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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동방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 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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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다 사망한 스물셋 청년 이선호씨가 떠난 지 20일 만에 원청업체인 동방이 사과했지만 유가족과 고 이선호군 산재 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심각한 유감'을 표했다. 주된 이유는 "유족 앞에 동방의 자체감사 결과 보고와 사과를 선행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라는 것.

12일 오후 이씨가 속한 하청업체의 원청인 '동방'은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자리는 지난 6일 이선호씨의 아버지와 친구들, 대책위가 모여 '동방의 이선호군 사망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 및 재발방지책 마련 및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장소다. 

이날 성경일 동방 대표이사는 "한 가족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었던 청년이 평택항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유가족의 고통과 슬픔 앞에 정중한 위로와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대표는 "(이선호씨 사망사건은)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라면서 "어떤 질책도 달게 받고 필요한 모든 책임을 완수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 그는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여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작업현황 및 안전관리 사항을 다시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동료분들이 받았을 고통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성 대표가 사과문을 읽은 후 동방 관계자 20여 명은 다 같이 고개를 숙였다. 동방은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임직원 일동' 명의로 회사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대책위 "구조의 문제를 외면한 채 사과의 모양만 갖추려는 행태"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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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이 12일 오후 평택항 앞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같은 날 오후 11시께 대책위는 '동방의 사과 기자회견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입장문에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동방의 기자회견문 첫 문단에서 업무 통폐합, 체계 없는 업무환경으로 인한 구조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라고 마치 일상적으로 일을 하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구조의 문제를 외면한 채 사과의 모양만 갖추려는 행태로 보인다."

이어 대책위는 "미흡한 점을 찾아 구체적인 개선과 재발방지를 대책을 마련하여, 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족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과의 진정성을 받아 드릴 수 있다"면서 "사과와 합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상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족함으로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동방의 사과는 유가족과 사전 논의 없이 이뤄졌다"면서 "유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상조사와 재발방지가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동방은 자기들 잘못이라 말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노력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책위 관계자는 "12일 동방의 사과에서 작업지시 명령을 내린 동방 소속 지게차 기사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이 없었다"면서 "동방은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6일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아직까지 작업 지시(이물질 제거)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제 아이가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한테 용서를 받지 못해서 아직 눈을 못 감고 있다"면서 '빈소가 유지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선호씨는 4월 22일 오후 4시 10분께 경기도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작은 나뭇조각 등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컨테이너 뒷부분 날개에 깔려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이씨 위쪽에 있던 날개는 불량상태였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신호수가 부재했다.

태그:#이선호, #평택항, #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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