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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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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까지도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하아무개(28)씨는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 사전투표도 하지 않았다"라는 그는 "대선 후보들이 선거 내내 20대 여성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선거 막바지에야 여성들을 향해 제스처를 취하는데,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마이뉴스>가 통화한 20대 여성 5명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철저하게 배제된 선거였다"고 입을 모았다. 대선 후보들은 선거와 유세 내내 '청년'을 앞세웠지만, 자신들은 소외시켰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사전투표율은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성 유권자가 남성보다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사전투표 여성 투표율은 34.6%로 남성 39.3%보다 4.7%p 낮았다고 밝혔다. 선거인 수는 여성이 2229만1397명으로 남성(2190만6295명)보다 38만5102명 많았지만, 투표자 수는 여성(771만3563명)이 남성(861만39명)에 비해 89만 6476명 적었다. 

"나를 위한 정책이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광명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광명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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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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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성북구 안암역 인근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성북구 안암역 인근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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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들은 "아무리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도 나를 위한 정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의 날인 8일에도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해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등을 다시 올린 것에 불만을 표했다. 동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여성·소수자 이슈 매체 출연을 번복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4일 사전투표를 했다는 최아무개(22)씨는 "윤석열은 처음부터 끝까지 20대 여성을 배제한 채 선거에 임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잊기 힘들다"면서 "여성에게 적대적인 그 후보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유력 대선후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20대 남성과 그렇지 않은 20대 여성을 갈라쳤다고 지적했다. "20대 여성의 숫자가 적어서 대선 후보들이 20대 남성에게만 집중하는 건가 싶어서 유권자 숫자까지 찾아봤다"라는 소아무개(24)씨는 "선거공보물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여성 친화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까지 여성 청년에 무관심할 줄 몰랐다"라고 실망을 표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집계한 이번 대선 선거인명부상 20대 유권자는 약 659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4.9% 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0대 여성은 약 313만 명이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김아무개(25)씨는 "토론회에서 한 후보의 발언이 투표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취업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건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었는데, 어떤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하더라"면서 "나를 포함해 먼저 취업한 친구들은 이 말에 제일 분노했다. 사회 초년생만 되도 성차별의 벽을 실감하는데, 어떻게 대선 후보가 이런 현실을 모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가 단일화 한 것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도 있었다.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한다는 박아무개(21)씨는 "유력 후보들이 모두 비호감이라 소신대로 뽑으려고 했다. 그래서 안철수를 뽑을까 고민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여성이 처한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발언을 한 윤석열과 단일화하는 것을 보고 정이 뚝 떨어졌다. 이들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태그:#대선, #이재명, #윤석열, #2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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