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가 팔면서도 소비자들껜 정말 죄송합니다"

약 20분 남짓한 짧은 인터뷰 시간, 그는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을 향해 몇 차례나 사과했다. '당당치킨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을 때도 그는 "죄송하다"며 운을 뗐다. 곧 이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갖은 노력을 하는데 본사의 '원재료 공급가'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HC와 가맹 계약을 맺고 몇 해 전부터 '치킨집 사장님'으로 살아 온 김연환(가명)씨 이야기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프랜차이즈 치킨이 2만 원을 호가하는 시대, 최근 홈플러스에서 출시한 6990원짜리 당당치킨(당일제조 당일판매하는 치킨)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초특가' 치킨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론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의문을 제기한다. "6990원에도 치킨을 팔 수 있냐"는 의구심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한 홈플러스 관계자가 직접 "6990원에 치킨을 팔아도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밝혀 치킨 원가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에게 6000원대 치킨이란 "절대로 팔 수 없는, 불가능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본사로부터 사들이는 신선육(생닭) 가격만 6000원이 넘는다. 현재 김씨는 본사가 제조사로부터 원재료를 사들여 가맹점주들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0일 김씨를 유선상으로 인터뷰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결정 구조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프랜차이즈에서 6990원짜리 치킨? "절대 불가능"

- 최근 홈플러스가 출시한 6990원짜리 '당당치킨'으로 치킨 원가 논쟁에 불이 붙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서,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소비자로서는 당당치킨이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데 공감한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배달료 포함, 2만 원대를 호가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치킨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가게 주변에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가까이 있다. 세 곳을 합치면 하루에 1만 마리는 팔려나갈 것이다. 당당치킨이 인기를 얻으면서 당연히 매출은 줄었다. 하루에 5~10마리 정도는 이전보다 덜 팔리는 것 같다. 하지만 할 말이 없다. 치킨을 파는 입장에서 먼저 소비자들에게 죄송하다."

- 왜 그런 마음이 드나?

"6000원대 치킨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서 절대로 판매할 수 없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본사로부터 생닭을 공급받는 가격이 6050원이다. 이 가격은 조금씩 오르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까지 5850원이었던 가격이 6050원으로 올랐다. 우리는 당당치킨(8호)과 달리 10호 닭을 쓰긴 하지만,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가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당당치킨의 가격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 신선육 이외 어떤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나?

"기본 치킨 한 마리를 튀길 때마다 기름값만 2304원이 든다.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8354원이다. 이외에도 한 마리당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계산해 보면, 무 329원, 콜라 420원, 양념 소스 231원, 배터믹스 840원, 박스·봉지 등 포장으로 438.5원, 젓가락 40원이다. 여기다 한 마리당 600~700원의 부가세가 따로 붙는다. 배달앱에 내는 기본 수수료 1000~1500원, 할인 행사 등 홍보 비용 1500원도 별도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테이크아웃'을 해도 원가가 1만4352.5원이다. 배달을 하면 여기서 배달대행비 4000원이 따로 든다."

- 판매가는 얼마인가?

"기본 치킨 기준으로 1만7000원에 소비자로부터 받는 배달료 3000원을 합하면 총 2만 원이다. 역산하면 소비자가 '테이크아웃'을 하면 2647.5원이, 배달대행을 이용하면 1647.5원이 남는다. 하지만 이건 원가만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이다. 매장 임대료나 전기요금, 수도세, 카드 수수료, 인건비 등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6000~7000원짜리 치킨을 만든다는 건 정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본사로부터의 공급가가 낮아지지 않는 한 소비자들에겐 죄송해도 절대로 판매가는 낮출 수 없다. 우리도 1000원은 남겨야 할 것 아닌가. "
 
당당치킨. [홈플러스 제공]
 당당치킨. [홈플러스 제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하지만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6990원에 팔아도 (마진이) 남는다"고 했다. 이런 가격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가?

"나도 그게 신기하다. 아마 공급가가 낮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내가 알기론 우리 회사가 대형마트들보다 더 큰 구매력을 갖춘 걸로 알고 있다. 어쩌면 홈플러스나 이마트, 롯데마트(에서 구입하는 신선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회사가 사들이는 양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본사가 납품업체로부터 실질적으로 신선육을 얼마에 사들이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매력만 놓고 보면 최소한 대형마트보단 저렴한 가격에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들여오는 공급가는 더 비쌀까? 100% 본사가 나머지를 남겨먹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많이 먹으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2.2%였겠나. 이런 영업이익률은 구글, 애플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높은 원재료 공급가에... 가맹점주 "소비자에 죄송"

- 이외에도 회사가 원재료 공급가를 비싸게 받는다고 느낀 사례가 있을까?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파리바게트에 납품되는 기름과 성분이 완벽히 동일한 기름을 쓰는 걸로 안다. 그런데 파리바게트는 가맹점주들에게 16.5kg 기름을 주고 7만4800원을 받는가 하면, 우리는 15kg짜리 기름을 받고 '배'에 가까운 13만8270원(부가세 포함)을 낸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당당치킨 가격을 맞추겠나. 물론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만큼 더 맛있다고 홍보할 수 있겠지만, (당당치킨과) 가격이 3~4배가 차이난다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지난해 윤홍근 BBQ치킨 회장이 "치킨 값은 3만 원이 적당하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회사가 공급 원가를 낮출 생각은 안 하고, 가맹점주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판매가를 높이자고 말했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그렇다 보니 가운데서 가맹점들만 욕을 먹는 구조다. 판매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나 역시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는다. 치킨 값이 왜이렇게 비싸냐고, 배달비가 또 올랐냐고 욕을 먹는다. 그런데도 본사는 여전히 굳건하다."

- 10여년 전에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화제가 됐지만 그때와는 소비자 반응이 제법 달라졌다. 당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논란이 제기됐고 일부 소비자들 역시 이에 수긍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화살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워낙 불경기니까 소비자들이 더 분노하는 것 같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를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는 눈치챘다고 생각한다. 가맹점을 상대로 한 본사 갑질에서부터 구글에 버금가는 정도의 영업 이익까지 워낙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본사는 계속 공급가를 올리고 있다. 최근 초저가 치킨 논란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일부 닭고기의 공급가를 최대 2.5%까지 올렸다."

-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팔면서도 정말 죄송하다. 당당치킨을 생각하면 특히 죄송하고 미안하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배달도 직접 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본사가 받는 공급가 자체가 줄지 않는 이상, 우리들은 살기 위해 판매가를 줄일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 무기력하다. 소비자도 언론도 본사를 많이 야단쳐 줬으면 좋겠다. 정부나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한 우리들은 계속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태그:#당당치킨, #통큰치킨, #치킨가격, #프랜차이즈치킨
댓글4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