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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교육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2022 마을 민주학교, 마을 활동가 '생활 속 민주주의' 길잡이과정. 온·오프라인을 합쳐 80여 명의 활동가들이 한 달간의 과정을 함께한다. 지난 8월 30일 두 번째 강사로 이송희일 영화감독이 흥사단 강당을 찾았다. 이송 감독은 2시간여에 걸쳐 "현세대 내에서 가라앉은 부산과 인천을 보게 될 것"이라며 기후위기의 심각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강의하는 이송희일 영화감독.
 강의하는 이송희일 영화감독.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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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 직접적 위기감... 우리도 기후재난 피할 수 없다"

그는 먼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9월 24일 있을 기후정의행진의 참가를 독려하고 나섰다. 9.24 기후정의행진은 오후 3시경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며 행사를 주최하는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5만 명가량의 인원 참여를 예상 중이다.

또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을 언급했다. <돈 룩 업>은 혜성이 지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음에도 시큰둥한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블랙코미디인데, 제작진과 출연진에 따르면 사실 혜성은 기후위기를 뜻한다고 한다. 

이송 감독은 세계 각지의 기후위기 현황을 설명했다. "중국은 양쯔강을 비롯한 70여 개의 강이 말랐다, 한 달간 4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고 한다"며 "또 유럽은 500년 만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고 쓰인 헝거스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라인강이 말라 독일은 현재 배들의 이동이 어려워 큰 수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어 홍수로 인해 국토의 1/3이 잠기고 1100명이 사망한 파키스탄에 관해 이야기했다. 파키스탄엔 이전 최대 강우량의 8배가 넘는 비가 쏟아져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됐다. 그러면서 "미국 서부에서는 120년 만의 가뭄이 찾아왔다. 한쪽이 마르면 다른 한쪽은 홍수가 나기 마련"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구 온난화 속도가 지구 전체 평균의 2배"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은 운이 좋으면서도 나쁘다"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큰 기후재난들을 잘 피했지만, 그 덕(?)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이송 감독은 "반지하에 25년째 거주 중인데, 이번 폭우 때 처음으로 직접적인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올해 3월에는 유례없는 대형 산불이 나기도 했다.

작년에는 시베리아에 역대급 산불이 덮쳤다. 당시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독일이 한 해 동안 배출한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송 감독은 "시베리아는 지구에서 가장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라며 "바다 역시 지구의 열을 빨아들이며 해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태풍이 더 빠르게 우리를 향해 돌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기후악당'... '탈성장'으로 인류 멸종 늦춰야

또 "인류는 이미 대멸종으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며 "한 번 뿜어져 나온 탄소는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바로 모든 공장을 닫고 자동차를 멈춰도 세기말까지 지구 기온 약 2.5도가 상승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인간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켜도 이미 온난화는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이미 녹는 것이 확정된 빙하, 즉 '죽은 얼음(Dead ice)'은 현재 110조 톤에 달하고, 이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평균 27cm 높아져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전 세계 6억 명의 인구가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송 감독 역시 "우리 현재 세대에서 부산‧인천이 가라앉는 섬뜩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며 경고를 날렸다. 그리고 "2.5도를 넘어 3도, 4도로 올라가게 되면 더 이상 지구에서 인간의 거주가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지구 기온 3도가 오르면 전 세계 주요 도시 50곳, 8억 명이 물에 잠기게 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또한 주요 도시들의 침수를 결코 피해 갈 수 없다.

또 탄소배출의 책임에 대해 "미국이 25%, 유럽대륙이 23%, 중국이 12~13%, 그리고 한국은 1%"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이 1%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 넓은 아프리카대륙이 3%인데 우리 정도 영토에 1%인 것이고, OECD 국가 중 배출량 증가 속도도 압도적으로 1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구 평균 인구 1명당 탄소배출량은 5톤인데, 한국은 16톤으로 3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한국은 선명한 '기후악당'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자본이 많은 부자들일수록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하며 "정부와 환경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고 이메일을 지우는 등 개인적 차원의 노력을 이야기하는데, 그것만으론 탄소배출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없다. 국가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송 감독은 '성장 없는 번영'을 강조했다. "그는 탈성장을 이야기하면 촛불을 켜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 유럽 각국에서 실험하고 있는 것처럼 주 4일제를 시행하기만 해도 탄소가 20~30% 절감된다. 쉬는 하루 동안 공장이 닫히고 자동차가 멈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탈성장 마을, 도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30일 흥사단 마을 민주학교 첫 번째 시간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윤혁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이송희일 영화감독, 조이희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 이윤미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부장, (뒷줄) 김비취 흥사단교육운동본부 간사
 8월 30일 흥사단 마을 민주학교 첫 번째 시간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윤혁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이송희일 영화감독, 조이희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 이윤미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부장, (뒷줄) 김비취 흥사단교육운동본부 간사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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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송희일, #기후위기, #흥사단, #9.24기후정의행진, #기후정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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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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