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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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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지막 개각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이 숫자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적격' 논란이 불거진 노형욱 건설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임명할 경우 그는 '30'이라는 부담스러운 숫자를 맞닥뜨리게 된다. 현 정부 들어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하는 '30번째 장관급 인사'로 남기 때문이다.

지금껏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좀처럼 임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명철회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 여당이 단독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거쳐 장관급을 임명한 사례는 현 정부 들어 29건이나 된다. 2005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역대 최다 숫자다(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물론 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 중인 국회 상황과 맞물려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우리 인사청문회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라며 불만을 드러냈을 정도다. (관련 기사 : "야당 반대가 검증실패? 흠결만 따진 청문회" http://omn.kr/1t622)

선거 패배 후 첫 인사, 문 대통령 마지막 인사의 의미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요청을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의장실 앞에서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요청을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의장실 앞에서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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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인사는 다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첫 인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개각이다. 안팎으로 쇄신 요구를 받고 있는데다 '이대로는 대선 필패'라는 위기감에 휩싸인 여권으로선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고민을 밑바탕에 깔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들끓고 있다. 새 지도부 구성 후 10일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몇몇 의원들은 박준영·임혜숙 후보자의 부적격 문제를 지적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최소한 박준영·임혜숙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장관 임명을 해선 안 된다"며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두 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대표와 재선의원 40여명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왔다.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당 지도부가 '최소한 한 명 이상은 부적격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청와대에 강력히 권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운영위원장 고영인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직 후보자를 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그동안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도 (임명을) 강행했던 모습이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기도 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지도부·청와대가 판단할 여지도 있어서 특정인을 지목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영길 대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첫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관 후보자 문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여기까지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이동하는 그에게 취재진이 거듭 묻자 "대변인이 말할 거다, 대변인이 설명해줄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후 이용빈 대변인은 "현재 야당과 협의 중이고, 당 지도부가 (1명 이상 낙마 등) 특정 후보 명수를 지정해서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한 적은 없다"고 정리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3인은 하나의 사안'이라는 국민의힘과 직접 협상 중인 윤호중 원내대표는 12일 공개일정을 잡지 않은 채 깊은 고민에 들어갔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은 '총리 임명동의안이라도 본회의에 부의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여당 소속 총리청문특위 위원들은 전날에 이어 또 다시 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서병수 특위 위원장의 반대에 막히자 또 다시 한 발 물러났다.

5월 14일이 '디데이'... "대통령 혼자 결단해야 하는 상황"
 
김부겸 국무총리인사청문회특위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위한 5차 전체회의가 야당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인사특위 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인사청문회특위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위한 5차 전체회의가 야당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인사특위 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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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시간이 흘러가도록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사령탑이다. 또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도맡을 국토부 장관, 과학기술정책 전반을 챙겨야 하는 과학기술부 장관, 해양수산업은 물론 해운산업까지 살펴야 하는 해수부 장관 어느 한 자리도 시급하지 않은 곳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디데이'를 정했다. 11일 그는 국회에 5월 14일까지 세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재요청했다. 또 같은 날 민주당 새 지도부와 상견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출입기자들에게 "금요일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말씀이 나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보선 패배 후 보수 언론이 우리를 (이번 인사 문제로) 시험대에 올려 놨다고 보는 데다 야당이 지금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못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금요일(14일) 간담회에서 장관 후보자 문제가 논의 안 될 수는 없다"며 "국회는 그때까지 아무런 행동이 없을 테고, 대통령이 혼자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문 대통령 "검증실패 아냐" 다음날, 이상민 "임-박 임명 반대" http://omn.kr/1t6m8
민주당 초선들 "장관후보자, 최소 1명은 부적격 권고해야" http://omn.kr/1t7ak
전운 감도는 국회... 김기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 동원" http://omn.kr/1t7qa

태그:#문재인, #김부겸, #인사, #민주당,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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