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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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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2일 공개한 '청년정책 설문 결과'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8명이 기회의 불공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50대 직장인 1000명(20대 172명, 30대 244명, 40대 291명, 50대 291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나'라는 질문에 75.1%에 달하는 인원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결과에 따르면, 20대와 30대는 각각 응답자의 80.5%와 85.2%가 "불공정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40대는 66.3%, 50대는 72.2%가 '불공정하다'라고 답했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 청년들 다수가 우리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각계 2030 청년들 6인을 따로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 설문조사 결과대로 우리사회가 불공정하다 느끼는지, 불공정하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앞서 직장갑질 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기회의 불공정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에 대한 평가,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집단별 희망연봉 등을 조사했다.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이뤄졌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다.

20대 대학생 "내 직장 빼앗겼다는 생각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청와대 인근서 기자회견하는 인천공항 노조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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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재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정호진(가명, 25)씨는 3일 <오마이뉴스>에 "청년들 10명 중 8명이 기회의 불공정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면서 "솔직히 말하면 나와 동기들은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 때 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성향을 떠나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인국공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다수의 20대 청년들이 가졌던 공통의 감정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취업이 피 말리는 상황에서 하늘의 별 따기인 공공기관 취업에 갑자기 간단한 시험만 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꾼다 한 거 아닌가. 절대다수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다."

'인국공 사태'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뒤 발생한 일로, 비정규직인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이던 공사 직원들과 취업 준비생 청년층이 집단으로 반발한 사건이다.

인문계열 대학원에 재학 중인 30대 박경민(가명)씨 역시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력하면 잘 될 거라' 쉽게들 말하는데 (정부 관계자가) 공채사이트에 한 번 들어가서 훑어라도 봤으면 좋겠다"며 "지원자격이 석사학위 소지자부터인 학예보조 자리가 세전 230만 원이다. 그런데도 경쟁률은 보통 100대 1이 기본이다. 갈 곳이 없으니 다들 몰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 말대로 공공부문 채용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정부 산하 기념관의 지원 자격은 '관련학과 석사학위 이상 학력 소지자로 관련 분야에서 1년 이상 실무경력자여야 한다'고 명시됐다. 기타사항으로 '학예사 자격증과 영어 및 중국어 능통자, 전시공간디자인 관련 분야 실무경력자를 우대한다'고 추가됐다.

박씨는 "스펙에 대한 요구는 계속 늘어나고, 힘들게 스펙을 갖춰도 뚫기는 바늘구멍"이라면서 "대학원생도 혜택을 받았던 국가장학금제도는 아예 사라졌다. 그나마 있던 청년을 위한 제도도 없애버려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박씨 말을 반영하듯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설문결과에는 '현 정부의 청년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펼쳐졌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7%는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답은 26.3%에 그쳤다. 다음 정부 청년정책에 대한 기대 역시 부정적 의견이 61.2%로 절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마디로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한 체감도 기대도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한 20대 직장인 주민희씨도 "경쟁률은 점점 심화되는데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청년들의 쓰린 마음을 전혀 보듬어주지 못한다"라며 "말만 요란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들 취업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이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 위치 집단 "연봉 3000만 원도 좋은 직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과 20대, 비정규직, 서비스직, 5인 미만, 월 150만원 미만 일터의 노동자들은 연봉 3000만 원 이하의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는 생각을 가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과 20대, 비정규직, 서비스직, 5인 미만, 월 150만원 미만 일터의 노동자들은 연봉 3000만 원 이하의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는 생각을 가졌다.
ⓒ 직장갑질 119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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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여성과 20대, 비정규직, 서비스직, 5인 미만, 월 150만 원 미만 일터의 노동자들은 연봉 3000만 원 이하의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는 집단에서 낮은 연봉도 괜찮다고 답한 건데, 남성과 40대, 정규직, 사무직 등 집단에 속한 인원들의 경우 좋은 일자리 기준이 연봉 40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사립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30대 이용철(가명)씨는 "애석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는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학교부터 직장까지 결정되는 것 같다"면서 "대학에서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보통 강남에 살거나 부모님 경제력이 좋을수록 반수를 하거나 아예 자퇴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짙다. 아니면 해외연수를 가거나 대학원에 가는 경우가 훨씬 높다. 이 모든 게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특목고를 나와 현재 대학에 재학중인 김선희(가명, 22)씨도 "3학년이 되자마자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다만 취업준비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휴학을 하고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연수를 가거나 여러 자격증을 딴다.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국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스펙에서 차이를 만든다. 가뜩이나 좁아터진 취업시장에서 청년들이 기회의 공정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김건수 체제전환을 위한 청년시국회의 집행위원은 4일 <오마이뉴스>에 "삶의 기회와 권리가 경쟁의 보상물로 제공되는 시스템은 또 다른 사회적 논쟁을 끊임없이 야기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공공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김 집행위원은 구체적 방안으로 "사회적 기준선을 한번에 끌어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유럽이 68혁명을 거치며 무상교육을 실현해 현재의 사회근간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비정규직의 사용금지' 등과 같은 공공성을 확대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 집행위원이 속한 시국회의는 노동·기후·젠더·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25개 단체 청년활동가들이 모인 연대 단체다.

태그:#직장갑질119, #공정성, #공공성, #인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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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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