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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25일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 수여식 기다리는 윤석열-김건희 부부 지난 2019년 7월 25일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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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집권 시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후보는 22일 공개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면서 "대통령 부인에 대해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같은날 제6차 중앙선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과 그의 영부인은 공식적인 법적 지위와 국가의 예산이 수반되는 자리"라고 반박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윤 후보 주장대로 청와대 제2부속실을 없애면 그 역할도 사라지는지 살펴봤다.

대통령 배우자 경호법상 경호 대상... 제2부속실, 배우자 활동과 업무 보좌 

우리나라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나 역할을 규정한 법률은 없다. '대통령경호실법' 제3조 1항에 경호실 경호 대상 가운데 하나로 '대통령과 그 가족'이 언급돼 있다. 여기에 대통령 배우자는 선출되거나 임명된 공직자 못지않은 국가적 예우를 받는다.

현재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실'에서 주로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과 업무를 보좌하고 있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정부 때인 지난 1969년 처음 신설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2부속실'의 구체적 업무는 ▲ 영부인 일정 및 행사 기획, 집행 ▲ 영부인 활동 수행 및 비서업무 ▲ 영부인 활동 대내외 네트워크 및 비서활동 ▲ 관저생활 보좌 등이었다.

현재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대통령비서실의 조직과 직무범위, 정원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제2부속실'을 비롯한 비서실 하부조직과 분장사무는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하도록 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2007년 대통령비서실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성권 의원 요구자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배우자는 ▲ 대통령 내외 공식일정 수행 ▲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및 방한 외빈 접견 ▲ 청소년 및 여성 관련 행사 일부 참석 등의 공식 활동을 수행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 예산서에 대통령 배우자와 직접 관련된 사업이나 예산은 없었고, 배우자가 직접 참석하는 공식적인 행사의 경우 소요 경비 일부를 예산에서 지원하고 있었다.(이민정, '퍼스트레이디의 역할 정립에 관한 연구, 2008년,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미국 역시 퍼스트레이디 공적 역할을 규정한 법률은 따로 없지만, 지난 1978년 만든 미국연방법전(USC) 제3편(대통령 편) 제105조에는 대통령 배우자가 대통령을 지원할 경우 대통령과 같은 지원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배우자가 없을 경우 다른 가족이 대신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23일 <오마이뉴스>에 "대통령 배우자가 선출직도 아니고 (역할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출된 최고 권력(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다"면서 "대통령 배우자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정치, 제도,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대통령 배우자가 기후 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정책을 직접 내지는 않아도 국민에게 기후 문제에 대해서 위기와 심각성을 일깨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낸 임세은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23일 <오마이뉴스>에 "대통령 부인도 국가 원수의 배우자로서 외교 활동 등 대외 활동을 함께 하고, 문화, 보육, 교육 영역 등에서 대통령 대신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어 보좌하는 공무원과 세금이 지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2부속실 없애도 '역할' 남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핵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영부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영부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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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속실을 폐지한다고 해서 '영부인'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부서가 사라져도 업무는 계속 남게 된다는 이야기다.  

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현재 민주당 중앙선대위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영부인을 포함해서 대통령, 모든 분들이 대한민국의 중요한 외교적 축"이고 "제2부속실 비롯해서 청와대 전체가 외교를 담당하고 지원하는 스태프"라면서 "(제2부속실을 폐지해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라는 조직 자체가 대통령과 영부인을 위한 지원 조직"이라면서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위법적 행위를 지적하니까 일종에 꼼수와 면피성 발언으로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주 소장은 "대통령에게 배우자가 아예 없으면 모를까, 제2부속실을 없앤다고 해서 정치적 영향력이나 역할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 배우자 역할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만들어 예산도 배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했는지 감사도 받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성학자인 오한숙희 사단법인 누구나 이사장도 "(윤석열 발언은) 대통령 배우자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자구책이나 면피용으로 제시한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도 대통령 배우자 역할을 규정해야 될 때가 왔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의료보험법 개정, 보육 문제 등 당시 퍼스트레이디로서 미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다"면서 "대통령 배우자 역할을 자선이나 봉사 정도로 이해했던 예전과 달리, 공인으로서 국민에게 복무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윤석열, #김건희, #영부인, #대통령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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