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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경찰 뒤로 대통령실 청사가 보인다.
 11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경찰 뒤로 대통령실 청사가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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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를 명시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는 헌법재판소의 단골 심판대상이다.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등으로부터 100m 이내에선 무조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한 내용 탓에 시민들은 끊임없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집시법 11조를 조금씩 뚫어 왔다. 가장 최근 판례인 2018헌바147사건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각급 법원' 부분을 제외해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판단을 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조금씩 넓혀온 헌재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일 이채익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열고 집회·시위 금지장소에 대통령의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을 추가한 개정안을 '여야 간사 합의사항'이라며 표결도 없이 통과시켰다. 당일 회의장에서도 반발했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기본권을 저해하는 양당 합의는 나쁜 거래"라고 일갈했다. 

용 의원은 또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시위 도중 집시법 11조 위반으로 연행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가 6년 만에 무죄 판결이 확정됐던 당사자다. 그래서 그는 국회 입성 후 집시법 11조 폐지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안건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다수의 법안들을 다 상정해서 다루면서도 제 법안만 누락시킨 것은 행안위의 집시법 개정 방향이 처음부터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전·현직 대통령 앞에서 멈춘 집회의 자유 "국회가 어떻게..."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시법 개정안과 관련해 토론하고 있다. 2022.12.1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시법 개정안과 관련해 토론하고 있다. 2022.12.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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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계도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쪽으로 민의를 대변하긴커녕 거대 양당이 합심해 위헌적 법률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헌재는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에 대해서 일관되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그 어느 기관보다도 가장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고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기관이 바로 대통령인데 그 장소를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로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위헌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국회의 행위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어떻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입법이 명확한 것을 알면서도 통과시킬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 "용산과 양산 주민들의 평온과 100m (이내) 집회금지는 별개 문제"라며 "대통령실 100m 밖에서 집회를 해도 여전히 교통불편이나 소음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것(법 개정)을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호도하는 하는 시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은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도 "시민이 자유롭게 집회할 수 있는 장소가 넓어질수록 우리 사회 민주주의도 점점 내실화했다"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특정인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정당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는 "몇몇 소수만을 위해 정당으로서 본분을 저버리고 희생과 투쟁 끝에 어렵사리 쟁취한 원칙을 섣불리 무너뜨리지 마시라"며 "눈에 보이는 쉬운 길에는 함정이 있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박한희 변호사(공권력감시대응팀) 역시 "기본권의 문제가 정치적 타협의, 야합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며 "두 당 국회의원들의 합의는 민의의 대변자로서 본인들이 해야될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 두 절차만 남아 있다.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는 것은 자신들의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도 있다는 것"이라며 "법사위는 정책적 이해관계가 아닌 헌법과 인권의 원칙에 따라서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관련 기사]
[2003년] "외교기관 100m 이내 집회금지는 위헌" http://omn.kr/3gzb
[2015년] '총리공관 주변 집회금지'조항 위헌 심판 받는다 http://omn.kr/faiq
[2018년] 국회 앞 '첫' 합법 집회... 경찰은 지켜보기만 http://omn.kr/1dwu0
[2020년] 집시법 '무죄' 용혜인의 유감 "윽박지른 검사, 아직도 생생" http://omn.kr/1nr0r
[2022년] "용산 대통령실·평산마을 사저 인근 집회 금지? 즉각 폐기하라" http://omn.kr/21r53

태그:#집시법 11조, #용혜인, #기본소득당, #민주당,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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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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