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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2월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지난 2020년 12월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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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보다 높아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이는 것을 말한다. 세입자 중에 매매가 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내고 임대차계약을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깡통전세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임대차계약을 할 때 주택가격이 입주 후나 이사 갈 때 떨어져, 기존에 전세금을 내고 들어 올 새로운 전세세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이 이런 깡통전세를 피하려고 임대차계약을 할 때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들거나, 다가구주택인 경우 임대인의 부채(근저당+선순위 확정일자 받은 세입자 보증금액)을 파악하거나,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확인하거나, 보증금 잔금 지불과 동시에 입주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법적으로 보증금액의 반환안전장치를 갖춘다.

주택시세와 임대인의 부채(전세 보증금 +선순위근저당설정액+ 선순위 확정일자 받은 세입자 보증금 총액)를 비교하여 임대차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떼이지 않고 전액 반환받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여 전세계약(임대차계약)를 체결한다.

그런데도 깡통전세가 발생하는 이유는 미시적으로는 보증보험회사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입주하려는 주택을 가입대상으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 '확정일자 받은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총액'을 정확히 알지 못한 경우, 주택시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 등 때문이다. 

보증보험회사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받아주지 않는 주택은 일반적으로 전세보증금이 주택 가격에 비해 너무 높아 보증기준을 초과하거나 임대인의 부채의 일부인 '확정일자 받은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총액'을 파악하지 못해서이다.

다가구주택인 경우 '확정일자 받은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총액' 자료는 임대인만이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임대인이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위 서류 없이 임대인의 말만 믿고 선순위 세입자보증금을 파악한 경우, 만약 금액이 서로 다르면 후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입자들이 주택시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입는 깡통전세는 신축빌라에서 발생하는데, 신축빌라는 신축아파트단지와 달리 세대 수가 적고 같은 빌라이더라도 주택구조(층수, 향, 채광, 베란다, 실 사용면적 등)가 달라 일반적인 가격 책정이 어렵다.

요즘 언론에서 전세 문제를 많이 다루고 정부에서도 엄단하겠다고 나선다. 이런 일들을 '전세사기'로까지 표현하는데(소위 서울을 비롯한 신축빌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세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 못해줄 수도 있음을 알고도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받고 임대차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면 전세보증금도 올려 받을 수 있는 경우만 고려하고, 반대인 경우 즉 집값이 떨어져 전세보증금이 하락하면 거주하는 세입자 전세보증금반환을 못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 없이 임대차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깡통전세는 왜 생기나 

깡통전세가 주택공급과 수요 면에서 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가를 살펴보겠다. 신축빌라인 경우, 세입자(주로 청년세대, 신혼부부 등)들이 선호도가 높은데, 그 이유는 신축 빌라가 비교 대상인 오래된 구축 빌라월세보다 부담하는 실질적인 주거비는 크지 않으면서, 주택 시설( 깔끔, 주차, 주택구조등)이 좋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선택하는 대상인 신축빌라전세와 구축 빌라월세에서 실질적인 주거비 차이가 없는 이유는, 전세자금 대출을 전세금의 80%내외까지 대출해주고 그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구축월세보다 신축전세를 선택해서다.

정부에서 세입자의 주거안정명목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그 금리를 낮춘 것이 주택가격 측면에서는 전세가격을 높이고 신축빌라 수요를 늘림으로써 깡통전세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나아가 주택공급측면에서 보면, 신축빌라를 짓는 건축업자에게는 높은 전세가격은 신축빌라를 짓는 데 사업 위험성을 낮게 해준다. 주택경기가 좋아 좋은 금액에 분양이 되면 이득이 되어서 좋고, 만약 경기가 좋지 않아 분양이 되지 않으면 최대한 높은 전세금으로 임대차계약을 하여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임대차계약과 동시에 투자금이 적은 갭 투자에게 분양하면 되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거주하는 임대주택공급을 민간에게 맡기는 정부나 그 정책 하에서는 민간건축업자들이 주택공급을 하는 데 제한을 두는 규제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정부의 주택대출활성화정책으로 인해 주택경기가 좋을 때 주택가격이 올라 높은 금액으로 전세계약을 하였는데, 후에 대출금리가 오르고 주택경기가 나빠져 주택가격이 내리고 전세가격이 내릴 때, 그 피해는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떼이는 전세세입자에게 돌아간다.

깡통전세의 원인에 전세보증금 반환책임을 망각한 사기 성격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본적으로 주택경기가 하강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에도 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깡통전세는 해당 세입자에게 경제적 손실만 입히는 게 아니다. 피해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실제 반환받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과 자책감 그리고 임대차계약관계에 관계한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분노를 금할 수 없게 된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손실을 보고 강제로 쫓겨 나야한다.

물론 다시 주택 경기가 살아나 주택가격이 오르고 전세가격이 오르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깡통전세로 고통 받은 세입자들이 깡통전세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주택가격이 오르길 그래서 전세가격이 오르기를, 그것도 빨리 오르기만을 기도해야 하는가?

정부가 해야하는 일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시장사회에서는 경기가 상승하고 하강하는 것은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경기가 하강할 때 전세가율이 높은 전세세입자와 그 해당 주택에 피해가 집중한다. 깡통전세는 구조적인 문제로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불경기 때 구조적으로 희생하는 이들을 구제하는 데 집중하고, 동시에 사전에 이런 문제는 예방해야 한다.

주거안정은 삶의 안정을 위한 핵심 안전장치이다. 서민들이, 청년세대가, 신혼부부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쏟아 부어 거주하는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에 대해서는, 개인들이나 법인들이 적은 금액으로 갭 투자하는 투자(투기)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에서 갭 투자로 매입하여 공공주택으로 전환한 후에 공공전세 등 공공임대주택으로 임대하여야 한다. 전세사기꾼을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서민들이 거주하는 주택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오늘도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덧붙이는 글 | 박동수 시민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깡통전세, #신축전세빌라, #전세사기, #공공임대주택, #전세대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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