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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구 동천동은 2015년부터 단체 간 협력을 통해 마을이 변화하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마을 일을 처음 7개 단체가 모여 제1회 머내마을축제를 만들었다.

그 성과를 이어 현재 30여 개 단체가 협력해 크고 작은 마을 일감을 생산하고 있다. 1년 단위 프로젝트로 책 읽는 마을 동천동, 일상속 에코벽, 걸어서 15분 에코마을이란 주제로 활동을 하기도 한다. 단체 간 협력에서 독서동아리, 단체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관계망이 만들어지면서 또 다른 일감을 생산하고 있다.

바쁘게 마을 활동을 하면서 드는 의문은 '이런 일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을은 변화한 거 같은데 일상생활은 변화하고 있지 않고 삶에 대한 태도가 여전히 소비중심이고, 경쟁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면 우리가 하는 마을 활동은 이벤트처럼 지나가고 있는 거 아닌가? 묻기도 한다.

그러나 소소하지만 마을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이뤄진다면 조금은 변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부터 '걸어서 15분 에코마을' 사업을 하며 마을생산자들이 생산교육을 하고, 그 물품을 마을에서 순환하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에코마을 포스터.
 에코마을 포스터.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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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우리는 대개 생산하기보다 소비하면서 살고 있다. 농부가 농사지어 생산한 농작물과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공산품을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해 소비하고, 냉장고를 가득 메운 식품을 보면서도 외식을 하고 있다.

이런 소비가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또 다른 착한소비를 하고 싶기도 하고, 무언가 조금은 생산하고 자급자족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도 하다. 함께 하는 삶에 대한 가치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걸어서 15분 에코마을 활동으로 세안 비누를 만들고 EM으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를 만들고 밀랍랩, 소창행주, 무세제 세탁볼 등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은 만드는 것을 재밌어 하고 꽤 성취감을 느끼면서 뭔가를 함께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이웃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그 물건이 상품이 되어 마을 여기저기로 순환되는 상상을 해보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나 마을 순환은 느리기 때문에 생산도 천천히 해야 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품이 대형마트부터 편의점,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현실에서 마을 생산자들이 만든 소소한 물품들이 소비되는 속도는 느리다. 속도가 느려지면서 생산 의욕이 주춤하기도 한다.

'마을에서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과연 가능한 일인가?' 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 마을에서의 순환은 이윤추구를 지향하는 생산과 소비가 아닌 가치 순환을 위한 생산과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이우생활공동체, 느티나무도서관, 숲속도서관, 에코n양생, 그냥가게, 굿모닝작은도서관, 주민자치위원회, 카페어부바, 이우락쿱, 우주소년, 소명학교, 수지꿈학교 등에 설치된 '일상속 에코벽'은 생활 속에서 지구를 지키는 태도를 갖게 해주는 자원순환거점이다.

우리는 그곳을 중심으로 느리지만 조금씩 우리집 목욕탕에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우유를 구입할 땐 종이팩 우유를 구입하고,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우유팩을 거점에 모으고, 가끔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교육에 참여해 생산자도 되어 보면서 지속적으로 개인의 생활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 앞 작은 움직이지만 습관으로 이어진다면 마을 일감을 생산하고 생활 속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생산하는 문화는 마을과 나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동천마을네트워크 대표입니다.


태그:#동천마을네트워크, #마을만들기, #마을문화만들기, #용인동천동,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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