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유행인 MBTI가 일상을 넘어 취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유행인 MBTI가 일상을 넘어 취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 위키 커먼즈

관련사진보기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BTI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가면서 개인의 일상을 넘어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로 4가지 지표(외향-내향 지표, 감각-직관 지표, 사고-감정 지표, 판단-인식 지표)를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설명한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의 말에 따르면, 이는 93개의 질문을 통해 개인의 '선천적 선호 경향성'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이다.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MBTI

예전부터 기업, 회사, 학교 등 사회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도구 중 하나로 MBTI를 사용해왔지만, 최근 관련 밈(meme, 문화요소로 유행하는 모든 것)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MBTI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MBTI 성격 검사'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76.1%가 MBTI 검사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20-30대 응답자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2학년 학생 이아무개씨(22)는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MBTI 유형을 물어본다. 이씨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서로의 MBTI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며 상대방이 어떤 사람일지 미리 생각해보게 된다"며 "MBTI는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을 넘어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MBTI

문제는 이런 MBTI가 취업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 공고에 관련 조건을 명시하는 기업이나 식당, 카페 등이 생겨나면서 MBTI 유형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또 하나의 취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채용 서류 심사 시 MBTI 검사를 진행하거나, 결과 서류를 제출하게 하고, 특정 유형에 대해서는 '지원 불가'를 명시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Sh수협은행'은 지난 2월 신입 사원 공개 채용 지원자에게 "자신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한 직무 분야가 무엇인지 작성하라"는 문항에 대한 답변을 기재하도록 했다. 식품업체 '아워홈'에서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로 들어 소개하라"는 문항을 추가했고, 마케팅직을 뽑는 주식회사 '애드나인'에서는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 유형'을 우대한다는 내용을 채용 공고에 직접 명시했다. 또한, '씨와이뮤텍'에서는 서류 전형에 MBTI 검사 결과지를 반영했으며, '안국건강'에서는 2차 전형 시 지원자들에게 MBTI 현장 검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카페는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에 ENTJ를 포함한 5개의 MBTI 유형인 사람들은 지원 불가라는 문구를 추가했고, 다른 한 가게에서는 아르바이트 지원서에 MBTI 유형을 필수 기재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증명 서류를 첨부하도록 요구했다.

채용 과정에서의 MBTI 활용, 괜찮은가?

전문가들은 MBTI가 채용 과정에 활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기업의 조직 문화, 인사 평가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육 컨설팅회사 컬쳐트리의 김명희 대표는 "MBTI는 개인의 성향을 보여줄 뿐 역량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채용 시 특정 MBTI 유형의 사람이 회사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역량 혹은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채용 과정에 개인의 '내적 상태'를 보여주는 검사인 MBTI의 결과를 드러내라고 하는 것은 MBTI의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무료 MBTI 검사와 정식 검사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또한 현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연구부장은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인터넷 무료 검사 도구는 실제 MBTI 검사와 동일한 코드만을 사용할 뿐, 문항의 형태와 문항을 선택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며 "일종의 심심풀이 심리 테스트가 채용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MBTI의 본래 목적이 'Making a world of differences', 즉, '다양성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기업에서는 다양성의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지원자를 미리 걸러내기 위해 MBTI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연구부장은 기업이 'MBTI'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MBTI가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의 말에 따르면, 신규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는 주체인 기업 혹은 식당/카페의 경우, 'MBTI'의 기본 개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식당, 카페는 MBTI 전문 연구 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후, '적절한 상황'에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일반 대중의 경우에는, MBTI에 대한 '몰입'이 '매몰'로 변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MBTI 유형이 상대의 모든 면을 대변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특정 유형에 매몰되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태그:#MBTI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김다은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