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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놀랍기만 한 내 나이. 세월은 붙잡고 싶어도 마라톤이라도 하듯 쏜살 같이 달려가고 있다. 내 삶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지금, 무엇을 하면서 나머지 나날들을 살 것인가. 

늘, 생각의 조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젊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인생을 다 살아온 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빛나는 일상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중에서 오늘은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 시간이다. 인생을 두려움 없이 살아가려면 오직 자기 자신을 믿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나를 믿고 응원하면서 당당히 살아갈 때 두려움이 없다. 자기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외롭지 않고 나의 세계 속에서 내가 충만하다. 간절함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서점에서 릴레이 에세이 쓰기

나는 날마다 지금도 늘 새롭고 늘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어차피 내가 만들어 가고 내가 즐기는 삶의 연속이다. 작고 소소한 일에서 만족하고 마음의 평화를 갖는 것도 나를 살리는 일이다. 보통 주부들은 젊어서는 아이들 교육과 집안 일로 자신을 돌보고 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젊어서부터 자기만의 세계를 준비하고 만들어 간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즐기며 좋아하는 일을 만드는 것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날 내면에서 자기의 소리를 들으며 원하는 것을 찾아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걸어가야만 가능하다. 누구나 사람은 자기만의 숨겨진 보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보물을 꺼내어 갈고 닦아 내 삶을 살아갈 때, 자존감은 나를 살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나는 딸들이 내 곁을 떠나고 나만의 삶을 찾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도전하고 열정을 다해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지나온 세월은 헛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마지막 노년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하고 있다. 삶이란 기대치는 끝이 없다. 세상 밖이 아닌 내 안에서 만족감을 찾는 게 더 소중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외롭다. 그 외로움이란 건 누가 채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삶이 있고 인간 본질은 외로움과 고독이다.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자기만의 놀이는 매우 중요하다. 보통 노인들이 노인정에 가서 놀 때, 나는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세상과 소통을 한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말을 많이 하고 노는 걸 즐기지 않는 성향이 있다.

끊임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을 하면서 공부하는 삶이 즐겁다. 어떤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탐색을 하면서 살아온 날들이었다. 지금, 나만이 즐기고 내 삶을 온통 채워 주는 좋아하는 일들을 내 작은 서재 안으로 들여왔다. 3평 정도의 다실과 서재는 나의 우주다.

나는 그 속에서 날마다 꽃 그림도 그리고 시도 필사를 하면서 젊은 분들과 공유를 한다. 내 노년의 삶은 항상 바쁘고 늘 설렌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삶을 채우고 살 것인가 매번 고민을 한다. 수많은 날 다도를 하면서 내 삶의 공간을 매워주는 시간은 마치 다른 세상을 만나 듯 즐겁고 행복했다. 내가 살면서 후회하지 않는 일도 차를 만난 일이다.

나는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운 언어의 조각들을 찾아 글을 쓰는 지금 감사하다. 나이가 들면 가야 할 곳도 만나야 할 사람도 줄어든다. 그러나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는 나날이 즐겁고 좋다. 일주일에 3일씩 시니어에 나가는 시간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꽃 그림을 그리고 봉사를 하며 용돈도 번다.

하루 일과 중 운동을 하면서 그림 일기를 젊은이들과 함께 쓴다. 2년 전부터 글쓰기는 나의 가장 친근한 친구가 되었다. 글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글을 써서 언론사에 보내고 채택이 되면 적은 돈이지만 원고료도 받는다. 이 나이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시화 엽서를 쓰는 봉사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내 노년을 활기 있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때때로 서점에서 작가 강연도 들어야 하고 서점에서 책도 빌려다 보아야 한다. 이 나이에 도무지 한가할 시간이 없다. 바쁘게 산다는 게 어쩌면 삶의 활력이고 즐거움인 듯하여 반갑고 감사하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은둔의 시간은 나를 성장시켰다. 

계절에 맞게 놀아야 하는 놀거리도 많다.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쑥이 나오고 쑥버무리를 해서 남편에게 선물을 한다. 뽕잎 감잎이 나오면 차도 만들어 우려 마시는 것도 내가 자연을 벗하며 즐기는 일 중 하나다. 바쁘고 기쁘게 정신없이 살다가 보니 일 년이 훌쩍 지나가고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들면 어디를 가도 있어야 할 자리가 줄어든다. 사람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마음은 시리고 외로워지는 세대다. 그러나 나는 아직 노인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기며 살아가려고 한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절실하다. 내 삶이 얼마가 남아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나날이다.

무엇을 하며 내 삶을 마무리해야 하나 생각이 깊어진다. 사람은 저마다 부족함이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누구나 말 못 할 단점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다. 단점을 지적하면 의기소침해진다. 장점의 고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해줘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왔지만, 힘들고 답답하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만의 놀이 덕에 바쁘다. 나는 살면서 나이에 맞는 좋은 에너지를 전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선한 마음을 전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서점에 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나머지 노년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점, #노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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