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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실 노동자들이 조리흄 등 각종 유해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산재 신청 후 승인 받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급식실의 유해물질에 대해 제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체급식실 노동자들이 조리흄 등 각종 유해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산재 신청 후 승인 받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급식실의 유해물질에 대해 제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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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가 경기도의 학교급식실에서 12년 동안 일하다가 2017년 폐암진단을 받았다. 투병 중 사망하였고, 올해 2월에서야 산재가 인정됐다. 

급식실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이유는 기름을 사용한 튀김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 학교급식실에서도 확인되었고, 국내 학교급식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폐암 발생이 높다는 해외 연구 때문이다. 

조리흄은 직경이 매우 작은 입자상 물질과 이 물질에 흡착된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입자상 물질도 다양한 폐질환을 유발하고, 급식실에서 측정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중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성이 있다고 공식발표한 물질은 다핵방향족탄화수소와 포름알데히드 등이 있다.

심각한 점검 결과, 풍속후드 0m/s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의 위험성평가팀 산업위생관리기술사가 점검 실무를 책임지고, 경기북부 8개 학교의 공기질을 점검했다. 

후드 풍속 점검 결과는 심각했다. 학교마다 보통 4~6개의 후드를 설치하여 환기시키고 있는데, 2개의 학교에서는 후드 중 일부가 고장으로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 외 학교들은 후드가 작동은 하나 후드 간 풍속차이가 컸고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1.0~1.2m/s)에 대부분 미달했다. 

특히, 작업자의 호흡기 위치나 유해물질 발생지점에서의 풍속은 아주 약하게 나타났다. 4개 학교는 후드 개구면은 제어풍속이 측정되긴 했으나, 호흡기 지점 후드풍속은 0m/s인 후드가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 환기시스템은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 상승기류를 흡입하기 위한 상방형 후드 형태(흔히 캐노피형)로 표준화되어 설치·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작업자들의 호흡기 영역이 후드 안에 위치하면, 머리 위로 빨려 들어가면서 조리흄이 호흡기를 거치기 때문에 오히려 작업자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ZERO' 풍속후드가 일부 학교만의 문제일지, 전체 학교의 문제일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노동부의 급식실 시설에 관한 안전지침에서도 "후드의 설치는 포위식 또는 외부식 형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측방형과 같은 슬롯 형태의 환기시스템이 원칙이라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비과학적이고, 무분별한 형태가 아닌 배기 효율을 최대화시키는 새로운 환기시스템으로 표준화되어야 한다. 

공기질 부분은 직독식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라, 일반 작업환경측정 결과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기준치 8시간 평균(TWA)값과 단순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8개 중 7개 학교에서 순간 농도가 산안법 TWA 기준치 0.3ppm보다 높은 농도로 측정되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포름알데히드 TWA기준치의 약 15배에 달하는 4.4ppm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8시간 기준으로 0.2ppm, 미국은 0.1ppm을 넘어선 안 된다. 외국은 15분간의 시간가중평균노출값인 단시간노출기준(STEL)도 규정하고 있는데, 유럽은 0.4ppm, 미국은 0.3pp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가 어렵지만,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4.4ppm이었던 초등학교는 미국 15분 단시간 노출기준으로는 15배 초과한 셈이다.

급식실 작업환경 관리의 어려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작업환경측정 대상물질에 조리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조리흄을 측정하는 방법을 제도화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포름알데히드의 순간 농도가 이번 조사에서 높게 나왔고,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도 존재가 확인된 바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TWA기준을 적용하면, 8시간 평균값은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조리흄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 항목이 정해져 있지 않듯이 일터에서 노출되는 많은 유해인자에 대해 모르는 정보가 더 많고, 적절하게 제도 속으로 편입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제도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포름알데히드의 경우처럼 노출기준이 국가마다 상이한 물질도 있다. 또한, 측정된 수치가 노출기준보다는 낮아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치부되는 물질들도 있다. 

노출기준에 대해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고용노동부고시)에서는 "근로자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경우 노출기준 이하 수준에서는 거의 모든 근로자에게 건강상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노출기준은 모두에게 안전한 기준이 아니며, 모든 유해물질에 대한 기준이 아니고, 모든 노출경로에 대한 기준도 아니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여러 이해당사자들 간의 논쟁과 힘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적 기준이다. 현재 노출기준이 있는지, 노출기준을 넘지 않았는지 논쟁보다, 이 물질들의 노출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임종성 의원은 급식실 노동자 7명이 폐암을 산재로 인정받았고, 10건은 산재신청되어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출범하여 활발히 활동 중인 직업성암 119에 접수된 학교 급식실 암환자 접수자는 9월까지 49명이다. 종류별로는 폐암 24명 뿐만 아니라, 유방암 11명, 갑상선암 6명, 혈액암 4명 등 다양하다. 다양한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환기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폐암 이외의 다른 암들도 업무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노동자가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암에 걸렸다. 이런 급식실 환경을 소위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방치만 할 수는 없다.

급식실 직업성암 예방 대책 

학교급식실에서 더 이상의 암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국소배기장치의 점검과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93조 안전검사에서는 시행령으로 국소배기장치에 대해 2년마다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전검사 전문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점검받고 그 결과를 노동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하여, 국소배기장치의 상태에 따라 순차적으로 환기시스템의 개선도 진행되어야 한다.

노동강도 개선도 필요하다.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고용노동부고시)에서는 노출기준 적용 시 주의사항으로 "노출기준은 1일 8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하여 제정된 것으로, 이를 이용할 경우에는 근로시간, 작업의 강도, 온열조건, 이상기압 등이 노출기준 적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제반요인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급식실에서는 조리흄과 미세먼지, 각종 발암물질이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 상황에서 노출된다. 조리사 1명이 120명에서 150명의 식수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가 아닌 일반적인 급식실과 비교하면 많게는 2배까지 차이가 난다. 노동강도가 높아 호흡수가 많다보니, 아무리 유해물질의 농도가 낮더라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질 수 있다. 폐암 등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직업성암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강도를 조절하고, 온열조건과 배식인원에 대한 개선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조리흄을 줄여야 한다. 고온의 튀김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은 폐암발생의 위험요인이고, 튀김뿐만 아니라 볶음·구이요리 등의 요리방법으로도 조리흄이 발생한다. 국내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는 학교급식실 노동자는 간접노출까지 감안하면 1주일에 3~4회는 고농도의 조리흄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이나 볶음, 튀김 요리보다는 찜 등 조리흄이 적게 발생하는 방법으로 조리하는 식단을 늘려야 할 것이다. 

직업성 암, 예방을 위한 활동

직업성 암은 직업적 원인의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체 암의 원인별 기여위험도 중 직업적 요인은 보통 4~5%정도로 추정한다. 연간 암환자가 24만여 명인 한국에서는 직업성 암환자가 9천 7백 여 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현실은 2% 정도인 200여 명만 산재로 인정받고 있다. 더 많은 직업성암을 발견하고,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정되어야 할 부분은 통일된 규정이 부재한 발암물질 관련 각종 법규들이다. 노동부의 작업환경실태조사 보고서 등 공식자료를 확인해보아도 발암물질 취급하는 사업장 상황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 파악된 물질에 대한 제도화도 부족하다. 

국내 유통 중인 화학물질이 44000종, 그 중 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은 6800여종이며, 매년 300~400여종의 신규 화학물질이 도입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노출기준 설정된 화학적 인자는 731개 뿐이다. 이렇다보니 산업보건서비스 제도에도 한계가 있다. 작업환경측정 192종, 특수건강진단 181종, 건강관리수첩 15종 정도가 전부다. 

따라서, 예방의 관점에서 사전주의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 필요하다. 현재 발암불질과 유해인자에 노출되고 있는 사업장이라면,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대체물질 사용이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금속노조에서 진행했던 발암물질추방사업,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와의 연대사업을 참고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단일 사업장에서 성공적으로 발암물질추방사업을 한 노동조합은 지역본부와 협의를 통해 지역 전체로 확장해 나가는 모델도 가능하다. 노조가 있거나 규모가 큰 사업장 중심의 사업을 넘어 작은 사업장에서도 발암물질의 사용을 줄이려면,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다. 화학물질 관련 조례를 통해 지역 내 산단에 발암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대체물질 사용에 대한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진우님이 작성하였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1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학교단체급식_직업성암, #유해물질_기준미비, #급식실_국소배기장치, #급식노동강도_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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