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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을 지나는 지금 무더위를 이기는 데는 역시 수박 만한 것이 없다. 제철과일인 수박과 참외, 자두와 방울토마토 등은 우리 집에서는 고기반찬보다 더 많이 찾는다.
▲ 도매시장 과일 삼복을 지나는 지금 무더위를 이기는 데는 역시 수박 만한 것이 없다. 제철과일인 수박과 참외, 자두와 방울토마토 등은 우리 집에서는 고기반찬보다 더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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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를 넘어 60을 바라보며 넘치지는 않아도 가끔 외식도 즐기며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경제도 돌고 돈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상황은 돌고 돌아오는 위기의 경제 상황인 것 같다. 덕분에 여유로운 삶의 지향이라는 목표도 주춤하는 중이다.

빵·치킨·커피·비빔국수... 모든 게 다 올랐다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10% 인상 정도는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어림잡아도 20% 넘어가는 것들도 많다. 외식을 멀리한 지 오래지만 국물 맛이 끝내주는 단골 국숫집은 지금도 가끔 들르는 곳이다. 그곳도 가격이 올랐다. 5천 원짜리 잔치 국수는 6천 원으로, 6천 원짜리 비빔국수는 7천 원으로. 적당히 맛집 찾으며 삶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국수 가격 하나에도 긴장을 한다.

재래시장에 있는 단골 국숫집도 마찬가지다. 김밥, 잔치국수와 콩국수를 판매하는 그곳도 모든 메뉴가 천 원씩 가격을 올렸다. 올린 가격도 비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전보다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시장에 들르는 어르신들과 엄마와 함께 온 아이 등 입구에서부터 길게 줄을 섰던 곳이었는데 어쩐지 자리가 여유롭다. 음식을 만드는 정성으로 치자면 올린 가격으로도 충분히 넘치지만, 천 원의 여파가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곳도 이제는 가끔씩만.

커피도 가격이 올랐다. 즐겨 마시는 카페 라떼의 가격도 10% 정도 조용히 인상했다. 몇백 원의 인상이라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서너 잔을 사면 가격의 차이가 확 느껴진다. 커피 가격 인상 때문은 아니지만, 요즘 습관적으로 매일 마시던 커피도 자제하는 중이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든 적응하는 동물인가 싶다.

남편이 항암으로 병원에 들락거릴 때 줄기차게 대놓고 먹던 것이 빵 종류였다. 지금은 빵과 떡과 면 등 가루 식품이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말 때문에 자제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는 입에 당기면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덕분에 집 근처의 이름난 빵집은 나름 두루 섭렵했던 것 같다.

어쩌다 다시 들른 빵집도 가격 변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빵 가격은 비싸다는 평인데, 이젠 고깃값보다 더한 것 같다. 고기야 한 근이면 가족들 모두 든든한 한 끼가 가능하지만, 빵은 고깃값만큼 사도 간식거리일 뿐이다.

치킨의 가격도 모두 올랐다. 가끔 이용하는 오븐구이 통닭도 메뉴별로 2천 원은 거뜬히 올랐다. 주로 포장을 해 와서 집에서 먹었지만, 이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정이 이러니 무더위에도 굳이 재래시장이나 도매시장을 뻔질나게 간다. 그곳에서도 물가 인상의 무게는 느껴지지만 그래도 서민들과 함께하는 곳이니 대형마트나 동네 가게에 비할까. 가끔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까지 제철이었던 꽃게는 1kg에 만 원. 한동안 꽃게찜으로 식사가 즐거웠다.

대신 제철 재료를 선택합니다
 
간식으로 옥수수까지 장만하면 마음은 이미 배부르다.
▲ 도매시장 옥수수 간식으로 옥수수까지 장만하면 마음은 이미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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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를 잘 지나는 방법은 무조건 제철에 나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장마로 채솟값이 고공행진이지만,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한 제철 채소는 늘 있다.

우리가 항상 고르는 것은 버섯과 호박이다. 오늘 호박은 굵은 것 3개가 2천 원. 느타리버섯은 벌써 몇 주째 한 박스 오천 원에 사고 있다. 버섯과 호박을 장만하면 마음이 조금 느긋해진다. 거기에 간식으로 옥수수 한 무더기까지 장만하면 마음은 이미 배부르다.

삼복을 지나는 요즘, 무더위를 이기는 데는 역시 수박만 한 것이 없다. 제철과일인 수박과 참외, 자두와 방울토마토 등은 우리 집에서는 고기반찬보다 더 많이 찾는다. 이것도 도매시장에서 사는 것이 재래시장에 비해서도 싸고 신선하다. 일주일에 한 번 들러 산지에서 막 올라온 것들을 구매한다.

이번 주에는 작은 아보카도를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한 박스 구입했다. 10개가 넘게 들은 한 박스가 5천 원. 평소엔 비싸서 아예 먹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싸게 파니 이번 기회에 먹어보자고 생각했다.
 
오늘 호박은 굵은 것 3개가 2천 원. 느타리버섯은 벌써 몇 주째 한 박스 오천 원에 사고 있다.
▲ 도매시장 호박 오늘 호박은 굵은 것 3개가 2천 원. 느타리버섯은 벌써 몇 주째 한 박스 오천 원에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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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밖에서 해결하는 가족들은 물가 인상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식당에 가면 만 원 한 장으로는 변변한 식사도 힘들다며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 물가가 많이 올라 점심 가격이 비싸진 것을 의미)이라는 말을 언급한다. 점심 식사의 가격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생활물가의 지표이고 점심 식사 가격의 상승은 실제 소비자 물가의 상승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한낮의 햇볕이 뜨겁다 못해 살을 태울 것 같은 날씨지만, 그늘에서는 바람도 불고 견딜만하다. 우리 집 에어컨은 오늘도 휴식 중. 전기 코드도 모두 뽑아 놓고 방마다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주머니는 가볍고 물가의 무게는 큰 요즘, 언제까지 이럴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일단은 버텨볼 수밖에 없다. 오늘 저녁은 여유로운 외식 대신 시장표 콩국물로 준비한 시원한 콩국수다.

태그:#고물가시대, #도매시장, #런치플레이션, #물가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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