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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 대선후보들간 북핵 대응방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최근 여·야 대선후보들간 북핵 대응방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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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 대선후보들간에 북핵 대응방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 초점은 전술핵의 나토(NATO)식 핵공유체제가 현실적이고 실효적 북핵 대응방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토식 핵공유체제는 실효적 북핵 대응방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나토식 핵공유체제가 무엇이고, 이를 한반도에 적용했을 경우 왜 한반도가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는가?

미국은 핵탄두, 동맹은 운반수단 제공... 30 개 회원국 중 5개국만 참여

역사적 사실과 사례를 기억해보자. 지난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서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대서양동맹이라는 나토를 만들었다. 한국전쟁, 소련의 수소폭탄 실험 등 냉전이 격화되는 와중에 1957년 소련은 스푸트니크(Sputnik) 인공위성을 발사하였다. 스푸트니크의 전략적 함의는 소련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서유럽 국가들은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미국의 핵우산정책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소련에 대한 나토의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공유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1957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서 미국은 동맹국가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원적 핵공유체제를 제안했다. 즉, 미국은 동맹 국가들의 영토에 핵탄두를 배치하고 동맹 국가들은 핵 운반수단으로 자국의 항공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토식 핵공유체제의 출발이다.

나토식 핵공유체제에서 미국은 핵탄두를 독자적으로 통제·관리하고 핵무기 사용에 필요한 핵코드는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에만 동맹국가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 냉전 당시 미국을 제외한 제외한 15개 나토 회원국가 중에서 8개국(캐나다, 영국, 그리스, 서독, 이태리,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만이 핵공유체제에 참여했다. 나머지 7개 동맹국가들(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스페인, 아이슬란드)은 핵공유체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가 8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가 8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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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들은 핵공유체제의 참여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위협 인식을 고조시켜 이들로부터 보복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핵확전의 두려움을 야기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들 불참 국가들은 핵공유체제에 참여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보 환경의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자국 영토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를 반대했다.

현재 나토 핵공유체제는 30개 회원국가 중 5개국(독일, 벨기에, 이태리, 네덜란드, 터키)만이 상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토 회원국 일부에서는 나토식 핵공유체제보다는 핵무기 배치없이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을 통해 핵위협에 대처하는 아시아식 핵공유체제를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여 핵공유제도를 가진다고 해서 북핵문제의 해결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

전술핵 재배치, 북핵은 정당화되고 핵 대립의 소용돌이로

그동안 우리는 진보정부와 보수정부가 모두 협상에 기초한 북한의 비핵화 해결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북한 핵' 대 '한국 내 미국 전술핵' 구도를 조성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일관된 비핵화 노력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고 지속적인 핵능력 개발을 확대시키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어 결국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비경쟁을 부추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왼쪽),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6월 21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왼쪽),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6월 21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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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북한이 핵포기를 하기는 커녕, 이게 북의 핵보유를 정당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 격화일로에 있고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협정(INF)도 폐기되어 핵전략 균형이 매우 민감한 시기이다. 이 와중에 한국 내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핵무기 보유국들 간 대립의 소용돌이라는 위험에 우리를 빠지도록 자초하는 것이다. 결국 전술핵 재도입은 중러 등 주변국의 반발속에 공포의 균형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대응력과 입지만 줄어들게 하면서 안보위협을 증폭시킬 것이다.

따라서 전술핵 문제나 핵공유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질적인 방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로서는 우리 군의 핵미사일 대응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한미동맹을 통해 제공되는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해 나가는 것을 1차적인 대비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핵우산 약속을 통해 물리적으로 전술핵을 한국 내에 배치하지 않더라도, 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등 효과적인 억지수단과 방안을 가지고 핵억지력을 추가로 제공해, 확장억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시킬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대화를 통해 위협수위를 낮추고 비핵화를 위해 다각도로 협상의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효과적인 북핵대응을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노벽씨는 주러시아대사를 역임했으며, 현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정책그룹 자문단에 속해있습니다.


태그:#전략핵무기, #비핵화, #나토핵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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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러시아대사, 한미원자력협정개정협상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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