 즉 국민적 분노와 항거를 통해 실현된 모델도 여럿 있다. 따라서 둘 중 어떤 모델이 잘 작동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양자가 결합한 모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미루어 볼 때 반부패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도는 국민적 감시와 참여, 행동을 통해 청렴사회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 김거성 목사는
전북 익산 출생, 서울 한성고, 연세대 신학과, 연세대 대학원 신학과(신학박사)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Transparency International 이사,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한국투명성기구 회장, 국가청렴위원회 위원,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상임집행위원.
(현) Transparency International 국제위원, 상지대 객원교수
(저서) <반부패 투명사회>(2009, 한국투명성기구), <그날이 오면>(2021, 동연), <함께 빛나면 큰별>(공저, 2022, 동연) 


태그:#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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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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