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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전 8시 34분]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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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선호가 대단한 이유로 죽은 게 아니다.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신호수가 없어서 죽은 거다. 안전수칙이라도 제대로 지켜졌으면 선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22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부두에서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스물셋 청년 고 이선호씨의 친구 김벼리씨가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황망하게 친구 선호씨를 떠나 보낸 이후 19일째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씨는 "선호 아버님과 같은 이유"라면서 "원청인 동방의 진정어린 사과와 당국의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지난 6일 평택항 앞에서 기자회견 후 선호의 죽음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정말로 아파한다면, 아프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었으면 한다. 사실 책임자 처벌이라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하면 되는데 여러 입장을 고려한다고 안 하고 있는 거다."

선호씨의 죽음이 알려진 뒤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송 대표는 8일 자신의 SNS에 "물류비용 삭감, 원청의 낮은 도급계약, '하청과 재하청, 파견인력회사'로 이어지는 자본의 논리에 일용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죽어 가는 야만의 경제 사슬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라고 썼다.

고 이선호씨는 지난 2019년 해군 병장 만기제대 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청 업체인 동방이 평택항에서 운영하는 하역장에서 동식물 검역 및 하역 등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난 4월 22일 오후 4시 10분께 경기도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FRC) 바닥에 있는 작은 나뭇조각 등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300kg 강철로 된 컨테이너 뒷부분 날개에 깔려 숨졌다. 

동방 측은 앞서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동방 소속) 지게차 기사가 작업지시 하지 않은 걸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반박했다. 경찰은 현재 이선호씨 사망사고와 관련 동방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벼리씨는 왜 청와대 청원을 올렸나?
    
지난 6일 평택항 앞에서 고 이선호씨의 친구들이 진상규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속 우측에 서 있는 청년들이 김벼리씨 등 친구들이다.
 지난 6일 평택항 앞에서 고 이선호씨의 친구들이 진상규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속 우측에 서 있는 청년들이 김벼리씨 등 친구들이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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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김씨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평택항에서 산재로 사망한 23살 고 이선호군의 친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올렸다. 게시 사흘만에 청원동의가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는 "한 시민이 기자회견 후 7일에 고맙게도 '선호의 죽음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내용으로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사건 개요와 가족들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이 돼 있지 않아서 다시 정리해 올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씨가 올린 청원에는 "하루 평균 7명이, 해마다 2400명 이상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지만, 그게 제 친구 선호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뉴스에서나 보던 산재 사고가 제 친구까지 죽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적혔다.

"분명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 무리한 인원감축과 안전관리 미흡, 구조물 노후화, 초동대응 미흡, 정부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로 사고가 일어났다. 원청인 '동방'에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친구가 죽었다. 정부 차원의 입장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그러면서 그는 청원글 말미 "평택 안중 백병원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유지 중이다. 빈소 안내판에 새로운 사람들 이름이 오르고, 사라지는데 친구 이름만 그대로"라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향이 꺼지지 않도록 밤새워 곁을 지키고 있다. 친구가 차가운 냉동고에서 얼른 나와서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제발 제 친구 선호에 대한 관심을 잊지 마시고 힘을 모아달라"라고 요청했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한 거 아니냐"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만 23세 청년 이선호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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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씨의 말대로 선호씨의 장례식장엔 또 다른 친구 배민형씨도 자리하고 있다. 전날 선호씨 빈소에서 밤을 지새운 배씨는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전규칙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냐"면서 "돈이 조금 더 든다는 이유로 기본을 무시하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다. 돈보다 시간보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호가 죽기 1주일 전만 해도 웃으며 농담을 하고 미래를 이야기했다"면서 " 선호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차가운 부둣가에서 일하다 죽은 것인지, 선호가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다. 의문이 풀릴 때까지 빈소를 지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일 결성된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선호씨 작업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 신호수가 없었다. 또한 안전모를 비롯해 안전화 등 안전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 사전 안전 교육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방 측도 <오마이뉴스>에 관련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태그:#이선호, #동방, #평택, #평택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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