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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감사원.
 서울 종로구 감사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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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을 뒤흔든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감사 결과가 13일 저녁 퇴근길에 나왔다.

이날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7월 9일부터 10월 14일까지 특별조사국 인력 18명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정부가 충분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월북을 단정짓고 사실을 은폐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검찰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에 관한 수사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결론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월북 조작'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안보실은 국방부 첫 보고 후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주요 간부들이 퇴근했고, 숨진 이씨의 시신까지 소각된 사실을 파악한 뒤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회의 후 국방부는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국정원은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내용에선 이씨의 피살과 소각 등을 제외했다. 통일부도 국회와 언론용 대응자료에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9월 22일 오후 6시가 아니라 장관이 최초 인지한 9월 23일 오전 1시로 기재했다. 

감사원은 또 정부가 이씨의 월북을 단정했다고 봤다. 국방부가 9월 21일 오후 3시 25분경 합참으로부터 조류 방향 등을 볼 때 월북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받았고, 국정원의 최초 보고서는 월북과 표류 가능성 모두 염두에 뒀으며 안보실 첫 서면보고에는 "해상추락"이라고 표현됐다. 하지만 9월 22일 오후 7시 40분경 국방부 장관에게 이씨의 월북의사 표명 첩보가 최초 보고된 후 9월 24일 안보실은 '자진 월북'으로 결론냈다. 당시 해경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감사원은 이후 정부가 '자진 월북'에 맞지 않는 사실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시신 소각 여부 역시 9월 23일 국방부가 북한에 대북전통문을 발송한 다음 답신이 오기 전인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불태우는 등 이해하기 힘든 만행을 저질렀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다고 봤다. 실제로 북한은 9월 25일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대남통지문을 보냈고, 이후 관계기관 문건에는 '시신 소각 발표는 너무 단정적이었다'고 언급돼 있었다.

감사원은 해경도 짜맞추기식으로 표류예측·더미실험 결과 등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이씨의 사생활까지 월북의 근거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범죄심리 전문가에게 이씨에 관한 부정적 정보만을 제공하여 전화로 자문을 요청한 결과 7명 중 2명만 월북가능성을 언급했는데도 "현실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내고 10월 22일 언론과 국회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경이 다음날 정식감정을 의뢰하자 전문가들은 "사망한 상태에선 감정이 불가능하다"며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모든 사건 관련자에게 어떤 성역도 없다"
민주당 "문 전 대통령 끌어들이려고 애써... 조작감사"

 
최재해 감사원장(왼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왼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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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발표 직후 국민의힘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충격적 사실은 문재인 정권은 공무수행 중이던 이씨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에 의해 피격됐음에도 '월북'으로 조작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진실을 밝히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모든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책임에는 그 어떤 예외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작감사, 청부감사"라고 맹비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전임 정부의 정상적 판단과 조처에 불법과 범죄의 굴레를 씌우려는 파렴치한 시도는 결코 국민을 속일 수 없다"며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감사의 최종목표가 어디인지 분명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치기획과 사건조작을 할수록 국민의 시선만 싸늘해질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더욱 더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감사원의 발표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본인 페이스북에 "감사원의 검찰수사 의뢰 발표에 기자들 전화가 빗발친다. 검찰에서 이미 수사 중인데 감사원은 자다가 봉창 때리는가"라고 일갈했다. 또 "분명히 밝힌다. 저는 국정원 개혁했지 문서를 파기하러 가지 않았다"며 "국정원 개혁을 성공시킨 문재인 대통령, 서훈, 박지원에게 감사하는 감사원이 되어야 한다. 물론 검찰도 수사가 아니라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서울 종로구 감사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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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원, #국민의힘, #민주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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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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