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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균씨는 자전거에 아들 고서울씨의 사진을 붙인채 510.6km를 달렸다.
 서정균씨는 자전거에 아들 고서울씨의 사진을 붙인채 510.6km를 달렸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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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6km, 총 36시간 15분 55초.'

아버지는 5일 동안 자전거로 길 위를 달렸다. 24일 오전 10시 부산교육청에서 출발한 자전거 국토대장정이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마무리됐다. 경기도의 한 과학고등학교 물리교사로 3D프린터를 활용해 수업했던 고(故) 서울(사망 당시 37세)씨의 아버지 서정균(66)씨다.  (관련기사 : "내 아들 죽인 3D프린터... 위험한지 알고 쓰나" http://omn.kr/1t7q5) 

서씨는 이날 청와대를 바라보며 한 시간여 1인시위를 이어갔다. '아버지 살고 싶어요'라는 아들의 마지막 말이 쓰인 피켓을 등에 건 그는 '대통령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입니다'라는 대형피켓을 손에 쥐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씨는 "아들이 죽은 지 1년이 지났다. 내 아들이 죽은 건 3D프린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교육부장관·과기정통부장관과 줄기차게 만남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여기(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왔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4일 부산교육청·경남교육청을 거쳐 ▲25일 대구교육청 ▲27일 세종시 교육부·과기정통부 ▲28일 경기교육청을 거쳐 29일 청와대 앞에 도착했지만 관계자를 만난 건 딱 한번 뿐이다. 

"3D프린터 피해자 더 있을 것"
         
24일 오전 10시 부산교육청에서 자전거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서정균씨가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1인시위를 했다.
 24일 오전 10시 부산교육청에서 자전거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서정균씨가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1인시위를 했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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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꼬박 5년을 3D프린터를 활용해 수업했어요. 3D 프린터가 최신문물이라면서 거기에 미쳐있었거든요. 그러다 2018년 2월 육종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1명 걸리는 그 암을 우리 아들이 걸린 거에요. 그런데 우리 아들만 육종암에 걸린 게 아니에요. 3D프린터 프린팅 작업을 한 고등학교 선생님 2명도 모두 육종암에 걸렸어요. 이 정도면 3D프린터 작업에서 생긴 유해물질과 암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요?"

3D 프린터는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테이프 형태의 필라멘트를 200도 이상 고온에 녹이는 방식으로 입체 조형물을 만든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3D 프린터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 및 유해물질 특성연구'에 따르면, 3D 프린터 주요 소재인 PLA 필라멘트 등에서 톨루엔과 에틸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서씨가 아들 서울씨의 죽음은 '직업성 암' 때문이라며 지난 2월 산업재해를 신청한 이유다. 

서씨는 25일~28일 국토대장정을 하며 각 지역의 교육청을 방문했다. 대구교육청·경기교육청 앞에서 공무원들에게 아들의 사연이 담긴 전단을 나눠주고, 세종시 교육부·과기정통부 앞을 자전거로 돌며 아들의 '산재처리'를 요구하고 3D프린터의 위험성을 알렸다. 그는 3D프린터의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보급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창조경제 무한상상실 메이커 교육이 누구의 작품입니까. 바로 박근혜 정부에요. 교육부 등 각 부처가 열심히 이를 지원했고요. 유해물질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않고, 제대로 환기장치도 없는 곳에서 좋은 기술 나왔다고 많이 쓰라고 한 겁니다."

서씨의 주장대로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에서 관련 예산을 처음 편성해 3D프린터를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교육부와 함께 학교와 교육시설에 3D프린터 보급 내용 등이 포함된 '무한상상실'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3D 프린터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지난해(2020년) 9월, 전국 초중고에 3D프린터와 관련한 안전 안내책자를 처음 배포했다. 하지만 서씨는 3D프린터와 관련한 정부의 보완책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요즘에도 수시로 울산이나 부산 등의 과학고를 한번 찾아가봐요. 3D프린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3D프린터가 있는 교실에 환기시설이 잘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거죠.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우리 아들처럼 아프고 죽으면 어떻게해요. 그런데 환기시설이 마련된 교실을 딱 한군데 봤어요. 나머지는 여전합디다.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거에요."

서씨가 바라는 건 아들 서울씨의 '산재인정'뿐만이 아니다. 17번의 항암치료를 견딘 아들은 끝내 암이 재발해 지난해 세상을 떠났지만, 적어도 또 다른 희생자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가 '3D프린터실의 환기시설 설치'를 촉구하는 이유다. 

현재순 직업성암119 기획국장은 "중요한 건 3D프린터가 설치된 무한상상실 등의 작업환경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직업성암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대로 환기시설이 마련되지 않는 곳에서 3D프린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씨는 '또 다른 피해자'를 재차 언급했다. 

"아직 3D프린터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가 없어요. 다들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더 걱정이 됩니다. 3D프린터로 인한 직업성암 피해자들이 10년후에 더 많아질 수 있으니까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처럼요. 최소한 그 전에 피해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새벽 3시가 되면, '아버지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요. 이 목소리를 어떻게 잊습니까. 그러니까요, 3D프린터를 사용한 분들 '난 아닐거야'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언제든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직업성 · 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 
 http://nocancer119.co.kr) 이 말 좀 꼭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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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신나리 입니다.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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