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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 스틸 이미지.
 영화 <비상선언> 스틸 이미지.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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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 <비상선언>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가 나와 있습니다.

항공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 <비상선언>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을 대입해 봤다. 나라면 어땠을지, 지도자는 위기상황에서 어떠해야 하는지, 또 공동체 앞에서 개인은 어떤 위치를 갖는지 등등. 2022년 8월 한국에 '비상선언'이 필요하다면 지지율 20%대까지 추락한 윤석열 정부에게 어울릴 법도 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 운항이 불가능한 경우 무조건 착륙을 요청하는 항공 용어다. 영화에서 소시오패스 생물학자는 승객 전원이 실험실 쥐처럼 죽기를 기대하며 기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살포한다. 기장을 포함해 승객 40%가량이 사망하면서 기내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항공기는 하와이 호놀루루 공항에서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해 회항하면서 비상선언을 발동한다. 불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나리타 공항은 물론 인천공항조차 착륙을 허가하지 않는 최악에 직면한다. 그러는 사이 승객들은 하나둘 숨지고, 땅 위에서는 착륙 반대 시위까지 벌어진다.

영화 속에서 기장을 포함한 승무원들은 침착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한다. 자신들 또한 테러 위험에 노출됐지만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다.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위기 앞에 담담하기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갓 시작한 정부가 맞은 큰 위기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자료를 살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자료를 살피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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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비상선언'에 다름없는 위기를 맞았다.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까지 주저 앉았다. 여론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더는 담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크게 선회하든지 비상선언을 선포해야 할 지경이다.

한국갤럽 8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25%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66%로 긍정과 격차는 2배가 넘는다(8월 9일~11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정도면 민심이 떠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하면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 가운데 절반은 떨어져 나간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 휴가 계획까지 취소하고 서울에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심각성을 인식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패싱은 결과적으로 후유증을 남겼다. 여기에 수재 피해로 민심은 흉흉하다. 여론조사상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제 아래서 '여론'은 중요한 지표다. 민심이 뒷받침돼야 국정운영에도 동력이 생긴다. 민심을 거스르고도 성공한 정부는 없다. 지난달 스리랑카 정부는 분노한 민심 앞에 붕괴했다. 시위는 국가부도를 초래한 무능한 정권 탄핵에서 촉발됐다. 보다 근본적 이유는 권력독점과 부정부패 때문에 멀어진 민심 이반이었다. 우리 상황을 스리랑카에 견주는 건 비약이다. 하지만 분노한 민심은 언제든 정권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정은 일사분란한 검찰 조직과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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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인사(24%), 경험‧자질부족‧무능(14%), 독단‧일방(6%), 소통 미흡(5%)을 꼽았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는 드러났다. 국민들은 검찰 출신 편중 인사와 친분을 토대로 한 측근 인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평생을 수사검사로 살아왔다. 국정운영에서 경험과 자질 부족은 어쩌면 예견됐다. 관건은 부족한 자질과 경험을 좋은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었음에도 소홀했다. 국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오불관언 인사와 내로남불 정책 추진에 넌덜머리를 낸 결과가 정권교체다.

윤 대통령 출범 초기 인사는 실패했다. 국민들은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며 극단적 실망을 표시하며 등을 돌렸다. 이제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반도체 인력 15만 명 양성, 5세 초등학교 입학 등을 추진하면서 여론수렴 절차를 건너뛰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고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하건만 '우리가 하는 일은 옳다'는 독선에 빠졌다. 지지층은 결단이라고 추켜세웠겠지만 중도층은 등을 돌렸다. 국정은 상명하복과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검찰 조직과 다르다. 대화와 합의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시끄럽더라도 그게 '민주주의'다.

대통령실 이전이 아무리 옳다 해도 여론수렴 절차를 건너뛴 건 오만했다. 또 반도체 인력 양성이 필요해도 수도권 대학만 살찌우고 지방대학은 소외된다는 반론도 함께 살펴야 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또한 비대한 경찰 권력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에게도 당위성을 알리는 과정을 가져야 했는데 소홀했다.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국정기조를 선회해야 한다. 또 하나. 관용과 포용도 중요하다. '내부총질' 문자 파동 이후 일각에선 '대통령이 젊은 당대표를 쫓아내기 위해 훈수를 뒀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정부가 하는 일을 믿고 기꺼이 따르도록 하려면 윤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박순애 교육부장관 사퇴를 넘어선 커다란 선회 비행과 '비상선언'이다. 당장 생각해도 인적쇄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집행, 국민과 소통하는 낮은 자세 등이 떠오른다. 먼저 국민을 감동시킨다면 어떤 일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임병식씨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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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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