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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회담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회담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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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반체제 언론인 자잘 카슈끄지 암살 의혹을 언급했다가 오히려 미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받았다.

사우디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사우디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카슈끄지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인권을 논의했고, (카슈끄지 문제에 대해) 그때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말했다"라며 "미국 대통령이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전했다"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관련자들 처벌했다"... 왕세자 배후설에 선 그어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018년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가 잔혹하게 암살당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그 사건에서 나는 책임이 없으며,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소식통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과 팔레스타인계 미국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 피격 사건 등 미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반격했다.

아부그라이브 사건은 2004년 미군이 이라크인 포로를 고문·학대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군의 인권 침해가 논란이 된 사건으로, 당시 미군 11명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클레 기자는 지난 5월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취재하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미국의 조사 결과 아클레 기자는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으나, 고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이스라엘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도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했다"라며 "미국도 아부그라이브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왕따' 만들겠다고 했다가 말 바꾼 바이든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의 미 CNN 방송 인터뷰 갈무리.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의 미 CNN 방송 인터뷰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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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사우디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우디를 '왕따' 신세(pariah)로 만들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고, 80년 넘게 맺어온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급등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국익'을 내세워 세계적인 산유국 사우디를 방문하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관련 기사 : 바이든의 전격 사우디행... 기름값 상승세 잡힐까)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카슈끄지 암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리석은 질문"이라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즉답을 피했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동에서 공백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나 중국이 (중동에)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공백을 만들어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유가 폭등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서방이 주도하는 친환경 정책 탓으로 돌리며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이는 실업률 상승을 비롯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규모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그:#조 바이든 , #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슈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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