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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간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에서 폭발·누출사고로 사망 99명을 포함해 2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40년 넘게 운영한 산업단지 노동자가 65%를 차지한다. 노후산업단지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산업단지 현장 실태를 고발하고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현장 노동자와 인근 주민, 전문가의 글을 5회에 걸쳐 게재한다.[기자말]
지난 5월 20일 발생한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화재 현장 모습.
 지난 5월 20일 발생한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화재 현장 모습.
ⓒ 울산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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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7월 21일까지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5만 국민동의 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조합원이다. 울산국가산단을 포함한 주요 산업단지에서 장치를 설치하고 유지·보수 작업을 한다.

울산국가산단은 조성된 지 50년 이상된 대표적인 노후산단이다. 2019년 A사업장의 정비 기간 중 탱크 내부 마모 및 균열에 따른 보수작업이 진행됐다. 눈으로 봐도 가동 연한이 훨씬 넘은 탱크 같았는데 실제로 들어가 확인해 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탱크 내부를 둘러싼 재료의 성질이 변하다 보니 균열을 잡으려고 용접기로 열을 가하는 순간 균열은 점점 더 넓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를 현장 관리자에게 보고했다. 탱크를 교체해야 하는 주기가 지난 것 같으니 교체 계획이 없는지 확인했다. '계획은 있지만 아직은 가동을 더 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업은 작업자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하루라도 더 설비를 가동해서 이윤을 추구할 생각뿐이다.

2020년 B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철골에서 용접작업을 하면서 그라인더 작업 중 불꽃 일부가 작업구간 바로 밑 하부로 떨어졌다. 노후배관에서 미세한 가스가 누출돼 화재로 이어졌다.

화재가 진압된 뒤 업체 관계자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설비가 노후화해 미세하게 가스가 누출되고 있으니 이후에도 조심해서 작업하라'는 당부였다. 당부로서 그칠 일인가! 업체 관계자도 알고 있으면서 노후설비를 보수하거나 교체하는 근본적인 개선은 사고가 날 때까지 없다. 그 이유는 물론 돈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화재·폭발·누출사고에 목숨을 걸고 작업하고 있다.

지난해 C사업장에서 배관 교체작업시 주변 어디에선가 새고 있는 가스를 마시고 1개월간 메스꺼움과 구토로 고생했다. 업체는 '문제의 가스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병원에서조차 정확한 병명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 현장에서 근무하는 다른 노동자도 동일한 증상으로 고생했다는 증언을 듣고 개선대책을 요구했지만 해당 기업은 어떠한 대책도,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같은해 D사업장에서 염산탱크 옆에서 배관·설비 교체작업을 하고 보온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바로 옆 보온재로 덮인 배관라인이 노후화로 염산이 누출됐다. 염산이 물방울처럼 떨어지고 있었지만 회사 관계자는 대수롭지 않다면서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처음 작업자는 평상시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 E사업장 대정비 기간 밀폐구역 보일러 튜브 교체작업을 하는데 가동 중인 다른 보일러의 연소 가스가 역류해 작업장으로 넘어와 냄새·연기로 가득 찼다. 작업자가 보고했지만 관리자는 문제 없다며 계속 작업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11명의 노동자가 가스에 중독됐다. 최초 일산화탄소 누출로 알려졌지만 관계당국의 감식 결과 황화수소로 확인됐다. 사고 원인은 노후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미흡과 관리자에게 보고했는데도 긴급 안전점검을 통한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은 데 있다.

이제는 죽기 싫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

노후산단 내 설비·배관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는 노후설비다. 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들도 많다. 눈으로만 봐도 문제가 많음을 인지할 수 있다. 현장 작업시 부식이 심해 발로 밟으면 으스러지는 곳도 있어 작업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다. 또한 작업자 투입시 취급물질과 위험발생시 대피 메뉴얼 등 기본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기에 노동자 피해는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노동조합을 통해 직업성암 산재신청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나 올해 들어 울산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기 싫다고 외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위험하다.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노후설비특별법이 올해 안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5만 국민동의 청원운동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김성위씨는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조합원입니다.
-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추진단은 5회에 걸쳐 5만 국민동의 청원을 안내하는 연속기고글을 연재한다. 매일노동뉴스에도 중복해서 연속연재됩니다.


태그:#노후설비특별법, #플랜트건설노조, #유해물질, #노후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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