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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의 김미예 홈헬퍼가 11월 23일 오후 '여성장애인 홈헬퍼' 수혜자 안숙정씨(오른쪽)의 자녀들 하교길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의 김미예 홈헬퍼가 11월 23일 오후 '여성장애인 홈헬퍼' 수혜자 안숙정씨(오른쪽)의 자녀들 하교길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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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정씨는 6살 때 큰 열병을 앓은 뒤 청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그의 남편도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다.

6년 전 첫 아이를 낳아 육아를 시작했는데, 예상대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안씨의 말이다.
 
"아기가 울 때 그 울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부부는 울음 소리를 듣지 못하니 아기 표정을 보고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한번은 아기가 감기에 걸렸을 때 몸에서 가래, 콧물, 기침, 열이 나는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서 병을 키운 적도 있었다. 소리의 구분이 정말 어렵다."


그런 안씨에게 서울시의 여성장애인 홈헬퍼 지원 사업은 단비 같은 존재였다.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안씨는 15년 경력의 홈헬퍼 김미예씨의 도움을 받는다. 김씨는 매주 20시간씩 4년째 안씨의 집을 내왕한다.

안씨가 아이를 가졌을 때는 산모의 건강관리와 전반적인 출산준비를 보조했고 출산 후에는 목욕과 기저귀 갈기, 이유식 먹이기 등을 도왔다.

안씨 대신 아이들의 학습 지도를 하고 산부인과나 소아과 등에 동행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김씨의 도움 없이 아이를 돌봐야하는 휴일에 홈헬퍼의 존재를 더욱 진하게 느낀다고 한다. 안씨의 말이다.

"토요일에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 홈헬퍼가 없으니 간호사와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데 간호사가 필담을 귀찮아하는 것을 느꼈다. 의사가 진료 내용을 설명해주면 메모를 해놨다가 평일 홈헬퍼가 올 때 물어서 도움을 받곤 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짧은 설명으로 끝나는 것도 홈헬퍼는 싫은 기색하지 않고 아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임신과 출산 지원, 자녀 양육 만큼 중요한 홈헬퍼의 업무는 여성장애인과의 정서적 교감이다.
  
서울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의 김미예 홈헬퍼가 11월 23일 오후 '여성장애인 홈헬퍼' 수혜자 안숙정씨(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의 김미예 홈헬퍼가 11월 23일 오후 '여성장애인 홈헬퍼' 수혜자 안숙정씨(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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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 등 큰 병치레를 할 때 스트레스가 깊어지지 않도록 말동무를 해주는 것에 안씨도 큰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안씨는 "홈헬퍼가 없다면 부모님을 불렀을 텐데 이게 생각보다 번거롭다. 홈헬퍼 선생님은 아이를 낳을 때부터 돌봐준 사이라서 속깊은 얘기를 하기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여성장애인 대상 홈헬퍼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서울시 등록 장애인 중에서 중위소득 120% 이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만 9세가 될 때까지 지원한다(지적, 자폐, 정신장애 여성의 경우 만 12세까지 지원).

2014년 이후 매년 150명 안팎의 여성장애인들이 홈헬퍼의 도움을 받았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고, 지금은 서울시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대표 사업이 됐다.

안씨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수어로 소통할 수 있는 홈헬퍼의 존재다.

안씨는 "수어로 얘기하다보면 입 모양도 봐야하는데 요즘은 마스크 쓴 사람이 많아서 무슨 말을 하는 지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며 "복지관에서 관련 교습을 개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홈헬퍼, #여성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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