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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가로막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입장문을 낸 지난 10월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
ⓒ 연합뉴스 | 관련사진보기 |
지난 9일 집행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영장에서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실장의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정 실장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이었다는 점과 함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이재명 홍보'에 나섰다는 점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피의자(정진상)는 이재명이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일을 한 것은 물론, 2005년경 '오마이뉴스'와 '성남투데이'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이재명의 변호사 활동을 담은 기사를 보도하며 정치활동을 준비하고 있던 이재명을 홍보하였고, 이재명 역시 피의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게시하는 등 피의자는 이재명과 '정치적 공동체'가 되어 그가 추진하는 일을 실무선에서 사전에 검토하고 추진하였다."
하지만 확인 결과, 정 실장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해 쓴 기사들의 내용과 송고 빈도 등을 보면 검찰이 규정한 '정치적 공동체'의 근거가 되기엔 미흡한 수준이었다. 참고로 성남투데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정 실장은 2004년 2월부터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참고로 오마이뉴스는 원하는 사람들 누구나 시민기자로 가입해 글을 쓸 수 있으며, 내부의 검토를 거쳐 채택되면 기사로 인정된다.
정 실장은 2008년 7월까지 총 20건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했고, 이중 13건만 정식 기사로 채택됐다. 채택된 기사는 모두 오마이뉴스 기사 중 가장 낮은 등급인 '잉걸'에 머물렀다. 나머지 7건은 정식 기사로 인정되지 않는 '생나무글'로 처리됐다. 정 실장은 2008년 7월 송고한 글을 끝으로 14년 넘게 활동을 하지 않았다.
정 실장이 오마이뉴스에 보낸 20건의 글 중 이재명 대표를 한 번이라도 언급한 경우는 7회였다. 당시 지역 자원봉사단체 단장으로 활동한 이재명 변호사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현재 오마이뉴스에는 2000년부터 총 9만 6969명(누적 합계)의 시민기자가 가입돼 있는데 정 실장의 기사 송고 이력을 보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검찰, 나무위키 베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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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위키에 실린 '정진상'(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 페이지. 가운데 "1995년 '성남시민모임'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이재명 변호사와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지내기도 했다"라고 적혀 있다(회색 음영). |
ⓒ 나무위키 갈무리 | 관련사진보기 |
게다가 정 실장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으로 일했다는 압수수색영장 내용도 허위라는 반박도 나왔다. 민주당은 검찰이 온라인 백과사전격인 '나무위키'를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17일 논평을 내고 "영장에는 정 실장이 '이재명이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정 실장은 사무장으로 일한 적 없다"면서 "이는 공교롭게도 나무위키에도 똑같이 등장하는 내용이다. 정 실장과 이 대표가 '정치적 공동체'라는 여러 근거를 찾다가 무리하게 나무위키의 허위 정보까지 갖다 붙이게 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정진상 구속영장 청구... 18일 영장심사 예정
그럼에도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정 실장의 시민기자 및 사무장 활동을 주요 근거로 "이재명과 정치적 공동체"라고 규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정치적 공동체라고 규정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시장으로 활동하는 시기 등 공동으로 활동을 해서 그 표현(정치적 공동체)으로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공동체의 시작 시점을 언제부터로 봐야 하나'는 질문에 대해서도 검찰 관계자는 "(영장에) 기재된 대로 봐 달라"라고 말해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16일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정 실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가법상 뇌물'과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이다.
정 실장은 2013∼2020년까지 각종 청탁 명목으로 총 1억4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으며,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김만배씨와 보통주 지분 중 24.5%(세후 428억 원)를 나눠 갖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거액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 실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정 실장은 지난 15일 오전 9시께부터 14시간 가까이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을 통해서도 "진실 하나만 믿고 있다. 추가 조사가 있더라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오는 18일, 정 실장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