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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단식 장면
 김영삼 단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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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정경분리 원칙을 들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천주교 내부의 비판도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독재자를 위한 조찬기도회나 국보위 참여 등에는 눈을 감은 채이다.

예수는 가난한 자, 포로된 자, 눈 먼 자, 병든 자, 눌린 자들의 해방을 위해 왔다고(누가복음 4장) 했다. 그가 접촉한 대상은 인권을 유린당한 여자들, 병든 자, 가난한 자, 창기 등 힘 없는 무리들이었다. 하나같이 예수의 친구들이다. 예수는 "몸을 죽일지라도 영혼을 죽이지 못하는 것을 무서워 말고 영혼과 몸을 모두 죽이는 것을 무서워하라"(마태복음 10장 28절)면서 부패한 바리새 세력과 맞섰다. 

1973년 브라질 주교단은 인권선언 제1조에서 "교회는 사목활동을 통해 인권문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인권은 정경분리의 울타리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1983년 3월 12일 대법원은 부산 미문화원사건 김현장ㆍ문부식 2명에게 사형확정 판결을 내렸다. 

언론과 함께 이 시대를 어둡게 한 또 하나의 주범은 바로 사법부였다. 언론과 사법부는 바로 권력에 기생하여 나라를 망친 쌍둥이와 같은 것들이다. 사법부의 정화가 간헐적으로 얘기되지만 사법부야말로 열 번 죽고 백번 죽어 참으로 새로 태어나야 할 역사적 죄인임을 고백해야 한다. (주석 8)

1983년은 전두환 체제가 굳건히 자리잡은 한편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의 민주화를 위한 단식(5월 18일), 함석헌ㆍ홍남순ㆍ문익환 등 재야 인사들의 <긴급 민주선언>발표 후 단식농성(5월 31일) 등으로 저항의 틈새가 열렸다. 전두환은 3월 15일 사형을 선고받은 김현장ㆍ문부식을 무기형으로 감형하였다. 

정의구현사제단은 4월 18일 '화해를 위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제단은 국민적 화합을 위해 선행조건으로 정부에 5개항의 쇄신을 제시하고 2항에서는 ①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개정된 비민주적인 법률과 유신체제 아래서 제정된 악법철폐 내지 개정 ② 학생ㆍ언론인ㆍ노동자ㆍ교수들의 복귀 ③ 유신체제 이래 부당하게 학원과 직장에서 추방당한 학생ㆍ언론인ㆍ노동자ㆍ교수들의 복귀 ④ 정치활동 피규제자 해금과 특정인에 대한 연금 해제 ⑤ 노동자ㆍ농민을 위한 정책 제시 ⑥ 언론자유 조속 회복 등을 제시했다.

사제단은 〈성명서〉의 앞 부분에서 "우리는 인간의 양심에 따라 발언하고 행동하지 못하여 인간이 인간다운 존엄에 합당한 삶의 조건과 품위를 유린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화해와 일치를 위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더욱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주석 9)고 어둠 짙은 시대상을 질타했다.

이 해 9월 30일, 1970년대 학생운동 출신의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을 창립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민청련은 "민족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의 현실 상황은, 뿔뿔이 흩어진 민주 청년들이 다시 한데 모여 민중운동의 흐름 속에서 양심적인 지식인ㆍ종교인ㆍ정치인ㆍ노동자ㆍ농민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새로운 사회 건설에 온몸으로 매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기문을 채택하고, 의장 김근태, 부의장 장영달을 비롯하여 5명의 집행부를 선출하였다. 

살벌한 5공의 벌판에서 힘겹게 싸워온 정의구현사제단에게는 모처럼의 우군이었다.

"참으로 갈 길은 멀고 앞길은 캄캄한 이 한 해에도 그래도 하늘의 별빛을 따라 모든 이들은 발길을 멈추지 않고 자유와 해방의 여정을 계속하였다." (주석 10)


주석
8> 함세웅, <양심법을 외면한 실정법의 광대극>, <암흑속의 횃불(5)>, 376쪽.
9> 앞의 책, 415쪽.
10>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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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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