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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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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의미 있는 양상도 관찰이 됩니다. 접종완료율이 70%를 넘어선 국가들, 예를 들어서 아이슬란드에서는 비록 코로나19가 유행이 지속은 됩니다만, 지난 5월 이후 사망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이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의 효과를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5.8만의 작은 국가다. 그럼에도 주간 평균 1일 신규 확진자가 79명(28일 기준)일 정도로 델타 변이에 의한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적은 인구 수 덕에 이미 7월에 접종완료율 70%를 달성하면서, '사망자 0명'을 유지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이 아이슬란드와 더불어 언급한 국가는 우루과이와 덴마크였다. 이들 국가 역시 접종완료율 70%를 달성하면서 델타 변이 유행에도 사망자 규모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루과이는 지난해까지 남미에서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올해 브라질 변이로 인해 대규모 유행을 겪으면서, 지난 4월에는 남미 국가 중 인구 대비 신규 확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총 6029명인데, 인구가 35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인구 대비 코로나 사망자 수 비율을 따지면 한국의 39배에 이른다.

여전히 우루과이에서는 28일 현재 기준으로 주간 평균 1일 신규 확진자가 85명이나 발생하며 유행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72%의 높은 접종 완료율을 통해 사망자 수는 하루 1~2명 정도로 대폭 감소시켰다. 

덴마크는 또한 1일 신규 확진자 800~900명대를 기록 중이다. 580만 명의 인구를 감안한다면 확진자 규모가 큰 편이다. 그러나 사망자는 하루 1~2명가량이다. 심지어 71.4%라는 높은 접종완료율을 감안해서 다음달 10일부터는 코로나 방역에 관한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반면 '백신 선진국'이라고 불렸던 미국과 영국은 최근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그러나 접종 완료율이 50%를 갓 넘어선 미국이라든지, 60%에 도달하기 직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한 영국 등에서는 코로나19가 다시 증가하면서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접종완료 70% 달성한 국가들의 현황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국가별 예방접종률 추적 페이지 캡처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국가별 예방접종률 추적 페이지 캡처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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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본부장 말처럼 접종 완료율 70% 이상의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되어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국가별 예방접종률 추적 페이지에 따르면, UAE, 포르투갈, 몰타, 카타르,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우루과이, 칠레, 덴마크, 벨기에 등이 현재 접종완료율 70%를 넘어섰다. 이 국가들은 유행 규모 자체가 줄어들거나, 델타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유행은 커지더라도 사망자 규모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만 예외적으로 최근 1년간 지역사회 전파가 거의 없었던 만큼, 최근 델타변이 유행에 따라 사망자가 늘어났을 뿐이다.

다만 70% 접종 완료를 달성한 국가들은 대부분 인구 수가 한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많은 축에 속하는 칠레가 1921만 명, 벨기에가 1163만명, 포르투갈이 1016만명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에도, 방역 통제에도 용이할 수밖에 없다.

인구 수가 3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스페인과 캐나다가 비교적 접종 완료율이 높다. 4674만의 스페인은 69.2%, 3800만 명의 캐나다는 67.1%를 기록하며 영미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접종 완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은 여전히 사망자가 하루 100명 이상 나오고 있지만 확진자 규모는 최근 1만 명대 아래로 줄어드는 등 8월 들어 감소 추세다. 이 역시 높은 백신 접종 완료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건 하루 확진자가 최대 6만명까지 나왔던 7월 대유행의 여파가 계속되면서인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역시 최근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 숫자가 3000명대까지 급격히 증가하면서 7월 말에 한 자리 수까지 줄어든 1일 사망자 수가, 다시 두 자리 수로 증가했다. 치명률이 낮아졌음에도,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걸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역시 백신 접종 완료율 60%를 넘어선 독일, 이탈리아에서도 델타 변이에 따른 유행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망자 역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가 많은 국가라고 하더라도 최소 70% 이상의 접종 완료가 필요하다는 사실, 동시에 백신 접종만으로 결코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 

한국의 특수성

10월 말께 백신 접종 70%을 달성할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먼저 한국은 방역적으로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된 대다수 유럽이나 북미·남미 국가들에 비해 지역사회 유행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숨은 감염원 자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영미권 국가들보다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수칙 준수에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반면 인구 수가 5183만 명으로 상당히 많다는 점, 유행의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감염에 의한 항체 보유자가 적다는 점이 70% 접종 완료로도 코로나19를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영국처럼 갑자기 방역을 급격하게 완화하는 정책을 실시하지만 않는다면, 권 부본부장이 언급한 국가들처럼 유행 규모를 감소시키면서 사망자 수 역시 줄이는 '백신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정재훈 교수는 "접종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거리두기 완화가 서서히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외국처럼) 접종률이 높아졌음에도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한국 국민은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목표에) 연착륙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태그:#코로나19,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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