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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외국에 나가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들 못지 않게 사람들이 궁금해한 건 그들의 팬 아미(ARMY)였다.

"그들은 누구야? 어떻게 그렇게까지 해? 너희 팬들 대단해."

최근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 VIP로 초청받아 다녀왔다. 후에 공개된 아트 바젤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미는 우리의 반대쪽 날개'라고 표현했다. 그들이 날기 위해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라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는 것 외에 국적도 직업도 성별도 연령대도 다른 아미는 BTS가 전하는 음악과 메시지를 즐기는 것을 넘어 그 메시지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TS의 메시지를 따라 자기 주변에서 만나는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기부도 한다. 그 움직임 중에는 BTS가 만들어내는 사회 문화적인 현상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연구하는 학술대회도 있다.

팬데믹 와중에 영국과 미국에서 열렸던 학술대회가 3회차를 맞아 한국에서 열렸다. 학자, 마케터인 팬들이 주축이 되어 꾸리고 팬들이 참여하는 이 BTS 학술대회의 한 축에는 일곱가지 키워드로 연결되는 작품들이 큐레이션 된 미술 전시가 있다. 전시의 명칭은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 특별전 'BEYOND THE SCENE'이다. 

아미인 전시 기획자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랫말, 노래 제목, 연설문, 앨범, 인터뷰, 연구논문 단행본 등에서 7개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정체성, 다양성, 기억, 일상, 연대, 환경, 미래라는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이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BTS의 팬이 되고 나서 

전시가 열리는 토탈미술관은 평창동 산자락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네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기에 차에서 내려 미술관 건물을 찾아보는데 눈에 띄는 건 카페 건물뿐이었다. 그마저도 지금은 카페 영업을 하지 않다고 한다.
 
미술관이라고 했는데 보이는 것은 카페
 미술관이라고 했는데 보이는 것은 카페
ⓒ 최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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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니 미술관 이름이 적힌 패널 옆에 계단이 있다. 미술관은 그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었다.
 
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계단
 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계단
ⓒ 최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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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커다란 바위를 앞쪽 모서리에 품고 있는 방이 있다. 이 바위 주변에 맺힌 물기가 자연스레 흘러내릴 수 있도록 바위 주변으로는 작은 도랑도 남겨져 있다. 심지어 바위를 품은 방의 벽은 일부 뚫려있다.
 
바위를 품은 방
 바위를 품은 방
ⓒ 최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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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미술관이 있는지 눈에 띄지도 않게 생긴 미술관이었지만 속에는 깨지지 않는 바위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품고 있는 미술관 건물의 건축 방식 자체가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

중소기획사의 아이돌로 처음 데뷔했을 때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품고 있었던 BTS 같기도 하고, 집에서는 아내이고 엄마, 회사에서는 차장, 인구통계학적으로는 40대 여성, 겉에서 보기엔 지나가는 아줌마1일 뿐이지만 마음 속에 나이 들지 않는 자아를 품고 있는 나 자신 같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팬이 되고 나서 내 삶의 외연이 넓어졌다. 평소 하지 않았던 일도 해보게 되고 관심 없었던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 열심히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는 '남주닝'(namjooning)이다.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고 그러려면 가수 RM 이전에 자연인 김남준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가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해 하는 일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그림을 보러 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누비고 둔치에 누워 하늘을 보고 산에 오르고 책을 읽고 분재를 키우며 자신만의 숨구멍, 비빌 언덕을 만들어나가는 BTS 리더를 따라 아미들은 미술관을 가고 자전거로 한강을 누비고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에 그를 떠올린다. 이것을 '남주닝한다'라고 말한다.

아이 키우고 회사 다니면서 잊고 있던 일들의 즐거움을 남주닝하면서 다시 느끼고 있다. 맞다, 나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원래도 좋아했지만 당장 눈 앞에 닥쳐오는 시급한 일들을 처리하며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내게 가지는 의미를 '남주닝'이라는 단어가 재조명해 준 것이다. 그래 이건 나에게도 숨구멍, 비빌 언덕이었네.

아미들의 즐거운 공감대

22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눈에 담으며 오디오 가이드를 들었다. 최근 공개된 앨범의 타이틀 곡 옛 투 컴(Yet to come)의 뮤직 비디오 색감을 보고 그린 작품 horizon drawing은 그림에는 회색, 하늘색, 더 짙은 파랑 세 가지만 썼지만 테두리는 형광빛을 골라담은 화려한 색들로 둘렀다.
 
최기창, Horizon drawing: yet to come #1~#3
 최기창, Horizon drawing: yet to come #1~#3
ⓒ 최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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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설명해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니 아직 오지 않은 최고의 날들을 의미하는 장치라고 한다. 아, 그럴 수 있겠다, 눈에 보였지만 짚어내지 못했던 의미를 읽게 해주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들으니 '눈에 보이는 것 그 너머'를 의미하는 'Beyond The Scene'이라는 전시명의 의미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아미라면 데뷔 앨범부터 뮤직비디오 속 회전그네 같은 오브제들을 그림 속에서 찾아 하나하나 미소 지으며 들여다 볼 'Archive for Bangtan Universe'라는 제목의 4폭 병풍도 눈길을 끌었다. 동양화냐 서양화냐 물으면 서양화로 분류될 법한 그림들이 병풍이라는 형식에 들어앉은 것도 힙합하는 아이돌로 출발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간 방탄소년단을 떠올리게 했다.  
 
진영선_Archive for Bangtan Universe YET TO COME, 프레스코 4폭 병풍
 진영선_Archive for Bangtan Universe YET TO COME, 프레스코 4폭 병풍
ⓒ 최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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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를 통해 내가 즐겨들었던 노래들이 각각의 아티스트들과 만나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지 볼 수 있었다. 팬들만 알고 즐기는 노래가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닿아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작품들을 보면서 방탄의 음악이 영향력을 미치는 자기장 영역이 이렇게 넓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그림 전시 보러다니기를 좋아하는 아미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전시가 있다. 남준이가 본 전시, 남준이가 볼 전시. RM이 본 전시를 뒤따라서 감상하면서 한 번, 내가 간 전시를 그도 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또 한 번, 우리만의 즐거운 공감대를 형성해 보는 것이다.

아미들이 준비한 이 전시를 그도 보러 와주면 좋겠다. 너희들의 메시지가 던진 파장의 흔적들 이번엔 내가 먼저 봤다? 혼자 으쓱해 할 수 있도록. 전시를 준비한 아미들의 수고가 기쁨의 전율 속에 싹 녹아 사라지도록.

[평창동 토탈미술관 이용팁]

- 주택가인 미술관 주변에 차를 대기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 개관시간: 화-일 11:00-18:00 (폐관 30분 전까지 입장)
- 15000원, 티켓 현장구매 가능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토탈미술관, #BEYOND 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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