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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 마스크 벗는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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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지도부를 만났다. 한교연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 등과 함께 꾸준하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왔던 보수 개신교 단체다. 윤 후보를 만나기 직전인 1월 25일에도 한교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분명히 반대하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등이 차별금지사유에 포함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교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를 차별해선 안 된다며 다수를 차별하는 역차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볼 때 위헌적 요소라고 판단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보수 개신교계의 소수자 차별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지난해 6월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충분히 숙성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물론 이 발언 이후 3일 만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며 후퇴하긴 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1월 26일 발언은 이 대표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퇴보했다.

미국은 60년 전에 만든 차별금지법

현대사에서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낯선 사건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1964년 미국에서 통과된 인권법(Civil Rights Act)은 인종, 2017년 미국 시카고 제7순회항소법원의 다이앤 우드 판사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대학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킴벌리 하이블리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금까지의 민권법은 개인의 다양한 성적 지향을 배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차별금지법을 명문화하고 있다. 유럽 연합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을 공포했고, 3장의 경우 차별금지, 성평등과 아동 및 노인의 권리 등이 명시돼 있다. 이 헌장은 리스본 조약에 의해 2009년부터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프랑스·스페인·독일 등 여러 회원국들이 각자의 차별금지법안을 제정했다. 얼마전 헝가리에서 성적 지향을 차별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다른 회원국들이 헝가리에 대한 보이콧을 외치기도 했다.

국제연합(UN)은 2006년부터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왔다. 지난 10여 년 동안 UN의 사회권위원회(2009), 여성차별철폐위원회(2011), 아동 권리위원회, 인종차별위원회(2012), 자유권위원회(2015) 등 여러 기구가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왔다. 가장 최근인 2021년 12월 17일에는, 유엔인권사무소가 '국제인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다양한 사유를 망라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윤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UN은 15년에 걸쳐 회원국인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이 위헌 국가가 될 것을 재촉한 셈이다.

차별금지법은 다수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오른쪽 두번째)이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이상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주최로 지난 1월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오른쪽 두번째)이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이상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주최로 지난 1월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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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차별금지법의 강제성을 논했다. 그러나 자세한 법안 내용을 살펴보아도 강제라는 말은 무색해진다. 차별금지법의 가장 주된 내용은,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등 공적 영역에서 개인이 받는 차별을 최소화하는 것에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평등 법안에는 처벌 조항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포함됐던 형사 처벌 조항은 빠졌으나, 피해자에 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차별이 인정되는 경우 징벌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의 경우, 차별로 판명된 행위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시정 권고나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취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즉, 일각의 우려처럼 개인 차원의 혐오 발언을 한다고 감옥에 갈 일은 없다. 교회 목사의 동성애 반대 설교도, 동성애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댓글만으로 처벌을 받게 될 일도 없다.

대상이 없는 '섀도 복싱(Shadow boxing)'이다.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전형적인 몰이해와 편견에 근거한다. 철저히 '앎'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차별금지법이 우리는 이미 소수자 이슈는 한국 대선 후보의 표 계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에 근거한 것이다.

윤 후보의 말대로 차별의 주체가 다수라면, 배제와 차별은 유지해도 괜찮다는 걸까. '소수에 의한 독재'를 경계한다면, 왜 '다수에 의한 차별'에는 이토록 관대한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차별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역차별의 문법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정치권이 다수에 대한 우려를 되풀이하는 동안, 소수가 받고 있는 차별은 조명받을 자리를 잃는다.

다수의 불편을 우려하는 세계관에서 성소수자들의 퀴어 퍼레이드는 영원히 시끄러운 외설 축제일 것이고, 통행권을 외치는 장애인들의 시위는 민폐 행위로 전락할 뿐이다. 그 어떤 소수의 시민도 선천적·후천적 요인을 이유로 배제당해선 안 된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의 윤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우려하며 법조인의 권위를 강조했다. 윤 후보에게, 그와 같은 법조인인 앤서니 케네디 전 미국 대법관이 작성한 2015년 동성혼 합헌 판결문을 공유한다.

"그들(성소수자)의 소망은 고독함 속에 남겨지지 않아야 하고, 문명의 오래된 제도로부터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법 앞에서 동등한 존엄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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