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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1년 6개월,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급변한 상황을 맞닥뜨린 곳은 병원 현장 아닐까 싶은데요. <오마이뉴스>는 보건의료노조와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해 발표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이전기사3교대 간호사 5명 중 4명 "인력 부족, 이직 생각중" http://omn.kr/1us5i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7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7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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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보건의료노동자에 대한 폭언, 폭행,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4만여 명의 보건의료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7.5%가 최근 1년 내 고성·반말·욕설·협박 등 폭언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특히 간호사는 10명 중 7명 가까이(67.6%) 폭언 피해를 당했으며, 4명 중 1명은 물리적 폭력과 물건 던지기 등 폭행 피해까지도 겪었다.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인 보건의료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는 남성보다 더 많은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폭언이나 폭행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도 상당했다. 여성 보건의료노동자의 11.4%가 언어적·시각적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5.3%가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을 경험했다.

한편 여성 노동자의 63.9%가 폭언, 폭행, 성폭력 중 적어도 한 가지 종류 이상의 폭력적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남성노동자의 경우 37.4%만이 해당한다고 응답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유의미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모든 종류의 폭력에서 가해자 비율은 ▲환자·대상자 ▲보호자 ▲의사 순이었다. 특히 폭언 가해자는 환자(27.3%), 보호자(19.6%), 의사(11.4%), 상급자(7.4%), 동료(3.2%) 순으로, 직장 내보다 의료기관의 이용자로부터의 피해가 두드러졌고, 의사로부터의 폭언 피해도 상당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3년,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대표적인 고객응대노동자인 보건의료노동자는 변화를 거의 체감할 수 없었다. 응답자 과반 이상이 법 제정 이후로도 "환자·보호자의 부당한 요구나 행위가 줄어들지 않았다(64.1%)", "기관이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59.3%).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병원 등 기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는 결과도 드러났다. 감정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기관이 노력하는 경우 노동자가 겪는 폭력 경험률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 "기관의 의지가 있다"고 평가한 노동자 중 최근 1년 내 환자에게서 폭언을 들었다고 응답한 수는 24%지만, 기관의 의지가 없다고 평가한 응답자의 경우 46.6%에 달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타났다. 그러나 기관의 의지가 있다고 응답한 그룹의 폭력 경험률도 결코 낮다고 평가할 수 없어 감정노동자 보호에 대한 기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최근 1년 내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5%에 달했다. 보건의료노동자 넷 중 하나는 ▲따돌림ㆍ감시 ▲업무와 무관한 접대 요구 ▲업무능력과 관련된 모욕과 조롱 ▲불가능한 업무ㆍ과제 부여 ▲부당한 업무지시 ▲회식ㆍ음주 강요 중 하나 이상을 겪었다.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는 상급자인 경우가 가장 많아 상급자, 의사, 동료 순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이뤄졌음을 알수 있었다.

병원 등 기관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빈도도 달라졌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기관이 적극적 의지를 보인다"고 답한 응답자 중 최근 1년 내 의사와 상급자로부터 폭언 경험이 있는 경우는 각각 12.7%, 5.9%인 반면, "기관이 의지가 없다"고 답한 경우 경우 각각 22.5%, 19.5%로 폭력 경험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한편, 의료기관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법 시행 이후 괴롭힘 행위가 줄었다는 응답은 76.9%, 기관 내 인식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77.9%로 나타나 10명 중 7명 이상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 모두에서 나타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효과가 전반적으로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병원 노동자 74% "나는 육체적으로 지쳐있다"

인력부족과, 감정노동, 폭언폭행에 노출된 보건의료노동자의 직무소진('번아웃') 상황 역시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69.6% 육체적 소진, 65.8%가 정신적 소진 상태를 호소했다.

간호사의 직무소진이 특히 심했다. 간호사 10명 중 7명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있어서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또 환자의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병원(사립대병원, 국립대병원) 노동자의 소진도가 비교적 크게 나타나, 국사립대 병원 간호사의 직무소진이 비교적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다.

11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2천 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보건의료노동자의 건강이 국민 건강과 직결됨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 됐다. 그러나 보건의료노동자는 폭언·폭행·성폭력 등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와중,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쳐있다.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국가 차원의 법적, 정책적 개입과 기관의 노력은 의료기관 노동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바꾸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의 열악한 현실과 보건의료노동자의 소진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 사회적 관심과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4일제 및 교대근무제 개선,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보건의료인력확충 등의 요구안을 내걸고 보건복지부와의 교섭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시기 의료기관과 보건의료노동자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만큼,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소진 감소를 위해 정부는 책임 있는 태도가 주목된다.

태그:#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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