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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안이 담긴 공청회 자료집
 보건복지부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안이 담긴 공청회 자료집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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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의 생활을 제약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공공병원 확충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6일 정부가 2025년까지의 제2차 공공보건의료 확충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사실 너무 실망스러운 계획이었다. 큰 방향에서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는 말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향후 5년동안 기존 서부산, 서부경남(진주), 대전의 3곳 지방의료원 외에 언제까지 얼마만큼 확충하겠다는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정부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곳만 하더라도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대구광역시가 이야기 되고 있고 인천광역시도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요구가 구체화되고 있다. 경남만 하더라도 일단 진주시에 과거 없어진 지방의료원 재개원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지방의료원 유치를 희망하던 하동군과 남해군도 최근 응급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없어져 절실한 공공병원 설치 요구가 있었다. 이런 지역이 경상남도 뿐 이겠는가?  
이 글에서 필자는 지난 4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확충 기본계획의 문제점을 3가지 측면에서 비판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가 지방소멸과 관련된 시골 공공병원 확충 요구가 큰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대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공공병원 확충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미래 다가올 의료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병원 확충 비젼 제시를 해야하는데 이 부분 부족을 비판하고자 한다.

코로나 이후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이 앞으로 또 닥쳐 올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유사시 정부의 정책에 긴급하게 호응하는 공공병원 필요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지방의 인구 감소와 겹쳐서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도 공공병원 필요성을 절실히 높이고 있다.

외국의 경우 역시 의료시장 기능이 미치지 못하는 촌락지역은 주로 공공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인근 대도시 지역 공공병원의 의료인력과 연계되어 주기적인 순환배치와 진료자문 등을 통해 소외지역이라도 공평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 지방의 문제는 공공병원도 너무 부족하지만 이러한 공공병원간 연계성 있는 진료가 가능하게 만드는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도 너무 부실하다. 한국의 공공병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병상수 비중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어 선진국이라고 하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인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라고 하면 이게 무엇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분들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은 시골로 갈수록 병원이 없거나 규모가 적어서 전문과목 진료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극복하는 체계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것은 대도시 큰 규모의 공공병원을 기반으로 해서 시골지역 의료진과 긴밀한 연계체계를 갖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골 병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우수하게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는 의사 및 행정 지원체계에 의해 가능하다. 지금처럼 아프면 대도시로 수도권으로 오도록 해서 진료받는 것을 방치하는 시장 중심의 의료체계로는 이 체계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공중보건의사들을 군대 대신 시골에 보내놓는다고 해서도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실 시골에 의사들이 안가는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정말 큰 이유는 의료사고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어쩌다 만나는 응급환자나 중환자 진료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시골에 의사가 한명 혹은 의료기관이 하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만나는 응급환자나 중환자에 대해서도 엉뚱한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교육훈련도 필요하고 원격으로 자문 및 상담도 있어야 하며 때로는 대도시의 특수분야 전문의사가 직접 시골에 방문하여 같이 환자 사례를 두고 회의도 하고 시술하는 것도 알려주며 이후 유사 사례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서로 협력하는 약속도 있어야 한다. 이런 지원체계가 없으면 어떤 의사라도 시골에 홀로 가서 진료하는 것이 무모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 호주, 미국 시골병원에서 놀랐던 이유 
 
호주 NSW주의 Gundagai 지방의 공공병원전경(왼쪽)과 미국 미네소타주의 Moose lake 지방의MERCY 시골병원(critical access hospital) 내부 수술실 모습.
 호주 NSW주의 Gundagai 지방의 공공병원전경(왼쪽)과 미국 미네소타주의 Moose lake 지방의MERCY 시골병원(critical access hospital) 내부 수술실 모습.
ⓒ 나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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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일본, 호주, 미국의 시골 병원에 일부러 찾아가서 어떻게 운영되나를 관심있게 살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이런 시골에 병원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가장 놀란 것은 그 안에 대도시 종합병원에 있는 CT 같은 영상촬영장비나 심근경색진단을 위한 첨단 장비 등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이것이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데 대도시 큰 공공병원들과 어떻게든 협업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나마 대도시에 있는 공공병원들이 소수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어 코로나19 환자들의 격리치료를 위해 병실을 모두 비워서 어떻게 겨우겨우 넘어갔지만 코로나19 환자 급증 때(2020년 2월경 대구, 2020년 12월경 서울 및 수도권 상황이 대표적임)는 공공병원의 중환자 진료 역량이 부족해서 결국 중환자실 병상 하나가 아쉬운 시점에 민간병원도 코로나19 중환자를 감당 못하여 사망률 급증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2020년) 경북 경산의 정유엽군 사망사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평소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했던 취약계층들은 민간병원의 까다로움 때문에 의료공백을 경험했다고 하니 그동안 공공병원 숫자의 부족뿐 아니라 규모와 기능의 부족까지 국민들은 실감했다고 본다.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아프게 들었다면 최소한 시도마다 한 개씩의 규모있는 공공병원 확충 목표라도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미래 의료환경을 내다본다면 이번 정부 발표와 같은 공공병원 확충 계획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앞으로 미래환경의 특징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빠른 고령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는다는 것은 만성질환자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이들의 건강문제가 앞으로 미래 사회의 주요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지금도 노인인구수 증가속도에 비해 그들의 의료비 지출 비중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한국사회의 미래 의료비부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진료비 증가 경향이 주로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면 주로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많이 모이고 진료비 증가도 주로 큰 대형병원에서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환자들이 큰 병원의 명성을 쫒아서 모이는 것도 이유일 수 있고 평소 질병관리가 잘 되지 않아 중병을 앓는 환자들이 급증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건강검진을 받은 노인에게서 사망률도 낮고 진료비도 낮아 질병 예방효과가 크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성인의 2018년 암검진율이 55.3%이고 일반검진율이 76.9% 인 것으로 정부 발표가 있었는데 노인으로 갈수록 검진율이 더 낮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1차 의료체계가 허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은 1차 의료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는 지역사회에서 건강검진이나 외래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않고 있는 어르신을 찾아내고 의원급 외래진료를 잘 받도록 안내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를 위해 보건소와 공공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공공병원도 지역사회 연계사업부서를 만들어 보건소 및 특히 의원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1차 의료지원기능을 적극 수행함으로써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병원을 지방에 적극 설립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공공병원의 기능 정립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할 때 간병사가 필요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최초 시행기관이 공공병원임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오해도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지에 따라 기존 보건의료 시장 질서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설계가 아니라 주민의 보건의료 필요(need)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설계가 가능한 곳이 바로 공공병원이다.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설계도 정부 정책 의도에 맞춰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하다. 이렇게 활성화된 공공보건의료서비스는 곧이어 건강보험수가 등 제도화를 거쳐 민간병원도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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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병원 설치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건강정책동향에도 실립니다.


태그:#공공병원 확충,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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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입니다. 공공의료 현안 및 정책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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