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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중구구민회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투표참관인들이 입회한 가운데 개표 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중구구민회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투표참관인들이 입회한 가운데 개표 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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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낙서를 하거나 모든 후보를 찍은 무효표도 있었지만, 무효표 상당수는 안철수표였다."

지난 10일 일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개표작업을 한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개표사무원으로 참석한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역대 최대 무효표라는 말이 실감되더라. 지난 대선 개표에도 참여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무효표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20대 대통령선거의 무효표 30만 7542표(0.90%)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득표수 차이인 24만 7077표보다 6만 465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용지만을 놓고 유권자가 고의로 던진 무효표인지, 실수로 생긴 무효표인지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이번 무효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 때 40만 195표의 무효표(1.53%)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막판 단일화 번복 등이 있었던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무효표 수는 22만 3047표(0.89%)로 이번보다 7만표 이상 적었다. 이후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때는 11만 9974표(0.50%),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는 12만 6838표(0.41%), 19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시 무효표는 13만 5733표(0.41%)였다.

3일 사전투표 직전 안철수 전격 사퇴, 무효표 급증 원인 
 
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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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에서 무효표가 급증한데에는 투표용지 인쇄 시점 이후인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전격 사퇴한 점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3일부터 28일까지 115개국 총 16만 1000여 명이 참여해 투표율 71.6%를 기록한 재외국민 투표에서 안 후보를 택한 표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한 김동연 후보표 역시 무효표가 됐다.

사전투표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때문에 사퇴한 후보 이름 옆에 '사퇴'라는 표시가 돼 있으나, 미리 인쇄된 본투표 용지에는 이런 표시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무효표는 표본조사를 통해 사유를 분석한다. 안철수, 김동연 후보 사퇴 등의 이유로 무효처리된 표도 파악할 예정이다. 다만, 추후 지방선거 등의 일정이 있어 무효표 분석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투표용지 인쇄 후 사퇴한 후보들이 두 명 있어 무효표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투표 용지 인쇄는 선거법에 명시된 일정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선의 개표에 참여한 개표사무원·개표참관인 사이에서는 안철수를 찍은 무효표 외에도 "눈에 띄는 무효표가 많았다"라는 말이 나왔다. 전남 목포에서 개표참관인으로 참석한 박아무개씨는 "후보 이름에 욕을 써놓거나 기표도장 대신 펜으로 두 후보에게 동그라미 표시를 한 사람도 있었다"면서 "19대 대통령선거를 포함해 총 4번 개표참관인을 했는데, 이런식의 무효표가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규정에 맞지 않게 기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 이른바 '백지 투표'는 모두 무효표로 처리된다. ▲두 후보자란에 걸쳐서 기표한 것 ▲두 후보란 이상 중복 기표한 것 ▲어느 후보자란에 기표한 것인지 식별할 수 없는 것 ▲성명을 기재하거나 낙서한 것 ▲인감이나 손도장을 찍은 것도 무효표로 처리된다. 

대전에서 개표사무원으로 개표 작업을 진행한 강아무개씨는 "한 후보의 이름을 긋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써 놓은 표도 있었다. 유권자가 '뽑을 사람이 없다'는 거부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한 것 같았다"라고 해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무효표 중에는 이미 사퇴한 안철수, 김동연 후보의 표가 상당할 것이다. 이중에는 정권심판과 젠더 갈등 사이에서 서성거렸던 2030 여성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면서 "어느 때보다 세대, 젠더 갈등이 극심한 선거였던 만큼 윤석열 당선인을 비롯한 각 정당은 무효표의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무효표, #윤석열,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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