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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28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단에 선거 홍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28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단에 선거 홍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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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 하마평에 수많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당선만 되면 '거물급'이 되는 게 확실한 몇몇 광역지자체장 후보군엔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같은 현상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흔한 이야기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특정 지역 연고가 부족한 정치인이 유력 후보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경우, 당대표였고 과거 인천광역시장이었던 송영길 의원의 '서울시장 차출론'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에선 대구를 지역기반으로 뒀던 유승민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자신과 상관없는 지역으로 옮겨 출마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라는 데 있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주민이 선출하는 선거다. '지역과 관계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정치인들이 임의로 출마할 성격은 아니다.

선거란 원래 그렇다고 해도

물론 선거란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실제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사례처럼 이런 일은 특별히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고가 없는 곳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는 열거하자면 많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지금 상황은 더 문제다. 우선 지방자치 자체가 실종될 위험성이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그 지역을 잘 아는 정치인을 육성해 주민들이 자신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치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타지에서 온 정치인이 지역에 연고를 뿌리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바로 지방주권을 맡아 주민들을 위하겠다면 지방자치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는 해당 지방을 위해 열심히 뛴 정치인들에게도 위험한 메시지를 주기 쉽다. 어차피 다른 지역에 가서 당선되면 되는데 이 지역을 위해 얼마나 진심을 위해서 뛸지 모른다. 무연고 정치인이 갑자기 등장해서 당선된다면 많은 지역 정치인들에게 '이 지역은 경력 한 줄 채우는 용도로 써도 되겠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의 출세주의가 지역정치를 되레 가볍게 만든다. 지역 정치인은 이들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히고 지역 정가에 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지 모른다. 주민들의 불신은 당연히 따라오는 덤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가뜩이나 불신을 받는 지방자치인데 더더욱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다. 

'책임정치'의 실종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처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처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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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정치가 실종된다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지역에서 선출된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당연한 상식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손바닥 뒤집듯이 어기거나, 지역연고의 구축 없이 이곳저곳 출마하려고 하는 것은 지역주민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주민들은 이에 호응한다. 이는 '그래도 이 정치인은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을 어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역주민에게는 불신만 쌓일 뿐이다. 해당 주민들 뿐인가, 정치인들이 자신을 위해 헤집고 다닌 여러 지역들의 주민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쌓고 쌓이다 지역자치 자체에 대한 불만이, 결국에는 정치 전체에 대한 불만으로 퍼질 게 뻔하다.

정치인이 자신의 지역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게 뻔히 보이는 정치 풍토에서 정치인을 믿을 수 없다. 지금의 지방선거 광역지자체장 후보군 하마평은 그래서 문제적이다. 어떻게 더 나은 지방자치를 할 수 있을지, 지역의제는 어떻게 설정하고 주민에게 접근할지 주요 정당이 고민하는 게 아니라 '누가 나가서 우리 세력이 자리를 차지하나'먼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정치인 육성하는 선거가 돼야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서 지방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 지방에서 일해왔고, 지금도 뛰고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거가 돼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방의회 중대선거구제 확대다. 3~4인 선거구를 늘려 신규 정치인의 지방정치 입성을 완화하고 이들이 지역정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이들이 성장해서 갑자기 지역에 등장한 타지 정치인이 유력 후보 대신 지방의 건실한 예비시장, 도지사로 남아야 한다. '이장에서 도지사까지' 신화를 썼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사례가 더 이상 신화가 돼선 안 된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특정 정치인이 지방선거로 재기하는 신화가 아니다.

태그:#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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