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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를 하고 있다.
ⓒ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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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50.6% vs. 이재명 45.7%.

20대 대선에서 서울시민들은 윤석열을 선택했다. 격차는 31만 766표(4.8%p). 두 후보의 총투표 결과 격차인 24만 7077표(0.73%p)를 넘어서는 수치다.

서울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일곱 번 대선에서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제외하면 보수 정당이 7전 6패로 열세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대 대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서울 강남(67.01%), 서초(65.13%), 송파(56.76%)에서 압도적 몰표를 받았다. 집값 상승을 주도한 이른바 마용성(마포49.03%, 용산56.44%, 성동53.20%)을 비롯해 '한강벨트' 라인인 광진(48.82%), 강동(51.70%), 양천(50.13%)까지 더해 총 14개구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서울 표심의 변화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을 필두로 총 29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2017년 6월 6억 2116만원 하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21년 6월 10억 1417만원으로 4억 가까이 올라 그야말로 부동산 폭등을 겪었다.

서울과 부동산, 이 두가지 키워드가 만나는 지점에 30대가 있다. 이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리는 투자) 투자로 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온 세대이자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월별·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11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량은 1만 7609건으로 전체(4만 8117건)의 36.6%를 차지했다.

20대와 함께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힌 30대, 그 중에서 서울에 살고 있던 30대에게 부동산은 어떤 의미였는지, 이들은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물었다.

<오마이뉴스>가 대선 후인 14·15 양일간 전화 인터뷰한 30대 남녀 6명은 거주 지역(강동구·노원구·동작구·서대문구·성북구·영등포구)과 거주 형태(전세·자가)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의 부동산 정책에 상당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물론 차이도 있었다. 30대 여성의 경우 젠더 갈라치기에 대한 불만이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30대 남성은 모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 성격의 투표를 했다.

KBS·MBC·SBS 방송 3사가 9일 투표 종료와 함께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남성은 윤 당선인에 52.8%, 이 후보에 42.6%를 선택했다. 반면 30대 여성 표심은 이 후보 49.7%, 윤 당선인 43.8%로 나타났다.
 
30대 남녀 6인

- A씨 : 여, 37세, 노원구 전세 거주, 기혼, 문재인(19대)·이재명(20대) 투표
- B씨 : 여, 36세, 성북구 자가 보유(2020년), 기혼, 문재인(19대)·이재명(20대) 투표
- C씨 : 여, 37세, 서대문구 자가 보유(2020년), 기혼(아이 1명), 심상정(19대)·이재명(20대) 투표
- D씨 : 남, 38세, 강동구 자가 보유(2019년), 기혼(아이 1명), 문재인(19대)·윤석열(20대) 투표
- E씨 : 남, 39세, 동작구 전세 거주, 비혼, 문재인(19대)·윤석열(20대) 투표
- F씨 : 남, 36세, 영등포구 전세 거주, 기혼, 안철수(19대)·윤석열(20대) 투표

[30대 여성 3인] "부동산 중요하지만...여성 혐오 참을 수 없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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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 아이가 있어 학군도 고려해야 하는데, 가고 싶은 지역은 10억 이상인데다 대출이 막힌 상황이라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윤석열과 이준석의 젠더 갈라치기 등 혐오 정치를 지지할 수는 없었다. 이 역시 부동산만큼 나와 내 딸아이가 사는 세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까."

2020년에 서울 서대문구의 15년 이상된 아파트를 7억 원대에 구입한 C씨는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는 "2년 새 내가 사는 아파트가 2억 원여 올랐지만 학군 좋은 서울 지역으로 이사갈 수가 없다"면서 "좋은 동네로 가고 싶다는 상승욕구가 있는데,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 욕구를 탐욕이라고 폄하하며 대출 규제 등 계속 허들을 만들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여가부 폐지를 비롯해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내세운 젠더 갈라치기 등 폭력적인 사고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다"면서 이 후보에 투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역시 개인적으로 부동산보다 각 후보의 젠더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대남을 앞세워 청년 여성을 깎아내리는 발언·정책을 보는 게 괴로울 정도였다"면서 "이재명이 아주 만족스러운 후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차별과 혐오를 내세우지는 않았다"면서 후보 선택 기준을 밝혔다.

투표 당일 아침까지 고민했다는 B씨는 "'무고죄 강화'를 언급하는 윤석열의 여성 관련 공약에 동의할 수 없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이재명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A·B·C씨는 모두 이재명 후보에 투표했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취득세와 종부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한 거의 모든 세금을 중과했는데,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던 부동산 취득과 보유, 거래 등 조치의 상당 부분을 철회하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완화 등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노원구에 4년여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노원구 민심이 부동산 때문에 변화가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이 지역은 노후화 되고 재건축·재개발 대상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다 보니 규제가 많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많다. 민주당을 지지해봐야 개발보다 베드타운 밖에 더 되냐는 글들이 종종 지역 커뮤니티에 보인다"고 지역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노원과 도봉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인 이 지역에서 이 후보에게 5%p 이내 차이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결혼 7년차에 성북구에 아파트를 마련한 B씨 역시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느꼈다. 선거 후반 양도세 완화를 이야기했지만 기본적으로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정책을 강조했다"면서 "임대주택 공급보다는 재개발·재건축 등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 또 다주택자에게 취해졌던 각종 불이익 조치가 철회되어야 한다"면서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기대감을 표했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대비되는 '공급 확대 및 세제 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5년간 수도권에 130만~150만 호 등 전국에 250만 가구를 공급하고,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고,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유예하고 취득세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30대 남성 3인] "민주당에 본때 보여줘야 했다"
 
3일 오후 서울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용산구 이촌동과 반포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발표한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따라 8년간 이어진 '35층룰'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침체했던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후 서울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용산구 이촌동과 반포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발표한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따라 8년간 이어진 "35층룰"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침체했던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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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부동산이 결정적이었다. 30대 후반에 들어서 투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규제 때문에 도무지 투자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문 정부와 민주당에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2019년 강동구에 아파트를 마련한 D씨는 "이전 대선에서 내내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다. 그런데 더는 안되겠더라. 오피스텔도 다주택에 포함하는 등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문 정부의 정책에 분노했다.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려면, 직장말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야 하는데, 문 정부는 모든 걸 막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문 정부가 집값을 올려준 덕분에 내 아파트도 2배 이상 가격이 올라 어느 부분에서는 문 정부가 고맙긴 하다"라고 한 그는 "이재명의 부동산 정책은 여전히 공공임대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느꼈다. 반면 윤석열은 규제를 줄여 투자할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30대 남성들은 여성들과 달리 '부동산 정책'이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2019년에 결혼해 현재 영등포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F씨는 "결혼을 통해 부동산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그는 "이전에는 꼭 집을 사지 않아도 적당한 빌라에 전세로 살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안정적인 주거가 중요해졌다. 아이를 데리고 2년마다 이사를 다닐 수는 없잖나. 그런데 지금은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도 값이 너무 올라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날 처지다. 윤석열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1인가구인 E씨는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이 1인가구보다 신혼부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한 달에 10만원씩 15년간 청약통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 청약통장은 공공분양만 쓸 수 있어 일반공급만 가능한데, 문재인 정부은 일반공급을 줄이고 특별공급의 비중을 늘렸다. 신혼부부에게 공급을 몰아주다 보니 내 청약통장은 쓸모가 없어졌다"라면서 "1인 가구는 정책에서 소외 받는 낀 계층이 됐다. 이전 대선에서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에게 투표했지만 이번만큼은 이재명에게 투표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30대 남녀 대부분은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했지만, 부동산 정책 변화가 갑작스레 이뤄질 경우 발생할 시장의 혼란을 우려하기도 했다. 모순적인 우려이기는 하지만 대출·규제 완화 정책이 자칫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제 막 부동산 가격 안정화 효과가 드러나는 거 같은데, 다시 부동산 투기 열풍이 생길까 걱정되기도 한다"라고 했고, F씨는 "영끌·빚투가 재연돼 가계부채가 다시 늘고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불안하다"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결국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이 영끌을 한 사람에도, 전세를 사는 사람에도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금리 인상 흐름과 맞물려 부동산 이슈가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30대는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로 다른 세대보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결혼·출산·육아와도 관련이 있는 현실적 이슈"라면서 "대선은 끝났지만 부동산 정책·시장과 관련한 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언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짚었다.

태그:#대선, #서울, #30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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