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5일 오전 11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안을 직접 발표했다. 총괄,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였던 것을 선대본부 중심의 실무형 선대위로 바꾼다는 것이니,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사실상 해촉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결별을 공식화했다. 

연일 업데이트 되는 대선뉴스를 보다 보니 누가 대통령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다. 후보들의 이름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이름이 더 많이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3일, "후보는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을 빚었다. 

사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언사를 들은 바로 그 순간에.

윤 후보의 말을 들은 뒤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유를 위해 목숨까지 버린 인권운동가들의 이름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 생각했다. 말을 아끼면, 주변 참모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참 좋으련만.

김종인-윤석열을 보고 떠오른 일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해준 대로 연기해달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생각 없이 그저 따라오라는 말 아닌가. 한 나라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오죽 못 미더우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모두가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제 역할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자꾸만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나까지 나서서 수없이 사과를 하게 만든 후배에게 말이다.

"OO씨, 알려준 것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걸 못 해서… 내가 언제까지 수습을 해야 해요?"

그때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와 같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돌아보건대, 나는 그를 조금도 믿지 못했다. 그가 일을 도맡으면 내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될까 봐 불안했고, 그가 일을 피하면 그 피해 또한 다른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니, 견디기 어려웠다.

업무와 맞지 않는 동료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하는 실수가 아니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부모처럼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그에게 다른 길을 찾을 것을 조언해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하며 수수방관할까. 나는 여전히 정답을 알지 못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맞이할 진짜 결말은...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전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대선과 내 직장 생활을 비교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일까. 어쩐지 비슷한 모습들이 비쳐질 때가 있다. 후보를 믿지 못하는 선대위원장과 그를 배제하려는 후보의 모습 또한 그렇다.

덕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한 가지만은 알게 되었다. 이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능력이든, 품성이든 간에.

후보에게 '연기'를 요구한 총괄위원장이 사라졌으니 긴박했던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과연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감독 없는 이 드라마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국민의힘, #윤석열, #김종인, #이준석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