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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상가 골목 풍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상가 골목 풍경.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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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홍대나 광화문처럼 직장인·젊은이들 많은 곳이야 금세 회복될지도 모르지. 뉴스 보면 가게마다 막 손님이 가득차고 그렇더만. 여기는 글쎄? 노인 단골들이 (코로나로) 많이 돌아가셔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다음날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임아무개(60)씨는 손님이 없어 휑한 자신의 가게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고령층이 주 고객인 탑골공원 부근은 원래 해가 지기 전에도 손님이 북적거렸는데, 코로나 이후엔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임씨는 "손님이 70%는 줄었다. 코로나 전에는 가게 밖에도 테이블 6개를 놓고 장사했는데, 2년 동안 테이블 펴본 게 딱 한 번이다. 아직은 거리두기 해제 효과를 못 느끼겠다"라면서 "손님 중에 코로나에 걸려 돌아가신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 인적이 '바글바글'했다던 바로 옆 포장마차 거리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행인은 드물었고 두 줄로 선 11개 포장마차엔 손님 10여명이 앉아 있었다. 매일 탑골공원을 들른다는 이아무개(59)씨는 "(코로나 전에는) 원체 노인들 많이 모이는 곳이라 물건(음식) 펴놓으면 서로 달라는 등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이 시간(오후 2시 30분경)에 내가 이 포장마차 첫 손님"이라고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9일, 고령층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비롯해 젊은층이 많은 서울 을지로·신촌을 찾았다. 탑골공원 주위의 낮 풍경에선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몇몇 가게에 손님이 몰린 것을 제외하면 을지로·신촌의 밤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제한은 해제됐지만,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라면서 오전 12시께 문을 닫았다. 이보다 앞선 오후 10~11시에 장사를 마감하는 식당도 상당했다.

[탑골공원의 낮 풍경] "코로나로 세상 떠난 단골들도 많아..."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우정경로당 문이 닫혀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우정경로당 문이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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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중구 필동경로당 문이 닫혀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필동경로당 문이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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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에도 그나마 유동 인구가 유지된 탑골공원에는 이날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공원 바로 옆에서 매일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년간 이 구역을 청소·관리를 하는 자원봉사자 박아무개(71)씨는 "코로나 전보다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서서히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라면서 "원래 장기(를 두는 책상) 줄이 두 줄이어서 더 붐볐는데 코로나라고 해서 한 줄로 만들어버리고 벽을 따라 길게 설치해 저렇게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기에도 탑골공원은 쭉 찾았다는 이아무개(60대)씨는 "코로나 때 노인들이 어디를 가겠어요. 복지센터도 다 문 닫고... 노인이랑 대화해주는 사람도 어디 있어요"라며 "근데 여긴 낙원이죠. 이런 데 나와서 이런저런 얘기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지나니 물가가 오른 게 고민"이라며 걱정했다. 200원 하던 커피가 300원으로, 5000원 하던 점심값이 6000원으로 올랐고, 잔치국수는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어 이씨는 "쥐꼬리만한 연금 받고 사는 우리한텐 여기 물가가 맞지, 다른 덴 가지도 못한다"라며 "탑골공원이 1년 넘게 폐쇄됐는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중화장실, 나무 그늘, 의자 다 부족했는데 지금은 문이 열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곳 중 하나인(2022년 2월 기준) 종로구는 경로당과 복지관, 공공시설을 휴관하고, 한때 고령층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의 문도 닫았었다.

거리두기가 완전 해제되며 경로당 등 고령층 다중 시설의 이용 제한도 상당수 풀렸지만, 취재 당일엔 문을 연 경로당을 찾기 힘들었다. 종로·을지로 인근의 우정경로당, 필동경로당, 묵정경로당, 을지경로당 모두 '코로나 출입 금지'란 팻말과 함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묵정경로당 바닥을 소독하고 있던 경로당 총무는 "다음 주 초에 문을 열 것이라 지금 여기저기 소독 중"이라며 "언제 (경로당) 문을 열고 운영할지 중구청에서 나와 의견을 듣고 갔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묵정경로당 앞 묵정공원 나무 그늘 밑에서 바람을 쐬던 전아무개(86)씨는 "집 안에서 TV도 보고 잘 쉬긴 했지만 이 공원이 숨통이었다"라며 "여름엔 집에 있으면 너무 더워 숨 막히니 에어컨 바람 쐬러 경로당을 많이 갔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년여 동안 가지 못했다. 이젠 밖에도 나가고 사람도 만날 수 있겠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을지로·신촌의 밤 풍경] 거리두기 강화될까 전전긍긍
 
19일 밤 11시경,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모습. 150여 명의 손님이 찾았지만,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조금 늘었다"라면서도 "영업시간 제한이 반복될까 봐 알바생을 더 구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19일 밤 11시경,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모습. 150여 명의 손님이 찾았지만,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조금 늘었다"라면서도 "영업시간 제한이 반복될까 봐 알바생을 더 구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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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11시 경,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50m여 떨어진 호프집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19일 밤 11시 경,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50m여 떨어진 호프집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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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손님이 늘었다고 알바를 새로 뽑고 영업시간을 늘리기는 부담스럽죠. 지금도 열 테이블은 더 깔 수 있는데, 알바생이 한 명뿐이라 안 하고 있어요. 거리두기 완화? 뭐 좀 더 지켜봐야죠."

20여년째, 이른바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아무개(67)씨가 노상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19일 오후 10시경, 그의 가게에는 50여명의 손님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코로나 전에는 매일 오전 2시까지 가게를 운영한 그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월~목은 자정, 금~일은 오전 2시까지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다.

박씨 가게 옆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철호(62)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는 150여명의 손님이 북적였지만, 이씨는 "잠깐 손님이 몰리는 것"이라며 "하루 이틀 매출이 늘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못 미친다. 야간에 일할 알바생을 더 뽑을까 싶다가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 다시 영업시간이 제한될까 싶어 섣불리 알바생을 구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을지로 먹자골목에서 50m 떨어진 식당가 대부분은 한두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 등 한산한 모습이었다. 7년째 이곳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미진(53)씨는 "사람이 몰리는 곳만 몰린다. 11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자정에는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이라면서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바뀐 것 같다. 손님들도 대부분 11시면 자리를 뜬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학가 먹자골목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두기 해제 이틀째인 19일 오후 11시께 양쪽으로 20여개의 술집이 늘어선 서울 서대문구 신촌 먹거리 골목은 한산했다.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아직 '코로나 영업제한 기간 동안 당분간 휴무합니다'라는 안내를 붙여놓은 채 문을 굳게 닫아놓은 술집도 있었다. 
 
지난 18일, 거리두기가 전면해제 됐지만 신촌 먹자골목에는 문을 닫은 가게도 보였다.
 지난 18일, 거리두기가 전면해제 됐지만 신촌 먹자골목에는 문을 닫은 가게도 보였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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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했지만, 신촌의 한 술집은 '코로나'를 이유로 가게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18일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했지만, 신촌의 한 술집은 "코로나"를 이유로 가게 영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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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주찬호(43)씨는 "생각보다 손님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매출의 1/3도 회복하지 못했다"라면서 "코로나의 영향인지 나와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15년간 신촌에서 인형뽑기 가게를 운영한 이아무개(71)씨 역시 "술 마신 학생들이 지나가다 인형뽑기를 하는 건데,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11시가 되면 거리가 한산해 손님이 없다"라면서 "조금 이따가 가게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다수는 거리두기 해제와 별개로 실질적인 손실보상을 포함한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방역완화 조치와 별개로 코로나로 본 피해를 어떻게 할 건지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주씨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호 공약인 '온전한 손실 보상·방역지원금 상향'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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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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